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가톨릭 문화산책: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 (11) 성모승천과 성령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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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15 ㅣ No.200

[가톨릭 문화산책] <51>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 (11) 성모승천과 성령강림


성모님처럼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표상' 보여줘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사도신경 중에서)

작품 : 성모승천, 티치아노 작, 690×360㎝, 1516~151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글로리오자 데이 프라리 성당

● 영광의 신비 4단 :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영혼과 육신, 부활, 승천하늘을 향한 역동적인 성모 마리아


하늘을 향한 역동적인 성모 마리아

'성모승천' 도상은 성모 마리아의 죽음 및 장례와 함께 하나의 화면에 표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하늘로 오르는 성모 마리아의 아래에는 성모의 관(무덤)이 그려지곤 한다. 무덤에서 나온 영혼과 육신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부활해 천상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성모 마리아를 통해 실현됨을 보여준 것이다. "당신께서 제 영혼을 저승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거룩한 이에게 죽음의 나라를 아니 보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사도 2,27).

이 작품에는 무덤이 표현돼 있지 않지만, 중앙의 성모 마리아가 수많은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강렬한 황금빛으로 둘러싸여 하늘로 오르는 순간의 영광과 환희를 드러낸다. 성모 마리아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당신의 아들이자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 찬미 받으시는 그리스도께 나아간다. 성모 마리아가 하늘로 오르는 기쁨의 순간은 그녀의 상기된 얼굴, 하늘을 향해 크게 펼친 두 팔, 허공에 휘날리는 머릿수건(베일)과 몸을 휘감은 옷의 움직임으로 충분하게 알 수 있다. 화가는 하늘로 오르는 벅찬 감동을 실로 역동적인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마리아의 승천을 돕고 있는 천사들의 무리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지상과 천상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성모를 찬미하며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더없이 신비로운 환희의 순간을 표출한다. 이 무리의 천사들 가운데 왼쪽의 두 천사는 우리에게 성모 마리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성모 마리아를 맞이하는 성부 하느님

맨 위 성부 하느님은 하늘을 비상하듯 두 팔을 벌리고 두 천사의 보좌를 받으며 성모 마리아를 맞는다. 성부는 소박한 푸른색 베일을 두르고 사랑과 수난을 의미하는 강렬한 빨강의 옷을 입고서 지상에서의 생활 모습 그대로 하늘로 오르는 성모 마리아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성부는 근엄한 옥좌에 앉아 성모 마리아를 기다리지 않고 성모를 직접 맞고자 하늘에서 내려온다. 성부가 간택한 이를 위한 특별한 배려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께 간택된 자로서 지상에서 그 말씀에 순종하며 살았던 성모 마리아는 금빛 광채에 싸인 천상 세계로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지 않은 채 성부의 품인 천상 세계로 향하고 있다. 영원한 천상의 행복을 누리기 위함이다.

또한 금빛 광휘에 둘러 싸인 성부 하느님 곁에서 두 천사는 화관을 들고 있다. 이는 마리아가 하늘에 오른 뒤 천상 모후의 관을 받을 것이라는 예고와 지상과 천상 사이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놀라워하는 사도들

하늘 아래에는 건장한 사도들이 있다. 이들은 비좁은 지상 공간에서 하늘로 오르는 성모의 모습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오른쪽에는 사도 안드레아가 붉은색 옷을 입고 등을 보인 채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펼치고 있고, 아래 중앙에는 흰 수염의 사도 베드로가 약간 어두운 색의 복장을 한 채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모은다. 그의 뒤에 있는 사도 토마스는 승천하는 성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전승에 따르면, 토마스는 사도들 가운데 성모의 임종 당시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인물이다. 이미 성모는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로 올라간 상태였고, 그것을 보지 못한 토마스는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성모가 옷에 둘렀던 깨끗한 허리띠가 그대로 토마스의 손에 떨어진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진실로 성모의 영혼과 육신이 하늘로 올랐음을 깨닫는다. 사도 토마스는 주님의 부활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주님의 옆구리 상처에 손을 넣어보고서야 주님의 부활에 대한 자신의 의혹을 거둔 적이 있다. 이렇듯 토마스는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그 어떤 표징으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한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이 작품에서 역시 화가는 토마스의 의심을 손가락을 통해 묘사한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도의 다양한 몸짓은 하늘로 오르는 성모의 뒤를 따르겠다는 의지의 몸부림과도 같다.

'승천한다'는 것은 영혼만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오른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상 영육의 승천은 오로지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뿐이었다. 이런 의미로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은총이 가득하신 복된 동정녀로서 완전함을 보여주는 증거와도 같은 것이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통해 우리도 구원하겠다는 '사랑의 징표'를 드러낸다. 이로써 성모 승천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인 성모 마리아를 따라 천상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준 '희망의 표상'이다. 그림처럼, 사도들이 자리한 비좁은 곳이 우리 삶의 공간이다. 우리는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성모 마리아처럼 영혼과 육신을 함께 지닌 온전한 인간으로 하늘의 영광 안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믿는다. 사도신경의 고백처럼,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불꽃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사도 2,3)

작품 : 성령강림, 엘 그레코 작, 257×127㎝, 1596~1600년,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 영광의 신비 3단 :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성령, 바람, 은총


돔 형상 천장에서 내려오는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빛을 발한다. 작은 불꽃 모양이 사람들의 머리 위에 하나씩 그려져 있다. 각각의 머리 위에는 불꽃 모양의 빛이 등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빛과 열을 발산하는 불꽃은 성령을 상징하고, 발산하는 빛은 모든 어두운 위험을 무릅쓴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빛의 근원인 성령의 뜨거운 불꽃을 전달하고 있다. 이 불꽃의 열기는 뜨거운 사랑을 의미한다. 예수가 하늘로 오를 때 약속한 대로 사도들에게 성령을 보낸 것이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화가는 사도들 사이에 있는 마리아의 존재를 상당히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화면 정중앙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는 몹시 놀란 감정을 손짓과 자세로 표출하고 있는 사도들과는 달리, 모든 은총을 하나로 모으듯 두 손을 합장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16일,
윤인복 교수(아기예수의 데레사,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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