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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둔 부모에게 - 도덕, 부모 아니면 가르칠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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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6-22 ㅣ No.114

[청소년을 둔 부모에게] 도덕, 부모 아니면 가르칠 사람이 없다

 

 

길거리에서 돈이 든 지갑을 줍게 된 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1996년 미국의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지의 연구팀이 이 의문에 답하고자,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50달러가 들어있는 지갑을 떨어트려 놓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그 지갑과 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대도시의 도심지역과 교외지역, 중도시, 소도시 3곳씩을 선정하여 각각 10개씩 120개의 지갑을 떨어트려 놓았다. 장소는 쇼핑몰, 식당, 주유소, 빌딩 안, 그리고 인도 등지였다.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배웠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120개 지갑 가운데 67%인 80개가 온전하게 되돌아왔다. 대도시보다는 소도시의 반환율이 높았는데 소도시의 경우 80%에 해당하는 반환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어떠했을까? 연구팀은 실험 전 예측에서 청소년이 성인보다 더 부도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소년들의 반환율은 미국인 평균 반환율인 67%와 같았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돈이 든 지갑을 온전히 되돌려주게 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피실험자들의 가장 많은 대답은 “어릴 적에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도덕성에서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올바른 도덕습관을 들이는 방법

 

대부분의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에 따른 행동의 모태가 모방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는 폭력적인 놀이를 즐기게 되고, 친절한 행동을 보여주면 그처럼 행동한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컴퓨터 게임, 만화책 등 다양한 모방경로를 가지고 있다. 유아시절 자극적인 게임이나 영상물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 결과로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를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 등에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로 키우는 것이 아이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올바른 도덕습관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부모에게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앤드루 멜초프는 연구진을 꾸려 아기의 모방능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간단했다. 아기를 요람에 눕히고 엄마가 혀 내밀기, 손가락 움직이기와 같은 동작을 보여준 뒤 아기에게 젖꼭지를 물렸다. 그리고 2분 30초 뒤 아기에게서 젖꼭지를 떼어냈다. 그러자 아기는 자신이 봤던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이 마이애미 대학교에서도 있었는데 마이애미 대학교의 실험에서 아기는 단순히 동작만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부모의 감정도 모방한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아기는 부모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의 행동양식을 모방이라는 것을 통해 배우게 된다. 최근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 아이들이 있다. 이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겨 키웠기 때문이다. 곧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최초의 교과서

 

부모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책과 같은 모방경로에 앞서 아이들이 아주 일찍부터 부모를 모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곧 부모는 아이에게 최초의 교과서가 되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욕설을 하고, 부부가 싸움을 하고, 자신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아빠는 왜 욕해? 엄마는 왜 신호를 지키지 않아? 엄마아빠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는 왜 보면 안 돼?” 적어도 이런 말을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내심으로 부모에게 묻고 싶어 한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부모 이외에 그들의 행동에 옳고 그름의 지침을 줄 사람이 또 있겠는가? 학교 선생님들? 물론 아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교과목 공부시키기에도 너무 벅차한다. 선생님들은 스스로를 자기가 맡은 교과목의 전문가이고 싶어 하지 아이들의 도덕적 행동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의 선악정사의 시시비비에 말려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절도, 폭력, 싸움 등 학생들 사이에 도덕적인 갈등이 생기면, 이런 기회를 정의와 도덕, 선악정사의 교육기회로 삼기보다는, 빨리 처리해서 매듭지어야 할 골치 아픈 문제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학교는 도덕적 모범을 가르치는 교육적 기능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가 스스로 교사가 되어 도덕적 모범을 보이면서 선악정사의 기준을 가르치고 습관들이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당신이 자녀의 도덕적 품성과 행동, 예의범절에 소홀하다면, 소홀한 만큼 도덕교육은 실패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당신도 소홀히 하는데, 과연 누가 당신 자녀의 도덕적 품성과 행동에 관심을 갖겠는가?

 

아이의 도덕성을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자녀의 도덕적인 삶에 대한 예민성을 높여야 한다. 아이의 도덕성은 주로 부모의 도덕성을 보고 모방하면서 형성되어 간다는 사실에 대한 예민성 말이다.

 

* 문용린 요한 보스코 -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주교회의 자문위원. 한국가톨릭교육자연합회 회장. 2000년에 교육부장관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행복한 도덕학교” 등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1년 6월호, 문용린 요한 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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