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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미사] 전례의 숲: 고대 교회의 말씀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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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340

[전례의 숲] 고대 교회의 말씀 전례

 

 

미사 전례는 멀리 유다교 전례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성찬 전례는 파스카 예식과, 말씀 전례는 회당 전례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정해진 축제일, 특히 안식일에 회당에 모여 일종의 신앙 서약인 “쉐마”로 예식을 시작하였습니다(“쉐마 이스라엘”, 곧 “들어라, 이스라엘아”로 시작하는 신명 6, 4-9 구절과 함께 찬양기도문들을 바침). 이어서 기도를 바친 다음 성경 독서를 하였습니다. 성경 독서에는 율법서 독서와 예언서 독서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율법서(토라)는 3년 주기로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읽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예언서 독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회당 전례에 있었던 이러한 성경 독서 선택 방식은 말씀 전례의 독서 배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독서 뒤에는 강론이 뒤따랐습니다(루카 4, 16-20; 사도 12,15 이하). 예식은 사제(레위)의 강복으로 마치는데, 사제가 없으면 회중의 기도로 마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 전례에 참여하시어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고 풀이를 하셨습니다(루카 4, 16-22). 또한 사도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도 한 동안 회당 전례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나 말씀 전례와 회당 전례와는 근본으로 다르기 때문에 교회는 곧 그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과 성 바오로의 태도 외에도, 디다케를 비롯한 초기 교회의 여러 문헌들도 증언합니다. 무엇보다 모임의 날이 달랐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에 모였습니다(디다케 14). 또한 교회에서는 말씀과 성찬례를 연결시켰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구약을 읽었지만, 다른 관점, 곧 이미 오신 그리스도의 빛으로 읽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미사 독서의 선택과 풀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사도 2, 9; 히브 10, 25; 디다 9, 5).

 

 

신약성경은 미사 말씀 전례에 관해 뚜렷한 암시 전해

 

신약 성경은 미사의 말씀 전례와 관련하여 뚜렷한 암시를 전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마지막 저녁식사가 있었던 다락방 상황에 주님의 긴 말씀이 나옵니다(요한 13-17). 주님께서는 성찬례를 제정하시며 사도들에게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하십니다. 복음사가는 마지막 저녁식사에 말씀 전례를 배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카복음의 엠마우스 이야기 본문을(루카 24, 13-35) 읽으면 선포되고 “설명되는” 하느님 말씀과 “축복되고 쪼개지는” 빵에 관한 암시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말씀 전례에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습니다.”(27). 길 위에서 이루지는 말씀 전례를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 사도행전은 트로아데에서 있었던 주간 첫날의 모임, 곧 주일 미사 상황을 전합니다. 여기서 바오로 사도는 참석자들에게 믿음에 관하여 밤중까지 길게 이야기 한 다음 빵을 떼어 나누었습니다(사도 20, 7-12). 필리포스는 에티오피아 사람에게 세례를 주기 전에 이사야서에서 시작하여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사도 8, 26 40). 한편, 바오로 공동체는 전례 모임에서 사도의 서간을 읽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콜로 4,15-16; 1테살 5,27).  마찬가지로 묵시록도 “예언의 말씀을 낭독하는 이”를 말하며 말씀의 전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묵시 1-3).

 

 

장소, 시대에 따라 독서, 노래, 기도 종류와 수, 순서 달라

 

교회의 초기 역사에서 말씀 전례에 관하여 명확하고 자세하게 증언하는 기록은 벌써 2세기에 나타납니다. 성 유스티노 순교자는 “호교론”과 “유다인 트리포네와 대화”라는 저술에서 미사의 순서를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먼저 성경 독서가 있습니다. 독서는 “사도들의 기억”과 “예언자들”을 읽습니다. “사도들의 기억”은 복음을 말합니다. 사도들이 쓴 서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언서”는 율법서를 포함한 구약입니다. 이어서 주례는 방금 들은 독서에 바탕을 두고 강론을 하며 “이 훌륭한 모범을 본받으라고 권고하고 격려하였습니다.” 이어서 후대에 “신자들의 기도”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공동 기도”를 바칩니다. 평화의 입맞춤으로 말씀 전례를 마치고(이 예식은 성 그레고리오 시대에 지금과 같이 영성체 준비의 한 부분으로 바뀌었다) 성찬 전례로 이어집니다. 맨 마지막에 가난한 이를 위한 모금을 하였습니다.

