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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짜 뉴스 그리고 평화를 위한 언론: 가짜 뉴스와 언론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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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2 ㅣ No.1517

[경향 돋보기 - 가짜 뉴스 그리고 평화를 위한 언론] 가짜 뉴스와 언론의 폐해

 

 

가짜 뉴스의 문제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또한 최근의 문제만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북한이 일으킨 것이다.’라는 이른바 ‘북한군 광수설’이다.

 

남파된 북한군이 5·18을 일으켰다는 가짜 뉴스는 애초 일부 극우 사이트를 통해서 유포되었다. 오랫동안 그냥 조작된 낭설이라고 인식되던 ‘광수설’은 ‘TV조선’(조선일보 자매사)과 ‘채널A’(동아일보 자매사)라는 종합 편성 채널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뷰 형태로 방송되었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고 양 방송사의 진행자가 사과도 했다. 그러나 5·18 관련 가짜 뉴스는 지금도 여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가짜 뉴스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문제를 인식하게 된 두 번째 사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가짜 뉴스의 범람이었다. 이때 나온 가짜 뉴스는 주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죽은 자식 특례 입학이나 돈을 노리고 하는 행태’라는 식의 유가족을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가짜 뉴스는 주로 동호회나 종교 모임, 동창회 등 이른바 ‘단체 카톡방’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은 웹사이트에 게재된 가짜 뉴스를 페이스북 등 공개된 공간에서 공유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각 모임의 구성원들끼리만 보는 은밀한(?)소통 공간에서 더 많이 유포된다는 특징이 있다. 지인들끼리 좋은 시나 교훈성 문구, 종교 메시지 등을 공유하며 서로 안부를 묻던 문화가 익숙했던 상황에서, 가짜 뉴스는 ‘은밀하지만 주요한 정보’라는 식으로 포장되어 전달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내용에 공감하면 ‘이를 퍼 날라 달라.’는 부탁 글에 많은 사람이 그 내용의 진위도 파악하지 않고 공유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개인이 받는 정신적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주로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돈’, 다시 말해 조회 수를 높여 광고 장사를 위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많이 유통되는 가짜 뉴스는 돈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지 않을까 의심해 볼 정도로 극단적인 정치적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로 말미암은 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겪는 폐해를 짚어 보자.

 

먼저 가짜 뉴스의 소재가 되는 당사자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억울한 상황을 겪게 된다. 100%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했던 어떤 말이나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심각한 왜곡이 이루어지고 모욕을 줄 수 있으며, 명예 훼손의 가능성이 커진다.

 

2017년 7월 사회 관계망 서비스(이하 SNS)상에서 “블랙리스트 등의 문제로 재판을 받은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에게 집행 유예를 선고한 판사가 라면을 훔친 절도범에게 징역 3년 6개월 판결을 내렸던 인물”이라는 가짜 뉴스가 유포된 바 있다. 가짜 뉴스에 속아 시민은 비분강개한 글을 썼고, 그 글이 언론에 다시 인용되면서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가 되어 버렸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이 받게 되는 모욕과 명예 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 2017년 “240번 버스 운전기사가 4세 아이를 방치한 채 떠났고, 수차례 문을 열어 달라는 엄마의 애원을 무시한 채 욕설을 내뱉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많은 사람은 버스 운전기사를 비난하며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후 버스 기사의 잘못이 없음이 확인되었다.

 

이 소동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를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돈이 되는 뉴스거리’라고 판단되면 적당히 복사해서 비슷한 기사를 올리는 언론사의 행태가 있었다. 정치적 사안이 아니지만, 부주의한 가짜 뉴스의 유포 때문에 버스 기사와 그 가족이 당한 정신적 피해는 엄청났다.

 

피해자가 개인으로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지역, 계층, 집단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카더라’ 정보로 말미암아 많은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5·18 관련 가짜 뉴스의 경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가짜 뉴스들은 5·18 당시 시민군의 사진과 북한 인물의 사진을 많이 비교 분석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을 ‘광수’로 지목하여 5·18에 남파되었던 인물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런 가짜 뉴스는 탈북자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인권 침해를 일으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공자들이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어서 공무원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짜 뉴스가 유포되는 과정에서 국가 폭력에 따른 피해로 이미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을 겪은 5·18 유공자들은 이중 삼중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피해를 보기도 하는데, 이것이 주로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지기 때문에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가짜 뉴스로 민주주의도 심각한 피해를 본다

