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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여정: 로또 복권 일등보다 훨씬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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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17 ㅣ No.1039

[가족 여정] 로또 복권 일등보다 훨씬 어려운 일

 

 

나와 배우자를 부부로 맺어 주실 확률

 

‘대박’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로또’(Lotto) 복권입니다.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되려면 1부터 45까지의 숫자 가운데 여섯 개의 숫자를 맞춰야 합니다. 일등에 당첨될 확률을 구하는 공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1부터 45까지의 숫자 가운데 여섯 개의 숫자를 고를 때 나오는 가짓수를 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5×44×43×42×41×40=5,864,443,200

 

여섯 개의 숫자가 나오는 순서는 상관없으므로 이 숫자에 6!(6×5×4×3×2×1=720)을 나눕니다.

 

5,864,443,200÷720=8,145,060

 

곧,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입니다.

 

이 계산법을 이용해서 ‘하느님께서 나와 배우자를 부부로 맺어 주실 확률’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나와 배우자는 2명이니까 하느님께서 5천만 명 중 2명을 콕콕 찍어 선택할 때 나오는 가짓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50,000,000×49,999,999=2,499,999,950,000,000

 

두 개의 숫자가 나오는 순서는 상관없으므로 이 숫자에 2!(2×1=2)을 나눕니다.

 

2,499,999,950,000,000÷2=1,249,999,975,000,000

 

곧, 하느님께서 나와 배우자를 부부로 맺어 주실 확률은 ‘1249조 9999억 7500만 분의 1’입니다.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1억 5천만 배 정도가 낮습니다. 이렇듯 부부가 된다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윤회(輪廻)를 중시하는 불교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가에서는 매우 긴 시간을 표현할 때 ‘겁’(劫)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1겁의 시간은 이러한 뜻이 있다고 합니다. ‘천 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어 내는 시간.’ ‘산만한 바위를 일 년에 한 번씩 새가 날아와 앉았다 가면서 모래로 변하게 하는 시간.’ ‘천 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옷자락이 사방 사십 리의 바위를 닳아 없애는 시간.’

 

그런데 부부의 인연은 7천 겁의 인연이 쌓여야 비로소 맺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하늘이 맺어 준 소중한 인연이라는 것이지요.

 

 

나와 배우자와 자녀를 가족으로 맺어 주실 확률

 

그럼 이번에는 ‘하느님께서 나와 배우자와 자녀를 가족으로 맺어 주실 확률’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자녀가 1명일 때

=20,833,332,083,333,300,000,000분의 1

 

자녀가 2명일 때

=260,416,635,416,668,000,000,000,000,000분의 1

 

자녀가 3명일 때

=2,604,166,145,833,370,000,000,000,000,000,000,000분의 1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6년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인구 대치 수준인 2명에 훨씬 못 미칩니다.

 

저는 자녀가 셋입니다. 자녀의 수가 많아질수록 초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숫자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 ‘이보다 큰 사랑과 애국을 실천하는 길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스스로 대견합니다.

 

참고로 좀 더 정확한 확률을 구하려면 5천만 대한민국의 인구가 아닌 70억 세계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남성의 정자 수와 여성의 난자 수, 자연 출산 조절법에 근거한 배란 가능일,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확률, 수정된 수정란이 자궁에 제대로 착상될 확률, 착상된 수정란이 제대로 성장할 확률, 쌍둥이가 될 확률 등을 정확히 계산하면 됩니다.

 

저 또한 먹고사는 일이 팍팍하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또 복권을 사곤 합니다. 하지만 지상 최고의 행운과 대박은 이미 우리 가정에 존재합니다. 늘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1티모 6,10).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되었다가 가족 간의 불화로 비극적인 삶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저서 「긍정심리학」에서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극도로 가난한 나라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행복도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 수준이 유지되는 나라에서는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1인당 국민 총생산(GNP)이 8천 달러를 넘어가기 전까지는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도 증가하지만, 8천 달러를 넘어가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P는 2만 달러를 훌쩍 넘어 3만 달러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세계 하위권이고, 자살률은 부동의 세계 1위입니다. 물질적인 가치만을 추구해 온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입니다.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따려고 수많은 세 잎 클로버를 헤집곤 합니다. 그런데 그 흔하디흔한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바로 ‘행복’입니다. 많은 사람은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행운을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네 잎 클로버에서 잎 하나를 떼서 행복을 얻으려는 사람은 적습니다.

 

행복을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행운을 선물할 수 있고, 서로에게 행복을 전하는 이가 될 수 있습니다.

 

“네가 가진 것에서 자선을 베풀어라. 그리고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워하지 마라.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토빗 4,7).

 

여러분이 혹시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면 잎 하나를 떼서 사랑하는 가족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십시오.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보는 ‘행복’을 찾으실 것입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나의 가정 안에 있습니다.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여정’, ‘부부 여정’ 등의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0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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