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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친환경, 친인간적인 빛 추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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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12 ㅣ No.309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43) 친환경, 친인간적인 빛 추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유리화 미래 위해 비법 공개 마다치 않아

 

 

얼마 전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은 여성이 하기 힘든 일종의 ‘3D 업종’이란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재료와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몸에 해롭고 다루기 위험한 것들이 많기는 하다. 일단 날카로운 단면을 만들어 내는 색유리 커팅 과정을 거쳐야 하고, 납 성분이 들어 있는 유리 안료를 이용해 페인팅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납선(lead came)으로 조립을 한 뒤 납땜으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지선 수녀의 ‘라우다떼’ 전시 광경, 2016.

 

 

몸에 해롭지만 납 안료가 발색 좋아

 

물론 무납 안료와 납 함유량이 적은 케임(came)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납이 들어간 안료의 발색이 더 좋고 납으로 된 케임이 다루기에 더 익숙하다. 그리고 가격을 생각하면 선뜻 무납 재료를 쓰기 어려워진다. 몇 해 전 미국에서 있었던 스테인드글라스 콘퍼런스에서 ‘납 심포지엄’이란 세션이 있어 참석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납 성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나 장인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하도록 안전 수칙에 대한 지침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후 대수롭지 않게 납선이나 유리 안료를 만지거나 환기 시설이 완전하지 않은 곳에서 납땜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해졌다. 좋은 작업에 앞서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때때로 학교 실기실에서 악역을 자처하기도 한다. 먹고 입고 거하는 모든 영역에서 친환경, 친인간, 치유를 이야기하고 있는 요즘인 만큼 스테인드글라스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한다.

 

 

유해성분 적은 재료들

 

최근 유럽에서 유리 성분으로 이뤄진 미세한 분말 형태의 안료(frit)를 이용한 글라스페인팅 기법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법이 국내 작가들에 의해서도 실행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안료를 이용한 기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유리 성분으로 돼 있기 때문에 안료와 착색이 가해지는 유리의 팽창 계수가 일치하지 않으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일반 건축 유리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특정 제작사의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그런데 독일에서 생산되는 옵튤(Optul)이란 안료는 유리 성분의 안료이면서도 플로트글라스(float glass, 일반건축 유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납 성분이 있는 유리 안료를 다룰 때와는 달리 맨손으로 만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가마에서 780~830℃에 구워내면 발색이 이뤄지며 유리판과 한몸이 된다. 물론 작가가 원하는 농도와 형태를 얻어 내려면 많은 실험과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히 잘 사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전하게 원하는 효과를 얻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작가 티에리 부아셀(Thierry Boissel)이 2013년 국내 한 대학의 워크숍에서 본격적으로 소개했고 이후 감성원, 이규홍 작가가 국내 건축 유리 프로젝트에서 이 기법을 사용했다.

 

- 감성원 작 ‘즐거운 상상-La Vie est Belle’,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로비, 2013.

 

 

감성원 작가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로비 벽에 인천에서 처음으로 옵튤 안료를 이용한 유리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고, 이규홍 작가 역시 제주 금악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모두 이 새로운 기법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지난주 개최된 까리따스수녀회의 윤지선(제네시아) 수녀의 석사 학위 청구전 ‘라우다떼’(Laudate)에서도 옵튤 페인팅과 슬럼핑(slumping) 기법을 이용해 그레고리오 성가의 음표를 모티프로 한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윤지선 수녀는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전공하고 있다. 2012년 독일에서 이 재료를 처음 접한 뒤 국내에서도 활용해야겠다고 여겼는데 이제 그 바람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비법 공개로 상호 협력 추구

 

2013년 옵튤을 이용한 건축 유리 워크숍에서 작가 티에리 부아셀은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재료와 기법을 완벽하게 공개했다. 모든 노하우를 공개해도 되겠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작가는 “기법을 안다고 예술이 되는가? 기법은 기법이다. 이 방법이 좋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작업에 대해 다소 폐쇄적인 면을 보이는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작가들도 서로 자신의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더 나은 작업이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윤지선 수녀의 ‘라우다떼’ 전에서도 꼼꼼하게 정리한 실험 정보를 함께 전시해 학생들과 공유하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 우리 스테인드글라스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스테인드글라스의 친환경적인 재료와 기법들이 다각도로 연구되어 보다 많은 작가에 의해 널리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슬럼핑 기법

 

석고, 도자기, 금속 등으로 만든 몰드(틀)에 팽창율이 같은 유리판을 올려놓고 열을 가해 유리가 몰드의 형태대로 늘어지면 떠내는 기법.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11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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