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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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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2 ㅣ No.558

[현대교회의 가르침] (16) ‘구세주의 어머니’ (1)


하느님 구원사업에 온전히 봉헌한 ‘천주 모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1987)는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에 응답하는 인간과 그 공동체인 교회의 정체성과 성격을 마리아를 통해서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시작하여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선포된 회칙의 정신을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지난 50년간 현대세계 안에서 복음의 뿌리를 새롭게 내리고 성장해온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21세기에 나아갈 영적 방향을 가늠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현대교회의 마리아론으로 일컬을 수 있는 회칙에서 교회의 성격이 온전히 드러났다면 그 근간이 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1964), 바오로 6세 교황의 권고 ‘마리아 공경’(Marialis Cultus, 1974)과 더불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성모님을 향한 지극한 공경심으로 이어지는 역사적·신학적 배경을 되돌아봄으로써 회칙의 사목적 지향을 보다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회칙의 구성과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마리아와 교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나아가 회칙의 신학적 해석을 기반으로 마리아 공경의 방향과 성격을 반성함으로써 살아있는 신앙전통의 맥을 올바로 이어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I. 회칙의 역사적 · 신학적 배경


1. 구원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처녀이신 어머니 마리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1964) 제8장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응답하고 그리스도의 탄생에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공경하고, 교회 안에서 그 구원의 신비가 이어짐으로 교회의 전형이고 모범이며, 성령의 가르침을 따라 교회의 어머니이심을 밝히고 공경할 분임을 알린다(52~53). 즉, 공의회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가 모든 피조물들 안에서 드러나듯이 구원의 종속적 임무를 가지신 마리아를 모든 피조물들과 교회에 완덕의 모범을 보이시는 분으로 드러낸다(62). 그러므로 교회는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서 복음선포와 세례를 통하여 성령으로 잉태한 하느님의 새로운 자녀들을 낳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며(64), 그때에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신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통하여 신자들의 마음속에서 태어나시고 자라나실 것이다. 즉, 교회는 자신의 사도직 사명 안에서 마리아의 모범을 실천하는 것이다(65). 

 

그런데 복되신 동정녀이신 마리아를 공경하는 태도는 강생하신 말씀과 성부, 성령에게 드리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공경의 표현은 성자께서 바르게 이해되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는 한계 안에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함이 인정될 수 있다(66). 즉, 교회는 완벽한 교리를 제시하지 않고 신학적 견해에 관해 열린 자세를 보이지만(54), 성모신심은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향한 자녀다운 사랑으로서 전례적 공경을 통하여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그 표현이 참된 교리에 대해 오해로 이끌 수 있는 것은 힘써 막아야 한다고 가르치며, 참된 신심은 참된 신앙에서만 우러날 수 있으며 그분의 덕행을 본받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67). 나아가 마리아는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서 모든 성인들의 통공과 함께 당신의 기도 안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일치로 이끄는 어머니인 것을 다시 확인하였다(69).

 

바티칸의 교황 경당 내부 모자이크 ‘구세주 어머니’(Marco Rupnic, sj·1999). 승천하는 그리스도 아래에서 성모 마리아와 제자들이 성령강림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2.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마리아 공경 

 

로마교회의 전례를 개혁하고 마리아 신심의 올바른 방향을 가르친 바오로 6세 교황의 권고, ‘마리아 공경’(Marialis Cultus, 1974)에서는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협력한 마리아를 교회의 모범으로 공경하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과 분리될 수 없음을 확인하고(4), 마리아가 차지하는 개별적이고 특별한 위치가 언제나 그리스도 구원사건들의 축일들과 함께 드러남을 강조한다(5~8). 즉, 마리아는 깨어있는 동정녀로서 하느님의 구원약속을 받아들였으며(루카 1,38), 예수 그리스도의 유년기를 마음에 간직하여(루카 2,19.51) 교회에 유산으로 전해준 유일한 증인이시다(17). 따라서 교회는 마리아의 일생이 그리스도와의 일치 안에서 이루어진 것을 교회의 전례 안에서 기억한다(23). 마리아는 성령으로 형성된 새로운 피조물이며 성령과 함께 그리스도와 교회의 탄생에 기여한 분으로서 삼위일체의 관계 안에서 탁월하신 분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탄생시키는데 어머니로서 교회와 협력하시는 분이다(28). 즉, 교회는 마리아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그분의 모성으로 새로운 영적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에게 드리는 사랑은 성서를 바탕으로 전례와 신심기도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사목적인 기준을 가지고 그 형태를 쇄신할 필요가 있으며, 신심행위는 지역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전례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31). 또한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그분의 영적 모성에 대한 공경이며, 궁극적으로 구세주이며 유일한 중재자, 교회 일치의 중심이신 그리스도를 향한다(32~33). 특별히 현대세계의 변화와 학문의 발전을 통하여 인간학의 차원에서도 마리아의 모범이 새롭게 수용되고 신심의 가치가 올바로 평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32~35). 왜냐하면 마리아는 당신의 아들에게만 배타적인 사랑을 쏟으신 분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도 공동체의 믿음을 북돋우시고(요한 2,1-12) 현대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며,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키고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는 정의와 애덕의 옹호자인 동시에 사랑의 활기로 천상을 향해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의 증인이기 때문이다(37). 

