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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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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 5주년: 프란치스코 효과, 순례 여정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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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12 ㅣ No.499

[교황 선출 5주년] 프란치스코 효과, 순례 여정은 이어진다


교회의 ‘개혁과 쇄신’ 멈출 수 없다

 

 

3월 13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소탈한 성품과 유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격없이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전 세계에 이른바 ‘프란치스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복음과 교회에 매력을 느껴 돌아오거나 새로 입교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프란치스코 효과’는 성령의 인도로 이뤄지는 하느님 백성의 근본적인 변화다. 교황 선출 5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온 지난 5년의 사목여정과 그 의미를 돌아본다.

 

 

치명적인 매력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지 반년이 지난 2013년 10월 1일, 미국 예수회가 운영하는 조지타운대학교 ‘가톨릭 사회사상과 공적영역’ 연구소는 ‘프란치스코 효과’(The Francis Factor)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불과 6개월의 짧은 기간에 충격적이도록 신선하게 다가온 새 교황의 리더십에 대한 강연과 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로 참석했던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문화와 미디어를 활용한 ‘반체제 지도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패널은 그를 과거의 잘못을 고백할 줄 아는 ‘무류의’ 지도자라고 불렀다.

 

토론회를 주관한 존 카(John Carr) 연구소장은 “상처 입은 교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면서 “‘프란치스코 효과’는 교황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 누룩이 되어야 할 우리들의 책임과 관련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효과’는 실제로 최소한 1년여 동안 전 세계에서 목격됐다. 새 교황의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이 교회와 복음을 매력적인 것으로 재인식했고 다시금 교회를 찾아왔다. 하지만 교황 선출 5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프란치스코 효과’란 단순히 일부 사람들이 교회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넘어, 교회 전반의 좀 더 깊고 광범위한 변화를 지칭하고 있다.

 

 

자비의 효과

 

‘가톨릭 사회사상과 공적 영역’ 연구소는 지난 2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5주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더 ‘프란치스코 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 강연은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가톨리카’(La Civilta Cattolica) 편집인인 예수회 안토니오 스파다로(Antonio Spadaro) 신부가 맡았다.

 

스파다로 신부는 강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5년의 활동을 분석하고 그가 세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교황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외적 사목 활동과 외교적 활동의 특성을 5가지로 요약했다. 근본주의와 혼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정치적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야전 병원’의 교회상을 간직하고, 열린 연대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에는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비’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동안 무엇보다 상처 입은 땅을 하나씩 하나씩 어루만지는데 힘을 쏟았다. 베들레헴, 카이로, 사라예보, 람페두사 섬에서는 물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교황은 최빈국 알바니아와 내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스리랑카도 직접 찾아갔다.

 

 

선교적 교회의 꿈

 

재위 1년을 넘기면서 ‘프란치스코 효과’는 초기에 나타났던 형태의 대중적 관심을 넘어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이고 참신했지만 그 깊이와 넓이가 확장된 것이다.

 

이젠 새로운 질문들이 제기된다. 

 

교황의 개인적인 매력을 넘어서는 것은 무엇인가? 구조와 제도의 변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가? 그가 이뤄내는 변화는 무엇이며, 그러한 변화는 후임 교황으로 넘어가서도 지속될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과 행동은 선출 당시부터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전통적인 교황의 직무와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에서부터 최초의 비유럽권인 남미 출신 교황, 첫 예수회원 교황, 교황궁을 마다하고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허름한 신발을 수선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있는 구두 수선공에게 전화를 하는 교황…. 

 

후에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극명하게 표현된 ‘선교적 교회’, ‘야전 병원 교회’에 대한 생각도 이미 교황을 선출하는 2013년 콘클라베에서부터 표명됐다. 그는 당시 추기경들에게 “오늘날 우리는 예수를 성당 안에, 우리 집 안에 가둬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늘날 교회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안락한 자기 집에서 나와서 복음의 소명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 안에 갇혀서 병들어 있든지…. 추기경들은 ‘선교적 교회’의 전망을 제시한 그를 교황으로 선출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변방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간곡하고, 결연하게,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변방으로 나아가라

 

신설된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 장관에 임명된 케빈 패럴(Kevin Parrel)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 스타일을 우의적으로 비교했다. 패럴 추기경에 의하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과 삶을 묘사하며 성문화(成文化)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왜 믿는지를 풀이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믿는 바를 삶으로 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깁슨(David Gibson)은 교황 재위 5년 아메리카지 특집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정체성과 관행들이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으며 교회의 제도와 기구들이 때로는 교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을 사목자로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을 교회의 울타리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기 위해서 밖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교회는 밖으로 나아가,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개혁에 대한 저항

 

스파다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교황이 교회 개혁의 거대한 밑그림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교황 자신도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성령의 이끄심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교황의 신념이 빚어내는 하느님 백성들의 변화야말로 ‘프란치스코 효과’의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의 재위 기간이 이어지면서 저항과 잡음이 잦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점점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교황의 중요한 문헌들 중 하나인 「사랑의 기쁨」의 내용이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와 맞물리면서 심각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어렵고 복잡한 실제 사목현장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지지와 함께, 교황 스스로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처신을 하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엔 성폭력범인 칠레의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추문을 덮으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옹호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와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칠레 순방 중 사제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받았다. 교황청 개혁 역시 기대만큼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도 사목여정의 큰 걸림돌이다.

 

 

순례의 여정은 계속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가톨릭교회를 어디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일까? 프란치스코 효과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떠나간 뒤에도?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깁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여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처음 소집한 성 요한 23세 교황은 공의회 소집을 지지하지 않는 ‘비관론자들’의 의견을 넘어 사목적 성격의 공의회를 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어졌다. 뒤를 이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나의 롤 모델로 삼는 교황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로부터 이러한 시대적 전환의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받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전통과 역사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교회 전통과의 단절이 아니라 지속성 속의 개혁과 쇄신이다.

 

‘프란치스코 효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가기 시작한 순례의 여정은 이제 막 5년이 됐지만 그가 교황직을 물러나도 교회 안에서 이어질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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