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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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교회법과 신앙생활25: 단순 근본 유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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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23 ㅣ No.477

[교회법과 신앙생활] (25 · 끝) 단순 근본 유효화


혼인장애로 영성체 못할 때 이렇게 해결하세요

 

 

* 저는 신자이고 제 배우자는 신자가 아닙니다. 제가 냉담을 하는 중에 예식장에서 결혼을 했지만, 성당에서 관면혼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고해성사 중에 이러한 사실을 고백했더니, 고해 사제가 관면혼인을 해야지 영성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왜 천주교 신자는 성당에서 혼인을 해야 하는지요?

 

혼인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는 일곱 성사 중의 하나입니다. 혼인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가장 분명하게 표현해 줍니다. 실제로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그들 자신에게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혼인할 때 그들의 결합을 하느님께서 인정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것은 혼인 예식 중에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하느님이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풀 수 없습니다.”

 

한 쌍의 결합은 그 자체로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끊임없는 사랑의 표시가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남편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25)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혼인할 때 이를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혼인에 하느님께서 깊이 관계하셨고, 또 그리스도교 공동체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가톨릭 신자들은 성당에서 주례 사제와 적어도 두 명의 증인 앞에서 혼인을 해야 합니다. 교회법 제1118조에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혼인이나 또는 가톨릭 신자와 비가톨릭 영세자 혹은 비영세자 사이의 혼인은 성당에서 거행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가톨릭 신자는 성당에서 혼인을 거행해야 하는데, 배우자의 협조로 혼인을 할 수 있는 경우와 배우자의 협조가 없어서 혼인을 할 수 없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배우자가 협조하여 성당에서 혼인을 거행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간단합니다. 본당 신부님과 혼인 면담을 하고, 성당에서 혼인(단순 유효화)을 거행하기로 정해진 날에 배우자와 두 명의 증인과 함께 출석하여 혼인을 거행하면 됩니다. 그러면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게 됩니다.

 

둘째 경우는 배우자의 비협조로 인하여 성당에서 혼인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제가 본당 신부의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나는 혼인 조당이니까, 영성체를 할 수 없으니까, 신앙생활을 포기합니다”라는 이유로 냉담을 하는 신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본당으로 인사이동을 하면, “제가 혼인 문제 해결사이니까, 혼인 조당으로 성당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신자들을 모두 저와 만나게 해 주세요. 제가 다 해결해 드릴께요” 이렇게 공지를 합니다. 그러면 실제로 배우자의 비협조로 인하여 혼인(단순 유효화)을 할 수 없어서 신앙생활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많은 신자들을 만났고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배우자의 비협조로 혼인(단순 유효화)을 할 수 없는 신자들은 ‘근본 유효화’라는 이름의 혼인으로 무효인 혼인합의를 혼인 시초부터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법의 의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 유효화는 본당 신부님이 허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구장님께서 근본 유효화를 허락하십니다. 성당에서 혼인을 거행하지 않았기에 비록 교회법적으로 무효이지만 혼인 당사자들이 혼인에 대한 합의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면, 애초의 혼인합의를 갱신할 필요 없이 근본 유효화의 은전을 사도좌나 교구장이 수여할 수 있습니다.

 

즉, 신앙생활을 원하는 신자가 배우자의 비협조로 성당에서 혼인을 거행할 수 없어서 영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경우에는 본당 신부님께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본당 신부님께서 근본 유효화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서 주교님께 근본 유효화를 요청하고, 주교님의 근본 유효화 은전 수여를 통해서 처음에 예식장에서 두 배우자가 합의한 혼인이 유효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이 근본 유효화는 배우자들의 혼인합의가 존속되고 또 튼튼한 유대가 계속될 때에만 허락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배우자들의 혼인생활이 지속되리라는 사실이 극히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근본 유효화를 허락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근본 유효화를 허락받으면, 그 혼인이 교회혼이 되었기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면 혼인 무효 소송을 통해서 무효 판결을 받아야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근본 유효화는 배우자들이 부부 생활을 보존하기를 원하는 개연성이 없는 한 수여되지 말아야 합니다.(교회법 제1161조 참조)

 

※ 그동안 ‘교회법과 신앙생활’을 집필해 주신 박희중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3월 22일,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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