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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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44: 기도의 단계 (9) 변모적 합일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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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02 ㅣ No.630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44) 기도의 단계 ⑨ 변모적 합일의 기도


하느님과 충만한 합일 이룬 ‘영적 약혼’ 단계



탈혼 가운데 있는 성녀 데레사. 폰테바소 작,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 박물관.


하느님과의 영적 약혼이 이루어지는 단계

이 기도 단계 역시 「자서전」 11장에서 제시하는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개의 방식 가운데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기도로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 주관해 많은 은총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궁방으로 봤을 때는 이전 단계보다 훨씬 더 영혼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간 6궁방에 해당됩니다. 성녀는 이 단계를 별칭으로 ‘영적 약혼’이라 불렀습니다. 또한 이 단계 역시 합일의 기도에 속하지만 전 단계보다는 훨씬 강하고 충만한 합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충만한 합일’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성녀는 인간과 하느님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 가는 마지막 과정을 남녀 간의 전통적인 맞선과 약혼 그리고 결혼이라는 상징으로 설명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이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두 남녀가 ‘맞선’을 보고 서로를 대면해서 알고 사랑함으로써 약혼을 하고 결혼에 이르듯이, 하느님과 인간은 5궁방에서 비록 잠시나마 서로를 대면해서 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7궁방에서 결혼을 통해 서로 온전히 하나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신랑, 신부처럼 바로 이 6궁방에서 ‘약혼’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다양한 신비 현상들이 주어짐

하지만 이 단계에서 둘 사이에 완전한 합일이 실현된 것은 아니며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영혼에게 잠시 보여주고 사라지곤 하심으로써 영혼 안에는 깊은 사랑의 상처가 남게 됩니다. 주로 하느님이 선사하시는 다양한 은총의 선물로 채워졌던 이전 단계와 달리 이 단계에서는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보여주시기 때문에 영혼은 그 모든 선물의 근원이자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천상 지복을 순간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사랑의 상처를 남기고 떠나신 하느님을 애달프게 그리워하며 그분과의 지속적인 사랑의 일치를 원하는 영혼은 그분의 부재(不在) 때문에 일체 만물에 대한 철저한 허무와 함께 하느님을 향한 죽을 것만 같은 애절함이 끓어올라 영혼을 살라 버립니다. 이로 인해 영혼은 다른 기도 단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신비 현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적 약혼이 이루어지는 이 6궁방은 신비적 현상들로 점철된 단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신비적 현상으로는 지성적 현시, 상상적 현시, 신비적 말씀을 들음, 탈혼, 심장이 관통되는 은총, 몸이 들어 올려지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비 현상들을 대하며 분명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우리가 완덕에 이르는 데 있어서 이러한 신비적 현상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명 성녀는 이러한 현상들이 특별한 은총이기는 하지만, 기도하는 모든 영혼에게 다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영혼에게만 일어나고 또한 그것이 반드시 성성(聖性)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가르쳤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영혼의 비상(飛上)

이 단계를 특징짓는 것이라면 ‘황홀경’입니다. 성녀는 이를 ‘영의 비상(飛上)’ 또는 ‘영의 앗아감’, ‘탈혼’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으며 그것을 그 이전 단계인 단순한 합일보다 탁월한 은총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상태에 들어간 사람은 쇄도해 들어오는 이 은총에 거부하지 못한 채 빨려 들어갑니다. 그것은 마치 사나운 독수리가 자신을 갑자기 낚아채 가듯 그렇게 탈혼의 은총이 맹렬하고 급격하게 닥쳐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그렇게 영혼을 낚아채 가시지만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 비록 엄청난 희열 속에 있음에도 영혼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이전 기도에서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자서전」 20,3).


이 단계에서 일어나는 효과들

이 은총을 받은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효과가 일어납니다.

① 하느님의 지엄하신 권능을 보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비참함과 나약함도 철저히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이 모든 은총이 하느님에게서 유래하며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지극히 겸손해집니다.

② 또한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 그러나 신묘하기 그지없는 탁월한 이탈의 은총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은총을 받은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온전히 벗어버리게 됩니다.

③ 세 번째로 영혼은 마치 극도로 버림받은 듯한 깊은 번민에 빠집니다. 이 상태에 있는 영혼은 하느님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기에 오직 고독 가운데 죽는 것만을 원합니다. 하느님께서 너무도 멀리 계시는 듯 느끼며 온갖 선의 근원이자 최고선(最高善)이신 그분을 아직 온전히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④ 영혼은 아무것도 원치 않는 이승에서 여전히 목숨을 부지해야 하므로 종종 큰 슬픔에 잠기곤 합니다. 두 세계의 경계인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 그리고 어느 세계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그가 처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이 상황을 마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에 비교했습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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