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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14: 황금만능주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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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14 ㅣ No.641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14) 황금만능주의의 도전


약육강식의 세계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2013년 여름, 브라질의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전 세계 370만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일주일 동안 치러질 세계청년대회 때문이었다. 교황은 ‘십자가의 길’ 행사 때, 특별한 사람들을 초대했다. ‘퇴출되어 일자리 없는 아르헨티나 사람들’(laboradores excluidos)이었다. 그들은 ‘골판지 수집으로 생활하는 사람들’(cartoneros, 영어로는 waste picker)이다. 십자가의 길을 하는 동안 당신 곁에 머물게 하였다. 서민 주택 혹은 빈민가에 거주하는 남녀 35명 정도가 초대됐다. 그들은 2001년의 처참한 경제적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정규직이었고, 사회보장 혜택까지 받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골판지와 금속 조각, 그리고 음식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들이다. 아르헨티나 전체에 약 10만 명 정도가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8천 명 정도가 있다. 교황은 이미 자신의 착좌 미사에도 그들의 대표인 세르지오 산체스(Sergio Snchez)를 초대했었다. 그는 ‘퇴출당한 이들의 운동’(Movimiento de Trabajadores Excludos)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작업복, 녹색과 푸른색으로 양분된 유니폼을 입고 참석했다. 세상에서 제일 힘 있는 나라의 수장들보다 앞자리에 앉아서 참관했다. 그날 온 세상은 교황이 왜 그를 불렀는지 궁금해했었다.



돈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악한 문화

‘복음의 기쁨’ 제2장을 살펴보고 있다. 교황은 황금만능주의의 도전을 언급하면서 강한 어조로 ‘노’(No)라고 외치고 있다. ‘배척의 경제’, ‘새로운 우상인 돈’, ‘세상을 지배하는 금융 제도’, ‘사회적 불평등’은 척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사회적 경향이다. 만일 이것들을 용인하거나 묵인하게 되면, 우리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51항).

교황은 먼저 “배척의 경제는 안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사용하는 ‘배척’이라는 말은 ‘퇴출’로 바꾸어도 된다. 소수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당하게 고용된 사람들을 정리 해고하여 마치 폐품처럼 버리는 문화를 의미한다. 사람이 우선시되고 중심이 되는 문화가 아니라, 돈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악한 문화다. 소득의 균형 있는 분배를 통해 모든 사람의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전체의 총생산량과 성장에만 의미를 두고 펼치는 경제 정책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폐해다.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단순히 착취와 억압 현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새로운 어떤 것입니다(…). 배척된 이들은 다시는 사회의 최하층이나 주변인이나 힘없는 이들이 아니라, 사회 밖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착취된’ 이들이 아니라 쫓겨난 이들, ‘버려진’ 사람들입니다”(53항).

그들은 소외된 사람 혹은 주변인이란 개념으로 포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경계 지역에조차 몸 붙이지 못하도록, 아예 무대 밖으로 추방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돈을 숭배하는 사회는 그들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차라리 없어져 버렸으면 좋은 존재들이다. 약육강식의 짐승들 세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교황은 이와 같은 악마적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남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

돈으로 형성된 삶의 무대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그 무대 밖으로 퇴출된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된다. 자신들이 만든 이상적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와 같은 경향이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형성된 ‘세계화’를 통해, 온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소위 말해 “무관심의 세계화”(54항)가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절규 앞에서 함께 아파할 줄 모르고, 다른 이들의 고통 앞에서도 눈물 흘리지 않으며, 그들을 도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54항).


낙수 효과는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은 1980년대에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채택한 경제 정책이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고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며 시장의 자율성에 절대권을 부여하는 경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 조정과 정리 해고를 통해 부실한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부유층 감세와 공공기관의 민영화 움직임 등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 정책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교황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낙수 효과’(trickle-down) 이론을 맹종하는 것을 경계시키고 있다. 시장 경제에 절대적 자율권을 부여하고 부유층에 감세하면, 중간 계층과 하부 계층에게까지 순차적으로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 이론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더욱 심화된 양극화 현상과 배척의 경제라는 비도덕적이며 악마적 사회 현상이다. 배척의 경제는 안 된다(53항).

[평화신문, 2015년 3월 15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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