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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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신약] 성서의 해: 바오로 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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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17 ㅣ No.4974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Ⅱ’ 특집] 바오로 서간에 대하여

 

 

오늘부터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서간(書簡) 형식을 갖춘 책들입니다. 27권으로 구성된 신약성경 가운데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 그리고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을 제외한 나머지 21권이 모두 서간에 해당합니다. 이 서간들은 초대교회 공동체들이 갖고 있던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신약성경의 서간들은 당시 사회 구조와 공동체들의 면면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뿐더러, 그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또 사도들로부터 물려받은 가르침과 신앙을 어떻게 지켜나갔는지 깊이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21권의 서간 중 순서상 먼저 등장하는 14권은, 저자를 바오로 사도로 여기는 교회 전승에 근거하여 ‘바오로 서간’ 또는 ‘바오로계 문헌’(Corpus Paulinum)이라고 불립니다. 이 가운데 13권의 서간은 “바오로가 이 편지를 씁니다”(로마 1,1) 또는 “바오로가 ···에게 인사합니다”(1코린 1,1)와 같은 표현으로 발신인을 사도 바오로로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으나, 열네 번째 서간인 히브리서의 본문에는 저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를 제외한 13권의 책만을 바오로 서간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오로가 이 편지를 씁니다”와 같은 표현이 서간에 나타난다고 해서 이들이 실제로 바오로 사도에 의해 쓰였는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명(假名)으로 쓰였을 가능성, 다시 말하면 바오로 이후 세대가 바오로의 이름과 권위를 빌려 그의 가르침과 신학적 사상을 전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간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서간이 바오로의 진짜 서간인가, 즉 친저성(親著性)에 관한 문제는 오늘날에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7개의 서간만큼은 바오로의 친서가 확실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입니다: 로마서, 코린토 1서, 코린토 2서, 갈라티아서, 필리피서, 테살로니카 1서, 필레몬서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개의 서간 가운데 테살로니카 2서, 콜로새서, 에페소서에 대한 친저성 논의는 오늘날에도 뜨겁지만, 사목 서간으로 분류되는 티모테오 1서, 티모테오 2서, 티토서는 대체로 바오로의 친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몇몇 서간에서 바오로의 친저성이 의심된다고 해서, 성경으로서의 가치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간들 역시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교회의 “경전(Canon)”이고, 아울러 바오로 사도의 신학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친서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바오로계 서간의 발신인이자 중심 인물은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는 기원후 5~10년경 킬리키아 속주의 수도였던 타르수스(Tarsus)에서 태어났습니다(사도 21,39).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에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오로는 그리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고(모든 그의 서간이 그리스어로 쓰임), 특히 그리스식 수사학에도 능통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헬레니즘의 영향에 놓여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벤야민 지파(필리 3,5; 로마 11,1) 출신의 유다인이었던 그는 유다 전통을 지키며 사는 디아스포라(Diaspora)적 배경도 지니게 됩니다. 바오로가 ‘사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복합적인 문화 배경을 암시합니다: ‘사울’은 히브리-유다식 이름이고, ‘바오로’는 로마-그리스식 이름입니다. 그는 율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바리사이’이자, 율법에 대한 열정으로 교회를 박해까지 한 인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필리 3,5-6).

 

그랬던 바오로가 다마스쿠스에서 예수님을 체험하고 회심하게 됩니다(사도 9장). 이 체험은 바오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는데, 교회를 ‘박해’하던 이가 교회를 ‘건설’하는 일꾼이 된 것이죠. 바오로는 팔레스티나 지역을 넘어서 소아시아와 발칸 반도를 거쳐 당시 패권을 쥐던 로마 제국의 수도까지 예수님의 기쁜 소식(복음)을 전파하게 되는데, 이는 그리스도교가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게 ‘이방인들의 사도’가 된 바오로가 품었던 다양한 신학적 사고와 가르침은 이후 그리스도교 교리 형성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가르침들을 바오로 서간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문헌이기도 한 바오로의 서간들이 과연 어떠한 신앙적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고 있는지, 다음 시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8월 16일 연중 제16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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