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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아시아의 성모성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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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10-17 ㅣ No.726

세계 교회는 지금 - 아시아의 성모성지들

 

 

흔히 성모성지하면 프랑스의 루르드 같은 곳을 떠올리지만, 아시아 각지에도 유명한 성모성지가 많다. 각국의 복잡한 정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듯 배경도 서로 다르고 장애도 많지만, 그만큼 성모신심은 더욱 뜨겁다.

 

 

중국 서산 성모성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모성지는 상하이의 서산성지로서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성모에게 헌정되어 있다. 상하이 서남쪽 교외의 한 언덕 위에 성모 대성전이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난 2007년에 중국인 신자들에게 보낸 사목서한에서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성모 축일인 5월 24일을 ‘중국의 교회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요즘 중국 당국은 이곳의 순례가 시위나 소요로 발전할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각지의 교구와 상하이 시내의 성당들에 5월 23일과 24일에 순례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2,000명만 참석했다.

 

공안 당국은 성지 입구에서 대성전에 이르기까지 감시 카메라를 배치해 움직이는 인물들을 관찰하고 경찰을 배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또 성지 측에서 예년처럼 먼 곳에서 온 순례자를 위해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정부는 또한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도 이유로 들었다.

 

 

스리랑카 마두 성모성지

 

스리랑카에는 동북부 지방에 마두(Madhu) 성모성지가 있다. 400년이나 된 이 성지는 스리랑카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 1980년대부터 25년이나 이어진 동북부 타밀족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 중에 이곳은, 일종의 중립지역 또는 성소로서 피난민들이 교회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머무르는 곳이기도 했다. 반군은 이슬람교이고 정부군은 불교인데, 가톨릭은 반군과 정부군 양쪽에 다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내전 말기에는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성지 안에 폭탄이 떨어지는 등 피해도 입었다.

 

이 성지는 8월 15일의 성모 승천 대축일을 축일로 삼는다. 지난 5월에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난 뒤 올 8월이 첫 축일이었는데, 8월 6일부터 8월 16일까지가 공식 순례기간이었다. 정부는 반군 잔당의 움직임을 걱정해 보안을 강화하였는데, 성지에서 50km나 떨어진 검문소에서 모든 순례객이 신분증 등을 검사받아야 했다.

 

성지 안의 우물과 연못에 독을 타지 않았는지 검사했고, 마두 병원에는 특별 의료팀이 대기했다. 몇 년 동안 켜지지 않았던 성지 주변의 가로등은 불이 들어왔다. 시설이 부족해서 순례자들은 각자 음식과 침구류를 가지고 와야 했지만 약 50만 명이 참여했다. 내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동북부 지역이 정부군에 완전 봉쇄됐던 작년에는 겨우 500명이 순례를 할 수 있었다.

 

 

인도 바일란카니 성모성지

 

인도에서는 서남부 지방 바일란카니에 있는 성모성지가 유명하다. 이곳의 축일은 9월 8일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인데, 축일을 앞두고 9일 기도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에는 사상 최다인 230만 명이 참여했다. 세계 어디서나 유행중인 신종플루 때문에 순례를 망설였을 법도 한데, 이곳에서는 반대였다.

 

성지 담당 마이클 신부는 “올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려고 더 많이 성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200만 명이었다고 한다.

 

마이클 신부는 “올해는 다 순조롭다. 비도 안 왔고 사고로 죽은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정부 당국은 멀리에서 온 순례객들은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검색하고, 특별 조사팀도 성지 입구에 배치했다.

 

이 성지는 15세기에 포르투갈인 선원과 선교사들이 만든 곳으로, ‘바일란카나니 마타(바일란카니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아주 유명해서 인도의 다른 여러 곳은 물론 해외에도 바일란카니 성지가 세워졌다. 순례자들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도 많은데, 성모가 이곳에서 기적을 베푸신다고 믿는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의 성모성지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서 가톨릭 신자수는 인구 1억 6,000만 명 가운데 100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9월 4-6일 마리아마바드의 가톨릭 신자촌에 있는 성모성지에는 약 100만 명이 순례를 했다. 예년에는 수십만 명 수준이었다.

 

마리아마바드는 ‘마리아의 도시’라는 뜻이다. 올해 이곳에 모인 순례자들은 지난여름 이후 각지에서 교회를 공격하고 가톨릭 신자 10여 명을 죽인 과격 무슬림들의 회개를 기원했다. 이곳에도 비신자들이 많이 순례한다.

 

방글라데시에는 4대 성지의 하나로 노바이 봇톨라 성모성지가 있다. 동파키스탄으로 불리던 방글라데시는 1971년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제3차 전쟁을 벌일 때 파키스탄에서 독립했다.

 

당시 이곳에 살던 소수민족인 오라온족과 산탈족은 파키스탄 병사들을 피해 한 반얀 나무 밑에서 성모상을 앞에 놓고 기도를 드렸다. 위험에서 구해주신다면 앞으로 해마다 정해진 날에 성모 마리아에게 감사를 드리겠다고.  그리고 이듬해인 1972년에 이들은 성지를 세웠다. 그 뒤로도 성모는 이곳 사람들을 전염병에서 구해주는 등 많은 기적을 보였다고 한다.

 

베트남에는 중부지방 꽝찌성의 라방에 성모성지가 있다. 이곳은 당시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와 같은 유교 왕조의 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이 있었는데, 1798년에 이들 앞에 성모가 발현했다. 축일은 8월 15일이다.

 

지난해 축일 행사에는 약 50만 명이 참여했다. 1901년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잇따른 내전기간(1938-1954년)과 베트남 전쟁 때를 빼고는 3년에 한 번씩 성모대회가 열렸는데, 2008년이 28번째 대회였다.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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