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6일 (수)
(백) 부활 제2주간 수요일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성경자료

[신약] 예수님 이야기3: 요한 세례자의 출생 예고(1,5-25) -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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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8 ㅣ No.3599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3) 요한 세례자의 출생 예고(1,5-25) : 뜻밖의 선물


하느님 섭리, 인간의 잣대로 평가한 즈카르야

 

 

- 즈카르야의 집은 어디였을까. 성경에는 이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없다. 그러나 예루살렘 남서쪽에 에인 케렘이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요한 세례자 탄생을 기념하는 성당이 있어 엘리사벳이 아기를 잉태한 후에는 이곳에서 살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사진은 에인 케렘 전경. 가운데 교회 건물이 요한 세례자 탄생 기념 성당이다.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제공.

 

 

루카복음은 머리말에 이어 요한 세례자의 출생 예고에 관한 기사를 전합니다. 요한 세례자는 누구인가요? 앞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그는 예수님과 동시대 사람으로서 예수님이 오실 것을 미리 알리고 그 길을 준비한 선구자입니다. 성경의 시대를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고 신약을 예수님의 시대라고 한다면,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의 길을 준비한 구약의 마지막 인물 또는 구약과 신약에 걸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의 출생 예고 기사는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1,5)로 시작합니다. 이 헤로데는 헤로데 대왕으로 알려진 헤로데로, 기원전 37년부터 기원전 4년까지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등 이스라엘 전역(팔레스티나)을 통치한 임금이었습니다. 루카복음에는 헤로데라는 이름이 모두 15번 나옵니다. 1장 2절에 나오는 헤로데는 아버지 헤로데(헤로데 대왕)이고 나머지 14번 나오는 헤로데는 아들 헤로데(헤로데 안티파스)입니다. 우선 이렇게 간단히 구별한 후에 복음서를 계속 살펴봅니다.

 

루카는 먼저 요한의 부모에 대해 서술합니다. 아버지 즈카르야는 사제였고, 어머니 엘리사벳은 구약의 대사제 아론의 후손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사제 가문입니다. 사제는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하느님을 섬기도록 봉헌된 사제의 가문 품위에 맞게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일 뿐 아니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자였고 두 사람 모두 나이가 많았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치욕(1,25)이었음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이 그동안 아이를 갖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사의 예언 의심해 벙어리 되다

 

그런데 즈카르야가 자기 조의 차례가 돼 사제 직무를 수행하게 됐고,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직무를 맡게 됐습니다.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일은 사제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비를 뽑아 당첨돼야만 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즈카르야는 그 영광스러운 기회에 평생 소망해온 자식을 보도록 해달라고 또한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때에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1,13) 천사의 발현에 즈카르야는 놀라 두려움에 떨었지만.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전갈은 그에게 분명히 큰 기쁨과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천사는 단지 엘리사벳이 아기를 낳아줄 것이라고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기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기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라며(1,14-15), 태어날 아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합니다. 아기는 △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며 △ 많은 사람을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고 △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하리라는 것입니다.(1,15-17)

 

그런데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아기를 보게 될 뿐 아니라 그 아기가 큰 인물이 되리라는 자세한 설명에도 즈카르야는 뜻밖의 반응을 보입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1,18) 즈카르야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천사의 설명에 의심을 제기하면서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즈카르야의 불신 섞인 반응에 천사는 아들을 낳을 때까지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될 것이라는 표징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돼서 성소 밖으로 나왔고, 나머지 성전 봉직 기간을 채우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뒤 아내 엘리사벳은 임신해 다섯 달 동안 숨어지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주셨구나.”(1,25)

 

 

벌인가 은총인가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즈카르야는 하느님을 섬기도록 바쳐진 사제였습니다. 엘리사벳 또한 사제 가문이었습니다. 그 품위에 걸맞게 두 사람은 의롭고 흠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소원인 자식을 보게 해달라고 늘 간절히 기도를 바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아들을 낳게 될 것이고 그 아들이 어떤 인물이 될 것인지를 자세히 이야기해 주자 즈카르야는 오히려 불신 어린 반응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것, 곧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즈카르야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섬기고 또 그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면서도 정작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의 섭리(역사)에는 오히려 인간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닌지요? 하느님을 믿고 섬긴다고 수시로 고백하고 또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청하면서 살아갑니다. 막상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면 그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잣대에 비춰 평가하고는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무시하거나 거부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됐듯이 크게 한 대 맞고는 뒤늦게서야 깨달아 감사의 눈물, 혹은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된 것은 믿지 않은 불신에 대한 벌이기도 하지만(1,20 참조), 또한 즈카르야 자신이 요구한 표징(1,18 참조)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이 우리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 혹은 나쁜 일이 생길 때, 그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벌이라고 쉽게 단정하지는 않는지요. 오히려 그런 일에서 우리가 올바로 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표징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일상을 자주 찬찬히 돌아보면서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주셨구나”(1,15)하고 주님의 뜻을 헤아리는 열린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고 노력한다면 우리 삶은 분명 바뀔 것입니다.

 

- 즈카르야.

 

 

이름의 뜻

 

즈카르야는 ‘주님께서 기억하신다’, 엘리사벳은 ‘나의 하느님께서 맹세하시다’ ‘나의 하느님은 완전하시다’, 요한은 ‘주님께서 너그러우시다’ ‘주님께서 은총을 베푸신다’는 뜻을 지닌다.

 

세 이름을 합치면 ‘주님께서 기억하시고 약속하신 대로 은총을 베푸셨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알아둡시다

 

헤로데 : 성경에는 2명의 헤로데가 나온다. 한 사람은 예수님의 탄생 시기 즈음해서 등장하는 헤로데, 다른 한 사람은 예수님의 공생활 중에 나오는 헤로데다.

 

전자는 아버지 헤로데(대 헤로데 또는 헤로데 대왕이라고도 함)로 구약성경 마카베오 상권(12,16; 14,22)에 나오는 안티파테르의 아들이다.

 

기원전 63년 로마가 팔레스티나(유다, 사마리아, 갈릴래아를 포함한 이스라엘 전 지역)를 지배한 후 안티파테르는 로마의 지지를 얻어 팔레스티나 지역 총독에 임명됐고, 그의 두 아들 파사엘과 헤로데가 각각 유다와 갈릴래아의 영주가 된다. 이후 헤로데는 기원전 40년 로마의 신임을 얻어 유다와 사마리아의 영주로 임명되고, 기원전 37년에는 예루살렘을 점령해 왕위에 오른다. 이로써 헤로데 대왕은 유다, 사마리아, 갈릴래아에 이르는 팔레스티나 전역을 다스리게 되는데, 기원전 4년 사망한다.

 

루카 복음 1장 5절의 유다는 예루살렘과 그 일대를 포함하는 유다 지방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사마리아와 갈릴래아까지 포함한 팔레스티나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헤로데 대왕이 죽은 후 팔레스티나는 그의 세 아들이 나눠서 통치했는데, 맏아들 아르켈라오스는 유다와 사마리아를 폭압적으로 다스리다가 기원후 6년에 쫓겨나 그 지역은 로마 총독이 맡아서 다스렸다. 복음서에 나오는 본시오 빌라도도 그중 한 총독으로 그는 기원후 26~36년에 다스렸다.

 

둘째 아들 헤로데 안티파스는 갈릴래아와 베로이아를 다스렸고, 셋째 아들 필리포스는 갈릴래아 호수 북동쪽을 다스렸다. 예수님의 수난에 등장하는 헤로데는 바로 헤로데 안티파스다. <본지 2016년 5월 1일자 1362호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 여행’ 참조>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26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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