 

바오로 6세 교황은 마리아 신심과 연관하여 삼종기도가 하느님 아들의 강생과 파스카 신비를 회상하도록 돕는 불변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41), 로사리오(묵주기도)가 복음적 기도로서 그리스도인의 생활과 사도적 헌신을 키워주는 고유한 효력이 있음을 특별히 강조하였다(42~48). 또한 마리아 신심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복음적 덕행의 모델로 빛나는 마리아를 바라보고 따름으로써 하느님과 우정과 친교를 맺으며 성령이 함께 하시는 내적 은총의 상태를 누리는 것이므로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로 이끈 마리아를(요한 2,5) 공경하는 것은 전례에서 마리아의 목소리와 결합하여 주님께 위안, 확신, 희망, 기쁨을 드리는 사목적·신학적 가치를 드러내며, 교회와 사회에 유익이 되도록 기꺼이 투신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57~58).

 

 

3.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자녀다운 공경과 마리아신학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된 폴란드의 카롤 보이티와(1920~2005)는 아홉 살이 되던 1929년, 심장병을 앓던 어머니 에밀리아를 잃고 성모님을 자신의 어머니로 의지하며 성장하였다. 그의 교황문장에서 볼 수 있는 대문자 ‘M’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서있는 어머니 마리아를 상징하며, 인간의 구원에 결정적으로 참여하는 성모님의 중재를 드러낸다. 크라코비아의 추기경 시절부터 사용하던 문장인 ‘TOTUS TUUS’(모든 것은 당신의 것) 역시 그의 조국 폴란드의 성지 체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 수도원의 검은 성모님께 드린 공경에서 비롯되어 성모님께 온전히 의지했던 교황 자신과 교회의 전적인 헌신을 상징한다. 

 

교황이 된 후에는 파티마와 과달루페 등 여러 성모성지를 방문하고, 2000년 희년에는 바티칸의 교황 집무실 옆의 경당을 현대식 이콘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구세주 어머니’ 성당으로 봉헌하였으며,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를 묵주기도(로사리오)의 해로 선포하고 교서 ‘동정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 2002)에서 묵주기도에 그리스도 생애의 다섯 가지 중요한 순간들을 마리아와 함께 기억하는 ‘빛의 신비’를 더하였다. 

 

이는 예수의 삶을 구체적으로 기억함으로써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경륜을 분명히 하며, 묵주기도를 통하여 마리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생애의 여러 사건들을 묵상하며 인간의 진리와 함께 구원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 최우혁(미리암) 박사는 서강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로마 교황청 대학 테레시아눔에서 영성신학 석사, 마리아눔에서 마리아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소속 여성신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11일, 최우혁 박사]

 

 

[현대교회의 가르침] (17) ‘구세주의 어머니’ (2)


‘교회 나아갈 길’ 제시하는 영적 어머니

 

 

II.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의 구성과 내용 

 

마리아신학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지나간 이천년기를 마감하고 삼천년기의 문을 여는 희년을 준비하며, 마리아 안에서 전망하는 인간과 교회의 지평을 보여준다. 

