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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13년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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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07 ㅣ No.490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2013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믿음과 희망의 순례인 이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에서 일깨워 주듯이, “교회는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고”(40항)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는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입니다”(사목 헌장 1항).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느님의 종 바오로 6세께서는 교회를 “인간에 대한 전문가”(회칙 「민족들의 발전」, 13항)라고 부르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께서도 인간은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따라 걸어야 하는 첫째가는 길이고 …… 그리스도 친히 따라 걸으신 길”(「백주년」, 53항)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선임 교황님들을 따라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온 교회가 그 모든 존재와 활동에서 - 진리를 선포하고 성찬례를 거행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 온전한 인간 발전의 촉진을 도모한다.”(11항)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이유로 이주의 경험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이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문제를 파생시키며, 국내와 국제 공동체에 극적인 도전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62항). “모든 이민은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진 한 인간”(62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과 교황령 「이민 가정」(Exsul Familia) 반포 60주년을 경축하는 올해, 저는 “믿음과 희망의 순례인 이주”를 2013년 세계 이민의 날 주제로 정하였습니다. 때마침 온 교회는 신앙의 해를 지내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이민들의 마음속에서 믿음과 희망은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민들은 더 나은 삶을 간절히 바라고, 흔히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절망’에서 벗어나 떠나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힘든 여정 중에도 많은 이민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신다는 굳은 믿음으로 힘을 얻습니다. 이러한 확신은 실향의 아픔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고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도 줍니다. 이민들의 짐 꾸러미는 믿음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은 믿음과 희망으로 “현실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현재라면, 그리고 우리가 이 목표를 확신할 수 있다면, 또한 이 목표가 힘든 여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것이라면, 비록 고달프더라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현재”(「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1항)임을 알고 있습니다.

 

