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39: 사랑으로 이끄는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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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3-06 ㅣ No.2015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39) 사랑으로 이끄는 신뢰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내맡기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사랑으로 이끄는 신뢰’를 반포하셨다.(2023.10.15. 주교회의 홈페이지 참조)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탄생 150주년을 맞아 작성된 ‘하느님의 자비하신 사랑에의 신뢰’에 관한 이 권고는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시작한다. “우리를 사랑으로 이끄는 것은 신뢰, 오직 신뢰뿐입니다.”

 

교황님은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께서 남기신 삶과 신앙이 오늘도 큰 울림이 되는 이유를 그분께서 온 삶을 통해 보여주신 ‘신뢰’에서 찾는다.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고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우리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 있게 도와주고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그분 손에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란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는 법, 그분과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주시며, 당신께서 하느님 아버지와 친히 맺으신 신뢰 관계로 모든 이를 초대하셨다. 우리도 그분처럼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분께 신뢰를 두도록 말이다.

 

아버지와 신뢰 관계를 맺는 바로 그 길이 ‘주님의 기도’에 담겨 있다. 이 기도는 형식적으로 외어야 할 기도문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실제로 맺으신 아버지와의 만남, 하느님께 대한 체험으로의 초대다. 그렇기에 기도를 알려주시기에 앞서 아버지와 새로운 관계로 초대하신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8)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식별하는 신앙’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에는 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생각이 잘못될 수 있고, 탐욕이나 감정에 얽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는 지혜, 그것에 다다르기 위한 인내와 기다림, 마지막으로 신뢰일 것이다. 아버지께서 당신 자녀들을 보살피시고 끝까지 보호해 주시리라는 신뢰 말이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주님의 기도는 ‘신뢰의 기도’다. 하느님 아버지와 신뢰에 찬 관계를 맺도록 하는, 아버지께 대한 신뢰가 자라나도록 하는 기도이며,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다. 아버지께 대한 신뢰가 자라나는 곳은 바로 하늘이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름이요, 아버지의 나라이고 뜻이며, 그 뜻이 이루어지는 땅이다. 우리에게 전적인 신뢰가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아무것도 청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매일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스스로 길을 걸으며, 당신 뜻을 계속해서 찾기를(식별하기를) 바라신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배불리 먹이시고 입히시며 돌봐주는 아버지시기에, 우리는 아버지께 하루를 살기 위한 양식을 청할 수 있고, 용서하는 너그러움과 용서를 청하는 겸손을, 그리고 유혹과 악을 이기는 강건함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

 

주님의 기도는 신뢰의 기도로, 아버지 하느님과 깊은 내적 관계, 사랑의 관계로 이끌어준다. 부모 품에 안긴 아기처럼, 부모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히 잠들어 있는 아기처럼 우리도 신뢰로 모든 것을 아버지께 내맡길 수 있다면, 우리는 아버지 품에서 온기와 든든함, 그분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순 시기에 ‘사랑으로 이끄는 신뢰’를 주시기를,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그 사랑을 다시 체험할 수 있기를 청하면 어떨까.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3월 3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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