 

서론(1~6항)은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회관을 압축하며,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의 전통을 따라서 마리아와 교회의 관계를 재확인하였다. ‘충만한 때’를 알아채는 것은 영원이 시간 안에 들어와 그리스도의 신비로 채워져 ‘구원의 때’로 전환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며, 마리아가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라는 확언을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동참한 것은 감추어진 교회의 여정이 그리스도의 강생과 함께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전례에서 나자렛의 마리아를 교회의 시작으로 찬미하며(1),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전통에 따라 역사 안에서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현존을 살아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를 종말을 향해 순례의 길을 걷는 교회를 앞장서서 이끄시는 분으로 공경한다(2). 즉,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란 칭호에 담긴 마리아의 신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해서 밝혀지며, 이 신비 안에서 교회는 자신의 존재와 신비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4~5). 

 

제1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계신 마리아’는 복음서의 흐름을 따라서 마리아의 역할을 살펴보고 신학적 재해석을 통해서 그리스도 신비의 구원사적 의미를 알린다. ‘1. 은총이 가득하신 분’(7~11항)에서 마리아는 자신을 선택한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당신의 의지를 드려서 신성과 인성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완성되도록 도운 분이다. ‘2. 행복하십니다. 믿으신 분!’(12~19항)에서 마리아는 아브라함의 신앙을 따라서 세상에서 살아가고, 하느님의 백성을 대표해서 아드님의 희생제사에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신을 결합시키신 분이다. ‘3.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20~24항)에서 카나의 예수님이 당신의 때를 시작하도록 매개하신 마리아는 ‘말씀의 강생’ 순간과 ‘교회의 탄생’ 순간의 고유한 일치 안에서 성령의 길을 가르치신 분이다. 복음서는 마리아가 신앙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신앙을 따라 그리스도의 신비에 결합한 하느님의 백성을 대표하며(루카 1,46-55), 은총을 입으신 처녀로서(루카 1,28) 구원의 약속을 믿고 부름에 응답함으로써 하느님의 짝이 되신 분이며(루카 1,38), 십자가 위의 아들의 요청으로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분(요한 19,25-27)으로 소개한다. 즉, 교회는 마리아에게서 ‘성령에게서 태어나는’ 길을 배움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이며 신부로서 마리아의 현존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24). 

 

제2부 ‘순례하는 교회의 한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의 어머니’는 ‘1. 지상의 모든 나라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25~28항)에서 사도들의 믿음에 앞서는 마리아의 믿음을 성령강림을 통하여 재확인한다. 즉, 마리아는 ‘새 이스라엘’을 이루는 이들과 더불어 새로이 맺어질 계약을 앞장서 이끄시는 ‘주님의 여종’으로서 주님의 탄생예고에서 성령의 정배가 되어 말씀을 받아들였듯이, 교회의 여명에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한 특별한 존재로서 교회의 신비에 속함으로 교회가 마리아의 믿음 위에서 세워진 것을 재확인하였다(25). 또한 이천년을 맞이하는 기간에 이르기까지 마리아는 개인과 교회공동체의 여러 전통에서 그분의 모성적 현존을 드러내며 모든 영적 축복과 인류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내적 공간이 되었다(27~28). 

 

‘2. 교회의 여정과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29~34항)는 순례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마리아가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 빛나는 분임을 전제로 하고, 일치를 위해 서구교회들과는 교회의 신비와 직무, 마리아의 역할에 관한 교리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29), 정교회와 오랜 동방교회들과는 공유하는 전통과 역사를 기억하고 천주의 모친(Theotokos)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를 위해(31) 노력하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대화를 통해서 동방교회의 풍부한 성모신심이 전례와 성화 안에 담긴 것을 새롭게 받아들임으로 다양한 교회의 전통들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32). 

 

