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기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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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30 ㅣ No.76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05) 기도란 무엇인가

 

 

문 : 세례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신자입니다.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고 기도는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요? 또 제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요?

 

 

답 : 가장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우선 기도가 왜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말씀드릴까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하에서 산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념 문제처럼 복잡미묘한 사안에는 더더욱 자기 신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때때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미친 듯이 주장할까요. 왜 폭력을 행사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명백히 합법적인 이념과 공인된 원칙 및 역할을 부여하는 전체적 상황에 놓이면 얼마든지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인간은 그다지 객관적이거나 이성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기도는 사람의 마음속 광기를 잠재우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기도는 사람의 삶이 자기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이 되게 하기에 광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도만 하면 마음이 마냥 평안하고 의심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수십 년 기도해도 기도가 제일 어려운 것 당신은 아시지요? 어느 날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누구라도 모두 용서하고 싶은 넓고 큰 마음이 되었다가 또 어느 날은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좁고 작은 마음이 되는 것도 알고 계시지요?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제가 태연하게 사랑의 길 위에 서 있어도 되는지요? 나를 빚으신 당신께 누가 되지 않도록 아주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게 도와주셔요, 하느님.”

 

‘나도 모르는 기도’라는 수녀님의 시 전문입니다. 수녀님의 고백처럼 기도가 마음을 완벽하게 평안하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 앞에서 적나라한 내 모습을 보여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움이 사람으로 하여금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겸허함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것이지요. 

 

포루투갈 파티마로 순례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 성물방에서 신자들이 한 할머니 수녀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았는데도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 할머니처럼 잔정이 많아 보이던 수녀님이셨습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자그마한 미소를 보여 주는 할머니 수녀님은 말 그대로 기도의 연륜이 엿보이는 분이셨습니다.

 

내가 제대로 기도 생활을 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해도 사람들이 나를 비호감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내가 기도 생활을 잘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답도 이해인 수녀님의 시로 답을 드릴까 합니다.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감사 예찬’ 전문)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하실 일이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다른 것과 같이 기도 생활 역시 균형을 잡으셔야 합니다. 사람들을 피하고 오직 기도만 하면서 살겠다고 한다면 심리적으로 불균형 상태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은 균형이 잡혀 있을 때 가장 건강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하느님 사랑만큼이나 이웃 사랑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기도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는 삶을 사신다면 기도 생활을 통해 많은 은총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27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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