 

비슷한 시대에 다른 증언도 있습니다. 소아시아 지방 사르디의 멜리톤 주교는 부활절 축제 때 탈출기 단락(12장) 독서 뒤에 강론을 하였습니다. 그의 강론에 “탈출기 단락을 독서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연히 말씀 전례는 성찬 전례보다 앞에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세기 익명의 “14일주의자”가 (2세기에 부활절을 주일이 아니라 유다인처럼 니산달 14일에 지내는 그리스도인들) 한 탈출기 본문을 인용하며 한 강론도 같은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4-5세기 교부 문헌을 보면 성찬 전례 앞서 말씀 전례를 거행한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물론 장소와 시대에 따라 말씀 전례를 이루는 독서 노래 기도들의 종류와 수와 순서들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도 헌장”(380)이라는 시리아 지역의 교회 문헌에는 자세하게 말씀 전례를 묘사합니다. 이에 따르면 독서자가 두 개의 독서를 선포하고, 다른 독서자는 시편을 노래합니다. 백성은 이 시편 노래에 후렴으로 응답합니다. 이어서 다른 두 개의 신약의 독서가 이어집니다. 그 다음 부제는 복음을 선포합니다. 이어서 강론과 신자들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서방 교회의 성 아우구스티노도 말씀 전례가 고정되었음을 증언합니다. 그는 강론에서 “우리는 서간과 시편과 복음을 들었습니다.”고 말합니다. 곧 그 당시 독서는 두 개였음이 드러납니다. 시편은 독서 사이 노래로 여겼습니다.

 

 

“계속 독서”와 “주제 독서”

 

교회는 전례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경을 읽었을까? 처음에는 성경을 계속하여 읽었습니다(계속 독서). 주일 미사에서 지난 주일에 읽은 성경 단락에 이어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한 순교자 축일 같은 축제일이나 부활절 같은 전례시기의 정해진 주제에 따라 거기에 맞는 성경 단락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주제 독서). 그러므로 축일이 늘어나고 전례 시기가 굳어질수록 계속하여 성경을 읽는 독서 체계는 더 흐트러지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독서는 어느 정도 지키기는 하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그러져 그 명확한 체계는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계속 독서”와 “주제 독서”의 증거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부활절 전에는 “계속 독서” 방법에 따라 요한복음을 읽었다. 그러나 성삼일 또는 성주간에는 이 시기의 뜻에 어울리고 또 전통에 따라 정해진 복음서들에서 선택한 단락을 사용합니다(주제 독서). 한편, 그 시대에 독서는 성경 본문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어떤 때는 중간에 상당히 긴 본문을 생략하기도 하였습니다. 

 

미사 독서를 체계적이고 잘 연결되게 정리한 결과로 독서집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부활과 사순, 성탄과 대림 시기와 같은 전례시기가 발전하고 고정되면서 독서 체계가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독서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독서집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날짜와 함께 읽어야 할 성경 단락의 시작하는 말과 끝나는 말로 표시한 목록들이 출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성경 책 여백에 기록하였지만, 나중에는 따로 “목록집”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한 해의 흐름에 따라 배정된 성경 단락 전체를 수록한 참되고 고유한 독서집들이 출현하였습니다. 여기에 적용된 원칙은 각 봉사자는 자기 임무에 맞는 고유한 책을 갖는 것입니다.

 

사제는 성사집(미사경본의 아버지), 부제는 복음집, 독서자는 독서집입니다. 성가책은 조금 더 후대에 나타났습니다. 고대 로마 예식서는 라테라노 성당에서 교황이 미사를 드릴 성당으로 행렬할 때 차부제와 대부제가 두 개의 독서집, 곧 “사도 독서”(서간)와 “복음 독서”를 운반했다고 말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6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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