나아가 ‘3. 순례하는 교회의 ‘마니피캇’’(35~37항)를 통해서 그리스도 신앙인들의 일치를 재발견하고 아브라함의 전통이 마리아를 통해서 새로운 계약으로 성취된 것과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한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에 현존하는 마리아와 함께 마니피캇(마리아 찬가)을 부르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사랑이 하느님의 우선적 사랑에 따른 것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37). 이는 완전한 자유와 해방의 모습으로 찬미하는 마리아에게서 교회의 전형이며,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제3부 어머니의 중재는 ‘1. 주님의 종, 마리아’(38~41항)의 중재가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중개에 참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마리아의 신적 모성은 ‘주님의 종’이며(38), 성령의 배필인 신부의 자세이며, 일관한 존재론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협력으로서(39), 성인들의 통공과 함께 인간들의 은총을 위한 영적 모성으로서 전환되었으며, 종말론적 완성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2.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 안에서 마리아’(42~47항)는 복음선포와 세례를 통하여 성령으로 잉태된 하느님의 자녀들이 불멸의 새 생명을 갖도록 역할을 다하는 교회가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어머니가 되어야 함을 가르친다(42). 또한 마리아는 은총과 당신의 모성으로 교회에 협력하며, 성령 안에서 인간 개인에게도 당신의 모성을 선물하여 양육과 돌봄을 실천할 수 있기를 갈망하신다(43). 특별히 자유롭고 능동적인 봉사로서 강생 사건에 자신을 맡기셨던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여성들과 고유한 관계를 맺고 여성들이 참된 자기 발전을 이룩하는 비결을 발견하도록 격려하신다(47). 

 

‘3. 마리아의 해의 의미’(48~50항)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인류의 특별한 유대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신 어머니의 특별한 현존을 강조하며, 마리아 신심을 통하여 마리아 영성의 풍요로움을 경험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마리아와 협력하여 미래의 새로운 전망을 열기 위함이다. 이는 마리아를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확실한 희망과 위안의 표시’로 바라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48). 

 

결론(51~52항)은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에 참여한 첫 사람 마리아는 ‘위대한 변화’를 경험한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교회는 현재에도 죄 안에 있는 인간들이 변화하여 은총과 정의 안으로 들어오는 삶을 이루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한다(52). 이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인간의 영원한 소명 안에 있는 마리아를 따르며 그분의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마리아를 통하여 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그리스도에게 기도하는 것이다.

 

 

III. 신학적 해석을 통해 전망하는 마리아 공경의 지평 

 

베네딕토 16세가 된 요셉 라칭거 추기경과 지난 세기의 영적인 신학자로 꼽히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는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를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응답’이란 주제 아래 해석하였다. 라칭거 추기경은 회칙이 성경에 의지하여 역사적인 역동성의 관점에서 마리아를 조명했다고 평가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결단을 통해서 신앙의 모델이 되는 마리아는 전례 안에서 기쁨으로 반복되며 기억되고, 이러한 순환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는 시간 안에서 기억되는 동시에, 시간을 넘어서 순간에서 영원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열려있다고 보았다. 

 

아름다움을 통해서 하느님의 구원경륜을 조명했던 발타사르 추기경은 교회의 원형을 마리아에게서 재확인하였다. 그에게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와 연관하여 순례하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이 교회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이르도록 모성으로 중재하는 분이시다. 이는 마리아가 아브라함의 신앙 전통 안에서 그리스도의 강생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신앙 안에서 인류전체의 구원을 감싸 안으며 기쁨으로 찬미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마리아는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경험한 모든 어려움과 수난의 기억을 교회에 고스란히 전하였으며, 교회의 영원한 모델이다. 즉, 마리아의 신앙과 전승을 통하여 교회는 비로소 그리스도 예수의 역사적 삶을 통하여 교회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들은 마리아를 통하여 자신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그분의 여성성 안에서 희망의 징표를 재확인 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한국교회 안에서 마리아는 진한 모성을 바탕으로 봉사와 헌신을 통해서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적인 어머니로, 또한 영적 자녀들의 기도를 아들 그리스도에게 전하는 중재자로서 공경의 대상이 되시는 분이다. 그러나 성숙한 어머니로 태어나는 이가 없듯이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는 아브라함의 신앙 전통을 잇는 시온의 딸이며, 성령의 은총을 입어 흠이 없으신 처녀로서 그분의 정배가 되셨다. 그러기에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사건이 실현되는데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온 마음과 몸을 드릴 수 있었고, 성령과 함께 하는 교회의 원형으로서 그 시작에서뿐 아니라, 역사의 모든 시대와 지역에서 보편교회의 지평을 열도록 이끄는 영적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다. 

 

따라서 삼천년기를 맞이하며 마리아를 통해서 성숙한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간절한 사목적 지향은 어머니 마리아의 처녀, 신부, 어머니로서 살아낸 복음적 일생을 세밀하게 조명한 회칙을 통하여 드러났다.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는 순례하는 교회가 21세기에 나아갈 새로운 길의 지평이며 나침반이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18일, 최우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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