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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무엇을 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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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18 ㅣ No.1201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무엇을 담고 있나


아름다운 이 땅은 여전히 ‘위기’… 우리의 대응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 2023년 10월 4일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미사에서의 프란치스코 교황. CNS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를 발표했다. 다음날인 5일 일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했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생태적 회심’이 있어야 한다는 교황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발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구는 위기 속에 놓여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항상 있다”고 말한다. 2023년, 「하느님을 찬양하여라」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왜 발표했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교황 권고의 형태로 발표됐다.

 

교황 문헌은 회칙-교황 교서-교서(서한)-교황 권고-권고-담화-연설(훈화)-강론의 순서대로 수신자의 범위와 구속력이 높다. 2015년 반포된 「찬미받으소서」는 회칙의 형태로, 신자들이 따라야 할 높은 수준의 신앙적 의무를 갖는다. 교황 권고는 교황이 특정한 활동을 재촉하면서 어떤 특정 공동체에 제시하는 가르침으로, 교의를 규정하지 않기에 교회법적 구속력을 지니기 보다는 권면적인 성격을 띤다.

 

교회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신앙인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발표하며 “현재 상황이 더욱 긴급해짐에 따라 나는 이 문서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의 삶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서 힘을 모아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후, 지구를 구하기 위한 회개를 독려했던 교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무너지고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난 8년 동안 우리가 수집할 수 있는 성찰과 정보를 통해 우리는 얼마 전에 언급할 수 있었던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회칙 발표 이후 8년 만에 이 문헌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6장 73항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국제적 기후 위기’, ‘증대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 ‘국제 정책의 빈약성’, ‘기후 회의: 진전과 실패’,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영적인 동기부여’를 주제로 구성됐다.

 

회칙에 비해 적은 분량이지만 교황은 전보다 강력한 어조를 사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영성적 저술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문헌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교황은 문헌을 시작하며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이른바 기후변화 부인론자들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내가 접하는 일부 합리적이지 않은 의견 때문에 명백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밝힌 교황은 “기후변화의 인간적, 즉 ‘인류적’ 기원을 의심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이유를 살펴보겠다”며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한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19세기까지 300ppm 미만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산업 발전과 함께 배출량이 증가하기 시작, 1958년부터 매일 이산화탄소를 측정해 온 마우나 로아 천문대가 확인한 것처럼 지난 50년 동안 이러한 증가는 상당히 가속화됐다. 「찬미받으소서」 이후 2023년 6월에 423ppm에 도달하는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다. 1850년 이후 총 순 배출량의 42% 이상이 1990년 이후에 생산됐다”(11항)

 

또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하느님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전환이라는 「찬미받으소서」의 통찰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인상적이고 경이로운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많은 존재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28항)… 너무나 해롭고 파괴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하는 필수적인 요구는 인간 존재를 부정하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체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 작용을 포함할 것입니다.(27항)”

 

아울러 지난 기후회의가 “감독, 정기적 검토, 위반 시 처벌을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이 부족해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52항)”고 비판하며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특정 국가나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공동선과 자녀의 미래를 고려할 수 있는 전략가가 되기를 바란다(60항)”는 내용도 덧붙였다.

 

몽골 울란바토르 남부 투울 강가에 석양이 지는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발표해 기후변화를 되돌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CNS

 

 

작은 실천의 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통해 인간중심·기술주의적 패러다임,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국제정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간 교황은 문헌의 마지막 장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해야 할 일을 상기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 그러므로 하느님의 땅에 대한 책임은 지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자연의 법칙과 이 세상의 피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균형을 존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62항)

 

또한 교황은 하느님의 신비가 깃든 세상을 사랑으로 돌봐야 인간의 삶이 다른 생물 없이는 이해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67항 참조)

 

끝으로 교황은 “개인, 가족, 공동체 습관의 변화가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사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 과정을 가져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71항)고 전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교황님은 기존의 교리적인 가르침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지구가 처한 위기상황에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함을 「하느님을 찬양하여라」에서 말씀하고 계신다”라며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효과 있는 실천을 해야 하며 국가적, 국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교황님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15일, 민경화 기자]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무엇이 담겼나


