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파리 생드니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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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7 ㅣ No.245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10) 파리 생드니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주님 탄생 예고 담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진수

 

 

- 생드니 수도원 성모 마리아 경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모습. 예수 탄생과 유년기, 성모 마리아의 일생 등이 그려져 있다.

 

 

고딕 양식의 교회건축보다 높고 넓어진 창에 본격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파리 생드니 수도원 성당에서부터다. 쉬제르 아빠스의 감독 아래 생드니 수도원 성당에서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 수는 그러나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불행하게도 성당 창 전반에 걸쳐 설치됐을 스테인드글라스 가운데 상당수가 프랑스 혁명 당시 파손돼 후에 19세기 건축가 비올레르뒤크(Villolet-le-Duc)에 의해 보수 복원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1144년경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부분적으로 남아있어 당시 작품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생드니 성당은 파리에서 지하철 13호선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해 종점 직전 역인 바실리크 드 생드니(Basilique de Saint-Denis) 역과 연결돼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파리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트르담대성당은 빠지지 않고 방문하지만, 의외로 생드니나 샤르트르대성당은 그냥 지나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12~13세기 스테인드글라스 전성기 작품을 보기 위해 놓치지 말고 찾아가야 할 곳들이다.

 

생드니 수도원 성당 ‘성모 마리아 경당’(Chapelle de la Vierge)에는 이곳 스테인드글라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있다. 12세기에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두 개의 창이 한 쌍을 이루는 성모 마리아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좌측에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부터 유년기의 주요 내용과 성모 마리아의 죽음이 표현됐다. 이 창은 ‘예수의 탄생과 유년 시절’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성모 마리아의 죽음을 다룬 마지막 패널 때문에 그 주제를 ‘성모 마리아의 일생(La Vie de la Vierge)’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바로 옆 오른쪽 창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혈통을 나타내는 가계도(家系圖)인 이새나무(Jesse Tree)를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자리하고 있다. 쉬제르 아빠스는 생드니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중 유일하게 이새나무에서만 하나의 주제로 전체 창을 아우르는 형식을 취했다. 이새나무 도상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도입된 것은 생드니성당이 처음이며, 이후 샤르트르대성당 이새나무 창으로 이어졌다.

 

- 생드니 수도원 성모 마리아 경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맨 아래 패널에는 주님 탄생 예고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성모 마리아 경당의 두 창 가운데 왼쪽 창에는 크게 6개로 나뉜 구획에 ‘주님 탄생 예고’, ‘예수 탄생’, ‘동방박사의 여행’, ‘이집트로의 피난’, ‘예수와 율법학자들’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영면’이 표현되었다. 이야기 순서는 아래에서 위로 진행이 되며 중앙에 원형과 사각형으로 번갈아 놓인 프레임에 주제 화면이 그려지고, 양옆으로는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를 담은 화면을 배치해 내용의 풍성함을 더했다.

 

이 중 두 번째 패널인 ‘예수 탄생’은 12세기 제작되어 남아 있는 부분으로 세 개의 아치 아래 자리 잡은 아기 예수와 그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이 천상의 다섯 천사와 함께 있다. 세 개의 아치는 상단에 이어지는 예수와 율법학자들, 성모 마리아의 선종을 다룬 패널에서도 반복해 등장하는데 화면 내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쓰이고 있다.

 

이 전체 창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맨 아래 패널에 자리한 ‘주님 탄생 예고’가 아닐까 한다. 성모 마리아의 붉은색 후광, 여기에 입맞춤하는 성령의 비둘기와 성령으로 잉태했음을 알리는 가브리엘 대천사, 그리고 성모와 가브리엘 천사의 후광을 연결하고 있는 ‘AVE MARIA’는 간결하고 집약적으로 예수 탄생의 예고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프레임의 경계를 넘어 성모의 발치에 엎드려 공경을 표하고 있는 쉬제르 아빠스의 모습에서 성전을 봉헌한 이들의 경건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27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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