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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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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20 ㅣ No.502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인가?

 

 

우리는 과학 지식의 축적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룩한 현대 문명 세계에서 살아간다. 특히 근대 이후 인간은 더는 자연에 있는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기획으로 자연을 지배하려고 노력했다. 더욱이 일부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문 연구 영역을 넘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 마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서구를 중심으로 무신론적인 경향이 널리 퍼지면서 현세적 행복을 절대화하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만일 보편적인 선과 악의 구별이나 이를 올바로 판단하고 심판을 내릴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올바르게 살며 가난한 이웃을 돌보아야 한단 말인가? 물론 무신론자들 가운데에도 신앙을 가진 이들보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실천하는 존경스러운 인물이 많지만, 강화된 무신론의 체계는 그 이전보다 더욱 심각하게 인간을 소외시키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인간 이성과 과학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이미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현대 철학으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현대인은 과학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낙관적인 꿈을 꾸면서 근원적인 질문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에서 내세의 진정한 행복은 신기루에 불과하였고, 현세적인 행복에 매몰되어 버린 수많은 일상인을 양산하게 되었다.

 

이러한 심각한 현상에도 우리는 인간 이성과 이에 근거한 과학 기술을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것들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를 정당하게 평가하면서도, 그 한계점을 정확히 인지함으로써 이를 함께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과학과 사상의 발전 앞에서 그리스도교 지식인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이에 답해 줄 인생 길잡이(멘토)가 바로 ‘스콜라 철학의 완성자’라 불리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5-1274년)이다.

 

 

‘신앙과 이성의 조화’에 대한 역동적인 추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신앙과 이성」이라는 회칙을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마음속에 진리, 곧 당신 자신을 알고자 하는 열망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이 회칙의 후반부에서는 명시적으로, 왜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이 반복해서 토마스 사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는지를 밝힌다.

 

“실상 그(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찰 속에서 이성의 요구들과 신앙의 힘은, 일찍이 인간 사고가 이룩한 가장 고상한 종합을 발견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성에게 고유한 모험을 평가 절하함이 없이, 계시를 통해서 도입된 근본적인 새로움을 옹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78항).

 

교황은 토마스에게서 ‘다른 학문에 대한 존중과 개방성’과 ‘영원불변한 진리를 추구하는 항구한 자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배우도록 가톨릭 지식인들을 일깨운다.

 

더욱이 토마스야말로 ‘신앙인은 건방지지 않으며, 오히려 진리는 겸손으로 이끈다.’(「신앙의 빛」, 34항 참조)라는 사실을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보여 준 학자였다.

 

그는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Gratia non tollit naturam, sed perficit.)는 확신에 차서 신학과 철학의 고유한 영역과 역할을 인정했다.

 

교부 철학 이래 철학을 자주 신학의 기초 학문 또는 신학의 일부로 수용하려던 경향이 주류를 이루었다. 토마스를 통해 세속 학문의 대명사인 철학은 신의 계시와 은총을 토대로 한 신학과 구별되어 순수 이성만으로 세계와 그 원인에 관해 탐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른 사상과 학문에 대한 개방성과 존중

 

사람들은 토마스가 매우 보수적인 학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토마스 아퀴나스를 존경하고자 붙여진 ‘천사적 박사’나 ‘가톨릭교회 최고의 스승’ 따위의 명칭이 그가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진보적’인 사상가였는지를 잊어버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새롭게 재발견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그리스도교 전통과 종합하려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학자였다. 그는 이 종합 작업을 단순히 다른 의견들을 나열하거나 절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원에까지 파고들어가 비교하고, 필요한 경우 변형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냈다.

 

또한, 토마스는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토론 중에 늘 평온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했다. 그의 사상적 독창성과 신학을 위한 변형의 성과는 다양한 신학 저작들, 특히 「신학대전」(Summa Theologiae)과 「대이교도대전」(Summa contra gentiles)속에 매우 잘 나타나 있다. 이 저작들에서 당시 강한 의심을 받던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리스도교의 계시와 일치하는 의미에서 새롭게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불후의 걸작 「신학대전」의 방대함

 

특히 「신학대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죽던 기원전 384년부터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출판되는 1637년 사이에 쓰인 인류의 가장 중요한 지성적 금자탑”으로서 일찍이 역사에서 저술된 가장 웅대하고, 가장 합리적이며, 가장 위대한 신학 서적으로 평가받는다.

 

많은 이는 이 작품을 개성 있는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정교하게 조화를 이룬 고딕 건축물과 비교한다. 실제로 「신학대전」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세속 학문을 기초로 체계적으로 해설한 불후의 걸작이다.

 

가톨릭교회는 이 대작을 교회의 공식 가르침의 튼튼한 토대로 삼을 뿐 아니라,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이들과 젊은 학생들이 깊이 탐구하여 그 보화를 자기 것으로 삼기를 거듭 추천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학대전」을 통독한 사람은 전문가 중에서도 극히 드물다. 「신학대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전들처럼 한두 권 정도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대전」의 분량은 엄청나서, 보통의 책 크기로 출판한다면 어림잡아 1만 쪽에 달한다. 곧 200쪽 내외의 책으로 50권에 가까운 분량이다. 쉽게 말해서 이른바 중간 규모의 백과사전에 해당한다.

 

또한, 중세 라틴어로 쓰인 까다롭고 딱딱한 철학과 신학 용어의 어려움과 당대에 통용되던 스콜라학적인 독특한 서술 방식 때문에 「신학대전」을 직접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교육을 거쳐 이 책의 일부만이라도 읽어 본 사람들은 중세 스콜라 철학과 신학 사상의 깊이에 압도당하고 만다.

 

 

‘「신학대전」 읽기’를 시작하며

 

토마스 아퀴나스가 생존하던 당시의 모든 철학과 신학 사상을 집대성한 「신학대전」의 주요 내용을 십여 편의 글로 요약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연재 시리즈에서는 「신학대전」을 읽기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면서, 현대인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은 주제를 선별하여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겠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일생을 통해 보여준 개방성과 겸손을 보면서, 우리는 현대의 다양한 사상과의 관계 정립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로마 문화와 만남 이후 세상과 소통하며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기존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시키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가톨릭의 오랜 전통 안에 담겨 있는 핵심적인 근본정신을 깊이 탐구하는 한편, 이를 끊임없이 현대적 상황으로 재조명하며 현대 과학과 다양하게 소통해야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각 대화 상대자의 오류를 분명하게 지적하면서도 그들이 지닌 진리의 단편들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겸손하고 개방적인 그의 자세는 현대 가톨릭 지식인들에게 대화를 위한 훌륭한 모범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들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룩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계시’와 현대의 다양한 사상에 담긴 ‘보화’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배워보도록 하겠다.

 

* 박승찬 엘리야 - 가톨릭대학교 철학 전공 교수. 성심대학원장과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라틴어 중세 철학 원전에 담긴 보화를 번역과 연구를 통해 적극 소개하고,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린다. 한국중세철학회 회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박승찬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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