기후 위기는 인간의 위기,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 교황청 홍보부 파울로 루피니(맨 오른쪽)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바티칸에서 열린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 콘퍼런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권고를 주제로 의견을 밝히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해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그동안 별다른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기후 위기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했다. 각국 정부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턱없이 부족한 조치만 취한 결과다. 국제적 협력도 기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기량이 없었다. 그 결과는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희생이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보금자리와 목숨을 잃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 인류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백척간두의 절박한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급한 변화를 촉구하며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을 내놓았다. 기후 위기에 관해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보낸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이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하느님을 대신하려 하는 인간’이 바로 ‘인간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핵심 개념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6장 73항으로 구성됐다. 권고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은 △ 기후 위기에 긴급 대응하기 △ 기술 지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 국제적 협력 강화하기 △ 기후 위기에 대응할 실질적인 권위를 지닌 제도 찾기 △ 11~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대한 희망 △ 공동의 집을 보호하는 우리의 영적 책임 명심하기 △ 지구와 화해를 이루면서 함께 걷기 등이다.

 

일반적으로 교황 문헌은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어떠한 구체적 지침이나 내용을 논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권고는 특별하다. 한 장(제5장)을 할애해 COP28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 결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권고 서두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8년 동안 취해진 대응과 조치는 부족했고, 오히려 우리를 환대해 주는 세상은 무너지고 거의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표징은 분명하고 점점 더 확실해진다”며 “이런 표징을 축소화하거나 우습게 보려는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상황은 절박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인간 행위가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가 모든 피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더욱 심각한 피해를 피하려는 조치는 아직 취할 수 있다”며 “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질 유산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다른 생명체·환경과의 친밀한 관계”라며 “모든 것은 연결돼 있으며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교황은 “기술 발전과 경제력만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근원을 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인류가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 지나치게 빠져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변화 없이는 지속적인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또 “문화적 변화는 개인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교황은 “인류는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자원이라 믿으면서 우리 자신도 그 일부임을 망각한다”며 “지나친 야망은 윤리적으로 지지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또 “최소 비용, 최대 이윤의 논리에만 휩쓸린다면 당연히 우리 ‘공동의 집’ 지구에 어떤 참된 관심도 기울일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더 효과적인 국제기구의 필요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 지구적 차원의 연대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각국이 이기적인 입장을 극복해야 한다. 교황은 “지난 수십 년간 기후 위기를 다루는 많은 국제회의가 열렸지만, 효과적인 감시와 제재 메커니즘의 부족으로 합의의 이행으로 이어지는 데에 종종 실패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인용하며 “전 지구 차원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권위를 부여받은 더욱 효과적인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 국제기구는 기아와 빈곤을 근절하고, 기본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컨트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또 두바이에서 열릴 COP28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COP28에서 실현해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밝혔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해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으며, 쉽게 모니터링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이와 종교인에게 행동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한다. 특히 가톨릭 신자에게는 피조물을 돌볼 책임을 거듭 상기시키고 있다. 이 책임에는 자연법의 존중과 하느님 피조물의 아름다움, 풍요로움에 대한 인식도 포함된다. 교황은 우리가 친교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걸어가도록, 우리의 보금자리인 세상과 이루는 ‘화해’를 위해 일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와 다른 점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위기’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 근본적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생태 위기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각론적 가르침으로 볼 수 있다. 이재돈(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겸 생태영성연구소장)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에서 기후 위기를 4개 항(23-26)으로 간략히 다뤘다면,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무려 15개 항(5-19)에 걸쳐 자세히 다루고 있다”면서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면 인류와 생태계 전체에 커다란 재앙이 초래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또 “두 문헌의 길이와 권위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단지 다루고 있는 문제의 범위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아울러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은 앞으로 사회교리의 지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찬미받으소서」를 원론으로 한 교황 권고가 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물 문제가 심각해지면, 물에 관한 새로운 가르침을 담은 권고가 발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칙과 권고, 무엇이 다를까

 

교황의 가르침은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회칙(Litterae Encyclicae)은 교황이 사목적 차원에서 발표하는 가르침 중 가장 권위 있는 형태다. 신앙·교리·윤리·사회 문제와 그 밖의 특정 주제를 다루며, 주로 그리스도인 생활의 쇄신을 위한다.

 

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는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교와 사제 신자들의 협력을 권고하는 권위를 지닌 문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구체적 협력과 방향을 제시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신앙과 윤리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가르침을 제시하는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를 비롯해 담화·연설·강론·훈화 등으로 교황 문서를 구별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15일, 이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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