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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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65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34)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Q. 요즈음 일부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이 망언과 망발을 해서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배우고 나이도 적지 아니 먹은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철없는 짓을 하는 것일까요?

 

 

A. 자매님 말처럼 요즈음 일부 사회인들이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어떤 분들은 ‘철없다’ ‘망령이 들었다’는 등의 말들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즉, 그 사람들만 문제가 있고 우리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생각하는 것은 자칫 자기기만과 자기도취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상당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도덕적이어서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이성적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양반, 지성인, 신사, 요조숙녀, 참한 여자 등의 말로 치장을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엇나간 말과 행동을 하면 쌍것이라느니 배우지 못한 것들이라느니 하는 독설을 퍼붓습니다.

 

그렇다면 그러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도덕군자인 양 살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람 마음 안에는 어른의 자아와 아이의 자아가 공존하는 데다, 아이의 자아 중에는 사람이 절대로 철들지 못하게 하는 ‘내면의 문제아’(The Inner Brat)가 있어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안의 내면의 문제아는 여러 가지 특질을 갖습니다. 우선 자기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그것도 아주 성급해서 도무지 기다리질 못하는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욕설, 비난을 퍼붓거나 아예 말을 안 하는 비이성적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미운 네 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또 술이나 약물, 도박 같은 것에 중독되게 하고, 자기 인생을 파괴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 내면의 문제아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스스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발동되면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성향이 강할까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 미성숙한 사람들, 말 그대로 철이 들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요즈음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어록을 보면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내면의 문제아가 통제가 안 돼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도 본인은 잘 모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면의 문제아는 자기절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때로는 절제를 잘 하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지쳤을 때 내면의 문제아가 튀어나와 사고를 치는 것입니다. 평소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 술을 마셨을 때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문제아가 저지르는 짓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들은 없앨 수도, 없애서도 안 되는 것들입니다. 우리 안의 자아 가운데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단지 잘 길들여 데리고 살아야 합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는 정신적으로 따돌리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 안의 후미진 곳으로 밀어내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기도시간을 정해놓고 마음 안에서 어떤 발작적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기도시간을 다 채운 뒤 일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내면의 문제아를 마귀 혹은 악마라고 생각하고 구마기도를 하거나 자기 안에서 제거하려고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면의 문제아는 마귀나 악마와는 다른 것입니다. 마치 사과와 토마토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마귀는 영악하고 유혹적입니다. 그리고 긴 시간을 두고 사람의 영혼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려고 하지만, 내면의 문제아는 그렇지는 못하고 단지 유치하고 무절제하고 미숙한 자아일 뿐입니다.

 

만약 그런 문제아를 제거하려고 하다가는 자칫 문제아를 더 문제아로 만들 위험성이 큽니다.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마귀 취급을 하고 구마기도를 하면 아이가 더 문제아가 되듯 내면의 문제아도 그렇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칫 분열증에 걸릴 위험도 크다는 것입니다. 내 안의 자아를 내면에서 제거하려면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이기에, 식별을 잘해서 마귀일 경우는 구마기도를 해야 하지만 내면의 문제아일 경우에는 잘 길들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8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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