 

선거 시기에 가짜 뉴스가 창궐하면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 행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선거 시기 때면 나타나는 가짜 뉴스는 특정 후보나 가족에 대한 저질스러운 행태나 진흙탕 싸움 같은 발언 행적이 많다. 이런 내용이 범람하게 되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치인은 모두 똑같이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회의감이 들기 마련이다. 이로 말미암아 정치 혐오주의, 선거 무용론으로 마음이 기울어 투표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짜 뉴스 때문에 부적절한 인물이 선거에 당선되는 더욱 심각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시기의 가짜 뉴스는 반드시 빠르게 검증해 차단해야 한다. 미국 대선의 폐해를 인지한 우리나라도 2017년 대선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페이스북’ 등 SNS, ‘네이버’ 등 포털은 물론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가짜 뉴스 유포를 막으려고 ‘가짜 뉴스 전담 팀’을 만들었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 및 비방·흑색 선전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가짜 뉴스를 ‘잡겠다’면서 정상적인 인물 검증이나 정책 검증조차 막아서는 안 된다. 바로 이것이 가짜 뉴스가 주는 또 다른 폐해로 언론의 고발성 보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애초 사회의 부정적인 내용을 고발하고 발굴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 의혹의 근거가 부족할 경우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가 아니겠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언론의 의혹 보도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황을 담지 못할 수 있다. 정책과 인물 검증은 선거 시기에 필요한 것이며, 언론의 정당하고 적절한 의혹 보도 자체를 모두 가짜 뉴스로 치부하지는 말아야 한다.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무엇이 가짜 뉴스인지, 왜, 누가 만드는지, 그 폐해는 무엇인지조차 아직 공방 수준의 논의가 되는 상황에서 이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묘수는 나오기 힘들다. 인터넷 공간에서 모든 가짜 뉴스를 빠르게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포털과 댓글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 틈새를 노리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다면 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잣대로 작은 인터넷 매체나 개인이 쓴 글만 걸러내면 된다고 여기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는 1인 미디어나 작은 인터넷 언론에서 대충 만든 일종의 ‘찌라시’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종편은 5·18 북한군 조작설을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는 시사 토크쇼에서 버젓이 방송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를 모독하려고 수많은 매체가 가짜 뉴스를 토대로 소설에 가까운 치욕스러운 보도를 내놓았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는 가짜 뉴스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것을 만든 주체가 누구냐, 미디어 형태가 어떠냐 등의 형식보다는 기사 내용, 그러니까 콘텐츠가 허위 또는 진실과 다를 때 가짜 뉴스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 등에 개인이 쓴 글, 기존 유력 매체가 아닌 아주 작은 매체가 쓴 글이 가짜 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이 허위 또는 진실과 다를 때 모두 가짜 뉴스라는 말이다.

 

게다가 SNS에 떠도는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로 만들어 주는 것은 기존 언론이다. 언론이라면 최소한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데 앵무새처럼 베껴 쓰는 기사가 넘쳐 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이런 기존 언론의 문제는 가짜 뉴스 그 자체보다 파괴력이 크다.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의 지적과 비판이다. “가짜 뉴스의 가장 큰 해악은 주류 언론의 왜곡된 정보가 ‘진짜 뉴스’로 왜곡되어 수용되는 것이다. 언론사 바이라인을 달고 정부 기관의 일방적인 홍보 기사와 광고주의 상업적 정보로 가득한 것도 진짜 뉴스로 둔갑해 시민들의 인식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가짜 뉴스를 막는 데는 기존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안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언론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발언, 정보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은 뉴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또한 언론사는 SNS에 떠도는 많은 충격적인 소식, 음모론, 온갖 선정적인 영상에 대해서 철저하게 검증한 뒤에 보도해야 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가짜 뉴스 여부를 제대로 검증해 주는 언론’이라는 공신력을 쌓아 가는 것이 조회 수와 속보 경쟁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될 것이다.

 

독자도 어떤 뉴스를 대할 때 ‘이것이 과연 공익적인 소비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제대로 읽어 보거나 의심조차 하지 않은 채 무심결에 가짜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친구들에게 ‘퍼 나르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가짜 뉴스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며, 그런 허위 사실을 소비하고 퍼 나른다는 점에서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언경 - 한국 언론의 문제를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 시민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활동가이다.

 

[경향잡지, 2018년 5월호, 김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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