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이런 것도 죄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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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18 ㅣ No.1986

[영성심리] 이런 것도 죄가 되나요?

 

 

고해소에 있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떤 일을 이야기하고는 마지막에 “그런데, 이런 것도 죄가 되나요?” 하는 물음이죠. 때로 “저는 고백할 죄가 없어서 성사를 안 봐요. 그래서 판공 때마다 성사 보는 것이 힘들어요.” 하는 분도 계십니다.

 

죄란 무엇일까요? 로또 1등에 당첨되기를 너무나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주 복권을 사고 추첨일을 기다리죠. 주간 내내 기다리다가 추첨일이 되면 초조한 마음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추첨 상황을 지켜보고, 당첨되지 않으면 너무나 실망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복권을 사러 가죠.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는 모습을 생각할 때 어떤 마음이 드세요? 복권을 사는 것이 범법 행위는 아닙니다. 죄가 아니죠. 하지만 복권에 빠져들어 하루 종일, 주간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지낸다면, 그래서 희망하고 실망하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일 터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또는 내 자녀가 이러고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지 않을까요? 복권 사는 것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행복하지 않을 그 삶이 안타까워서 복권 사는 것을 말리지 않을까요? 복권에서 자유로워지라고 그를 설득하고 계속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

 

죄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교회에서 가르치는 죄의 실체는 분명합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 안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감정 자체와 그 감정을 따라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구별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죄는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그 행복이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선택에서 오는 행복은 물론 아닙니다. 자신에게 집중하여 나만 챙기고 위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과 ‘비슷하게 하느님 모습으로’(창세 1,26 참조) 창조되었고, 하느님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할 때 참으로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상 삶을 마무리하시는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일종의 유언처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라는 계명을 주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 각자가 행복하기를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바라십니다.

 

죄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자기 죄를 고백한다는 것은 행복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시는 하느님께, “하느님, 이런 저를 보면서 많이 속상하셨죠? 당신 마음을 상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고 말씀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죄가 되는 행위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나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깊이 알아듣는다면,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이 죄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굳건한 영을 제 안에 새롭게 하소서.”(시편 51,12)

 

[2023년 10월 15일(가해) 연중 제28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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