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참된 겸손으로 주님께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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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03 ㅣ No.879

[레지오 영성] 참된 겸손으로 주님께 나아가기

 

 

우리 살면서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요. 게다가 신앙인인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때론 보이기 위해, 또는 거짓으로 겸손한 것이 아니라 참으로 겸손한 사람인가?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제로 살면서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더욱 많이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나이와 다른 것 상관없이 자꾸 ‘신부님’ ‘신부님’ 불러주니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서품받기 전 대품피정했던 곳에 걸려있던 액자 구절을 떠올립니다.

 

‘내가 신부다 신부다 하니 사람들이 너가 신부냐 신부냐 하고,

내가 신부 아니다 하니 사람들이 신부님 신부님 하더라.’

 

이것과 더불어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사제가 겉으로만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를 따르는 척하고,

사제가 진심으로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제가 성인처럼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에게 무릎을 꿇는다.’

 

교황 클레멘스 1세께서 남기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겸손은 참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사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리스도를 닮아야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이니까 말입니다. 과거 간디가 했던 말을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성인전에서 배우는 예수라는 사람은 훌륭한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니 신앙을 갖는 것이 별로라고 말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으로 말하면 천주교와 개신교 모두 포함됩니다만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질문이지요. 우리는 어떻게 진정으로 겸손해질 수 있을까요?

 

‘자존감’, 저는 나름 이것에 대한 대답으로 자존감을 말합니다. 이 ‘자존감’ 이미 과거에 유행했지요. 물론 지금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모두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하지만 어떻게 적용하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입니다. 방향성 자체가 나를 향해 있는, 자아 존중감이지요. 이것과 겸손을 연결해서 생각하고 싶습니다. 물론 신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말이지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 남을 사랑할 수 있어

 

‘자존감 높이기’를 위한 정말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신앙 안에서 우리가 해볼 것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 아니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 신앙인들 자신을 위해서는 인색합니다. 약간 우리나라 문화와도 엮여 있는 것 같고요. 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그러한 것은 괜찮아도,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러하다면 비난까지는 아니어도 뒤에서 소리가 나곤 하는 것 같아요. 교우분들 기도하시는 것을 보아도 그러한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 가족이나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세요. 물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하시겠지만, 수도 적고 조용히 하시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십계명을 생각해봅니다. 우리 모두 예비자 교리 때 배우잖아요. 십계명을 요약하면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웃사랑을 조금 더 잘 보면, 마태오복음 22장 39절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이웃을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결국 순서입니다. 가장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그 사랑 안에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 진정 남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는데, 어찌 참으로 남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겸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희생하여 바치신 제사로 나를 사랑해주셨습니다. 주님의 그러한 사랑을 받는 나 자신인데, 내가 무슨 권리로 나 자신을 미워합니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조금은 안아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진정으로 주님의 그 깊은 겸손을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레지오 단원 여러분, 우리는 레지오 단원으로 늘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겸손하지 못한 자부심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먼저 겸손해야 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레지오 단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직접적으로 주님을 알리는 모델들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주님 얼굴에 먹칠이 되면 안 되겠지요. 그러하니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고 나를 조금 더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는 하루가 되면 어떠할까요?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7월호, 이우진 요셉 신부(인천교구 선교사목부장, 인천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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