교회는 광범한 이주 분야에서 어머니다운 관심을 다방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교회는 이주가 종종 비극적이고 힘든 상황을 초래하면서 엄청난 가난과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로써 수많은 긴급 상황들을 해결하려는 원조 계획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개인과 단체, 자원 봉사 협회와 운동들, 본당과 교구의 기구들이 선의의 모든 사람과 협력하여 아낌없이 헌신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교회는 이주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과 잠재력과 자원들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이민과 망명자, 난민들이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완전히 동화되면서도 저마다 개인 생활에 본질적인 종교적 차원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돕고 지지하는 환대 계획과 센터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사명에 힘입어 바로 이 차원에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쏟아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임무입니다. 세계의 여러 다른 지역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종교적 차원에서 관심을 쏟을 때에는 교회 일치 대화와 신생 공동체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목 조직을 마련하고 다양한 예법들을 존중하여 그들이 지역 교회 공동체의 삶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인간 증진은 영적 친교와 짝을 이루어야 합니다. 영적 친교는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는”(「믿음의 문」, 6항) 길을 열어 줍니다. 확고하고 믿을 수 있는 희망의 길을 열어 주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인도하며, 교회는 언제나 소중한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이민과 난민과 관련하여, 교회와 다양한 교회 기구들은 단순히 원조만 하는 위험을 피해야 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행동하며, 기꺼이 창조적 공헌을 하고, 완전한 시민권을 가지고 같은 권리와 의무를 공유하는 사회 속에 실질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민들은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도록 영감과 도움을 주는 신뢰와 희망을 가지고 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의 개선만을 추구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 이주는 대개 두려움에서 시작되고 박해와 폭력이 그 원인이 될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들에게는 가족을 버리고 또 생존을 어느 모로 보장해 주던 재산을 포기해야만 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고통도 크나큰 상실도 때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낯선 나라에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삶을 다시 일구고자 하는 꿈을 깨뜨리지 못합니다. 실제로 이민들은 그들이 환대를 받고 다른 이들과의 연대 안에서 도움을 받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아픔과 비극을 이해하고 그들의 가치와 능력을 알아보는 이들, 혜택 받지 못하고 궁핍한 이들과 인간적이고 물질적인 나눔을 기꺼이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사실 “인류의 연대는 한 가지 사실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이익을 줄 뿐 아니라 또한 의무도 부여”(「진리 안의 사랑」, 43항)한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과 난민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환대의 관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그들은 자신의 전문 기술과 사회적 문화적 유산, 그리고 흔히 신앙 증언을 통하여 새로 정착한 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신앙 증언은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공동체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다른 이들이 그리스도를 만나고 교회를 알도록 초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나라는 이주를 조절하고 공동선의 일반 요건에 따른 정책들을 실행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모든 사람이 지닌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나 존중하여야 합니다. 공의회의 사목 헌장 65항이 되새겨 주듯이, 인간의 이주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며, 이 권리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능력과 열망과 계획을 더욱 잘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이주할 권리에 앞서 이주하지 않을 권리를 재천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조국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께서 거듭 말씀하셨듯이, “자기 조국에 산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이 권리는 사람들이 이주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계속해서 통제할 때에 비로소 유효합니다”(제4차 세계 이주 사목 대회에서 한 연설, 1998.10.9.). 사실 오늘날 우리는 이주의 주된 원인이 경제 불안, 필수품의 부족, 자연 재해, 전쟁과 사회 불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주는 신뢰와 믿음과 희망에 찬 순례가 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해골 터’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이주 결정에 대한 책임 있는 주체라기보다 오히려 희생자로 비쳐집니다. 그 결과 어떤 이민들은 환대하는 사회 속에 제대로 잘 동화되어 만족스러운 사회적 지위를 얻고 품위 있게 살아가는 반면, 다른 많은 이민들은 소외된 채 살아가면서 종종 착취당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박탈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새로 편입되어 살아가는 사회에 해로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통합의 길은 이민들이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권리와 의무는 물론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민들 또한 그들이 편입된 사회가 주는 가치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불법 이주 문제를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와 착취의 형태를 띨 경우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범죄는 단호하게 단죄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이주 조절 정책은 단순히 국경을 봉쇄하거나 불법 이민을 더욱 엄격히 제재하거나 새로운 입국을 막는 조치를 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많은 이민들이 그러한 인신매매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정책은 출발지 나라의 발전을 위한 유기적이고 다각적인 도움과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또한 합법적인 입국을 조절하는 체계적인 계획과, 정치 망명을 넘어 인도주의적 보호를 요청하는 개별적 사례들을 고려하는 한층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규범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양심을 형성하는 끈기 있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경우, 인간의 전인적 발전에 기여하는 교회 기구들과 다른 기관들 사이에 이해와 협력의 관계를 강화하고 증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사회적 인도주의적 투신을 위한 힘은 복음을 충실히 따르는 데에서 나옵니다. “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누구나 스스로 더 인간답게 된다.”(사목 헌장 41항)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민 여러분, 이번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여러분이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새롭게 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주라는 순례 여정 동안 여러분이 받은 환대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모습을 알아보는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가까이 계시니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은 주님과 함께 난관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여러분에게 베푸는 열린 호의와 환대를 보물처럼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삶은 때로 암흑과 폭풍우가 들이닥치는 역사의 바다를 헤쳐 나아가는 항해와 같고, 그 항해를 하는 동안 우리는 방향을 가리켜 주는 별들을 살핍니다. 우리 삶의 참된 별들은 훌륭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희망의 등불입니다. 분명,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역사의 모든 그림자 위로 떠오른 태양과 같은 참된 빛이십니다. 그러나 그분께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가까이 있는 등불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빛으로 우리의 길을 이끄는 사람들입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49항).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징이시며 우리의 ‘길잡이 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여러분 모두를 맡겨드립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로서 삶의 모든 순간마다 우리 곁에 계십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애정을 담아 교황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2년 10월 1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원문 : Message of His Holiness Benedict XVI for the 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 (2013), "Migrations: pilgrimage of faith and hope", 2012.10.12., 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판도 참조>

 

* 한국 천주교회의 2013년 이민의 날은 4월 28일입니다. - 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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