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월)
(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등불은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평협ㅣ사목회

지금 여기 평신도: 평신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협력자가 되려면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4 ㅣ No.76

[지금 여기 평신도] 평신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협력자가 되려면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평신도들의 양성에 함께한 체험을 바탕으로 짧은 소견을 나누고자 한다.

 

 

평신도 양성의 현황

 

한국 교회의 평신도 양성에 관한 구체적 현황은 찾아보기 어려워 2017년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제4차 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를 참고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주 1회 이상 미사에 참석하는 비율이 89.4%이고 교회 단체에 참여하는 비율이 72.6%에 이른다. 대상자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핵심 신자들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평신도들이 어떻게 양성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들은 천주교 신자로서 높은 자부심을 드러내고 미사와 성사 생활, 기도 생활에는 열심히 참여하지만, 선교에 대한 참여도나 교회 활동에 대한 관심도는 낮았다. 또한 한국 교회의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은 퇴보했다고 되어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평신도들은 전례에 참여하며 성장의 기회를 가지기도 하지만, 교계 제도 안에서의 본당 활동이 주된 양성의 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핵심 신자 층에서는 마음의 평화와 같이 개인적 영성을 추구하는 신앙생활이 주를 이루며, 다른 사람이나 세상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현실은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공동체적 사회적 차원에서 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평신도 양성에서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평신도는 누구인가 살펴보자.

 

 

‘인생’이라는 성소, 평신도 성소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한 인간을 고유하게 창조하시고 부르신다. 이러한 보편 성소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을 부여받고 고유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초대이며 거룩한 부르심이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포하며, 평신도를 이렇게 정의한다. “하느님의 백성 안에 모인 평신도들은 누구든지 살아 있는 지체로서 교회의 발전과 그 끊임없는 성화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힘을 기울이도록 부름받고 있다”(교회 헌장, 33항). 또한 그동안 세상을 성과 속을 분리하여 이해하던 것에서 끊임없이 복음화해야 하는 현장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성소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평신도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은 무엇일까?

 

 

평신도의 사명과 양성 목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만드신 세상과 인생이라는 초대에 감사하며, 각자 고유하게 부여받은 사명을 자신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기꺼이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세상 안에서 봉사하도록 자신을 정화하고 내어놓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 안에서 한 인간으로 성숙되고 구원의 길로 끊임없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평신도 양성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현존 체험과 예수님과의 친교, 성령에 대한 감각을 지속해서 성장하게 하는 것이 평신도 양성의 중요한 요소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존재적으로 일치되는 친교는 교회를 이루는 중심으로서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든 이가 일치되는 것을 말한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들은 자신의 자리와 역할 안에서 친교를 통해 ‘성스러워’지며, 이는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성스러움’은 인간과 세상에 봉사하는, 끝없는 사도적 능력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평신도 성장을 위한 지원은 매우 부분적이며, 평신도 양성과 관련한 오늘날의 현실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평신도를 양성하려면

 

평신도를 어떻게 양성할 수 있을까? 

 

첫째, ‘영적 수련’이다. 평신도들은 세상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상황과 마주하며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응답하려면 내가 아닌 하느님의 마음,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힘을 키워야 한다. 자신의 내적 움직임을 영적으로 살피고 예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깊이 이해하면서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민감하도록 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고 세속의 욕망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에게 적합한 ‘영적 수련’을 개발하고 지속해서 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기도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평신도가 겪는 내적 외적 상황과 영적 도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기도 안에서 스스로 성삼위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과정에 하느님께서는 은총으로 함께하신다.

 

둘째, ‘사명의 역동성’이다. 교회가 하느님 나라에 대한 사명을 갖는 것은 교회 자체의 본성이며, 그리스도인은 누구도 그 사명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하느님과의 친교는 사명으로 나아가게 하고 하느님의 사명은 인간의 응답으로 이루어지기에, 사명을 통하지 않고는 하느님과의 친교 또한 역동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곧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장은 이 사명을 통해 가능하고 평신도들 또한 이 사명에 투신하며 성숙되어 간다.

 

셋째, ‘공동체’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하시며 하느님의 사명을 실천하셨고, 하늘에 오르시며 제자들에게도 그 사명을 맡기심으로써 교회는 양성의 장이 되었다. 근대에 들어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마주하며 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많은 평신도 공동체가 생겨났고, 평신도 공동체는 고유한 카리스마와 사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공동체의 확장은 무엇을 의미하며 공동체가 평신도의 양성에 왜 중요할까? 하느님 나라는 한 개인의 역사나 의지로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의 양성 또한 점진적이며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고, 관계 안에서 더욱 성장한다. 그러므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라는 사명을 받은 평신도들이 지속해서 양성될 수 있는 적절한 장이 필요하다.

 

공동체는 고유한 영적 수련의 경험으로 평신도들을 지속해서 훈련시키며 성스러움을 찾도록 돕고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영적 도전들을 지혜롭게 이겨 내도록 지원한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며 주어진 사명을 지원하는 양성의 보금자리가 바로 공동체인 것이다.

 

넷째,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이다. 평신도가 양성되려면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사제나 수도자들의 사도직을 돕는 차원이나 일만 잘하는 차원이 아니라 평신도 성소의 소중함과 사명에 대한 인식, 영적 수련의 체화, 공동체 삶의 지혜로운 정돈 등을 통해 평신도 공동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가 양성되어야 한다.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기에’ 세상을 성화시키는 사명이 평신도 자신들에게 있음을 더 명확히 해 주어야 할 책임이 교회에 있다. 그리하여 평신도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사명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이미 자신이 지닌 전문성을 활용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도록 평신도 양성 방식을 연구했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능동적 책임과 지혜, 경험을 지닌 평신도 공동체의 협력은 필수이다.

 

평신도 양성을 위해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공동체가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 중심으로 일치함으로써 서로 진정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무한한 다양성을 지닌 교회의 은총 또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몸담은 CLC는 이냐시오 영성을 기반으로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로 살아온 4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CLC 또한 많은 평신도를 교육하고 양성해 오면서 평신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커지고 평신도로서의 정체성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앞으로도 CLC는 함께 기도하고 삶을 나누며 경험한 평신도 성소의 은총을 세상에 선물로 내어놓고자 한다.

 

* 고영선 트리펜나 - 세상 속에 교회를 이루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존엄성 회복을 사명으로 하는 세계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CLC(Christian Life Community)의 회원국인 한국CLC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고영선 트리펜나]



78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