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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안성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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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3 ㅣ No.105

[길에서 쓰는 교구사] 안성추모공원 (상)


거룩한 땅에 신자들 묻히도록 교구가 조성하고 축성한 곳

 

 

- 안성추모공원 전경.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보삼로 319-34. 산자락을 따라 넓게 펼쳐진 묘지들 사이로 꽃과 풀, 나무들이 가지런히 꾸며져 있다. 묘지라기보다는 공원이라는 느낌이다. 이름도 안성추모공원. 교구가 죽은 이들만이 아니라 유족들과 묘지 참배객들을 배려해 마련한 공간이다.

 

성당까지 가려면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어쩐지 묘지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거룩한 장소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교회가 ‘거룩한 땅’이라고 부르는 곳은 우리가 순례하는 성지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교회는 죽은 신자들이 축복받은 거룩한 땅에 묻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이나 건물에 대해서도 축복을 하지만, 묘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인 축복식이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는 것이라면 교회 묘지는 하느님께 봉헌해 성스럽게 하는 준성사인 ‘축성’에 해당하는 장소다. 교회법(1240~1243조)에 따르면 교회가 축성하는 장소는 성당, 경당, 성지(순례지), 제대, 교회 묘지 등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교회는 묘지의 거룩한 성격을 보호하고 촉진할 것을 가르친다.

 

서구권의 교회를 가면 성당 바로 곁에 묘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본당 신자들이 죽으면 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본당들도 설립된 지 오랜 본당들은 본당 차원에서 묘지를 마련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묘지가 산에 위치해 삶의 공간과 분리된 장소로 여겨지고, 묘지가 혐오시설로 치부되는 등 우리나라 정서 안에서 삶의 공간 안에 있는 본당들이 묘지를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교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본당 신설이 많아지면서 많은 본당들이 묘지를 마련할 여력도 없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교구는 신자들이 거룩한 땅에 묻힐 수 있도록 교구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적극 인식, 1980년대부터 교구 차원의 묘지 조성을 준비해왔다. 마침내 1986년 7월, 공원묘원 기공식을 거행했다. 또 10월에는 묘지 관리위원을 임명하고, 축성미사를 봉헌했다.

 

오르는 길목 곳곳에 십자가와 성모상이 보였다. 평일이었지만 가족이나 지인들의 묘소를 찾아 방문한 이들의 모습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묵주를 들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성당을 향해 오르는 길이 묘지를 거닐고 있다기보다도 어쩐지 성지를 순례하는 기분이 든다. 묘지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례문화의 모습이지만, 그 마음에는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을 믿는 신자들의 믿음이 함께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7월 1일, 이승훈 기자]

 

 

[길에서 쓰는 교구사] 안성추모공원 (하)


매장 중심 장묘 문화 변하면서 4만2000기 유해봉안소 갖춰

 

 

- 안성추모공원 유해봉안소.

 

 

안성추모공원의 성당은 추모공원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다. 성당이 보이자 성당 위쪽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계단식 벽이 보인다. 꼭 성당을 감싸 안는 듯한 모양이다. 고인의 유해를 봉안하는 곳이다.

 

교구는 사회적으로 묘지난이 가중되고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가 변화됨에 따라 1994년부터 유해봉안소(납골당)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납골당을 기피하는 당시 정서를 고려해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과정을 거쳐 2000년에야 기공식을 열었고 2005년 준공했다. 4만2000기의 유해를 봉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교구는 추모공원에 안치된 유해 가운데 20년이 지난 유해를 봉안소에 우선적으로 안치하고 이후 신자들의 유해를 봉안해가고 있다.

 

2000년 유해봉안소 기공식을 주례한 당시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유해봉안소는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출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장묘문화”라면서 “수원교구뿐 아니라 타 교구로 확대됨은 물론, 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빠르게 화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더욱 관심을 받는 곳이다. 교회는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를 통해 “화장을 할 경우 유해를 흩뿌리거나 가정에 보관하는 대신 묘지나 교회 안, 봉안당 등의 시설에 모셔야 한다”면서 화장을 하고 남은 유해를 가정에 보관하거나 “공중이나 땅, 바다 등에 흩뿌리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유해봉안소에는 꽃과 사진, 생전 고인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들이 가지런히 장식돼 있다. 곳곳에 아직 시들지 않은 생화가 죽은 가족과 친구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죽은 이들이 묻힌 묘지는 두려움을 동반한 장소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정겨움마저 느껴진다. 죽음과 삶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믿는 이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믿음이 드러나는 듯했다.

 

가족 간 만남과 친교의 장을 지향하는 이 추모공원의 취지가 잘 느껴지는 모습이다. 설립 당시 ‘안성공원묘원’으로 불렸던 이곳을 ‘안성추모공원’으로 개칭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추모공원에는 식당, 카페테리아, 휴게공간을 마련했고, 꾸준히 녹지를 늘려 자연 안에서 가족이 함께 만나는 공원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덕분에 공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곳이 단지 죽은 이들이 부활을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산 이들이 가족을 만나며 친교를 나누고 부활을 희망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8년 7월 8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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