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체세포복제배아 연구와 가톨릭교회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1 ㅣ No.1330

[생명사랑] 체세포복제배아 연구와 가톨릭교회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의 체세포배아연구와 연구윤리에 관한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그 이유는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회문제가 되었던 연구윤리문제를 차치하고도 근본적으로 ‘온전한 인간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그래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극도로 해치는 연구’였기 때문입니다.

 

체세포 배아는 채취한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우리 몸의 있는 세포(체세포)에 있는 핵을 떼어 난자에 넣어주면 생물학적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수정이 이루어지면 이미 한 사람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체세포배아연구는 이미 한명의 사람인 인간배아에 대한 파괴와 훼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셨던 정진석추기경님께서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성명서(2005년 6월11일)를 발표하였습니다. 성명서에는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인간 생명이 극도로 훼손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며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살인 행위”라며 “가톨릭교회는 이에 명백히 반대하며 연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서울대교구는 인간생명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가톨릭교회가 그 소명에 더욱 충실해야 하다는 취지에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설립하게 됩니다. 결국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중단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사람에 대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실질적 결과 없어

 

이렇게 해서 체세포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일단락되는 줄 알았습니다만 이후 2009년, 2011년에 차병원그룹에서 제출한 체세포배아복제연구에 대해서 국가의 조건부승인이 있었습니다. 특히 2011년에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실험에 대한 승인이 있었습니다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아직까지 사람에 대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실질적인 어떤 결과 - 난치병이 치료되었다던가 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요원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오히려 백혈병환자들의 치료법으로 잘 알려진 골수이식과 같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실질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치료법은 생명을 파괴하지 않는 생명윤리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성체줄기세포연구를 지지하고 서울대교구는 100억을 투자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5월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차의과대학 줄기세포연구팀이 제출한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 계획을 또다시 조건부 승인하였습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2020년까지 난자 600개를 사용해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하고, 그 확립 효율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주요 언론에서는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에 이용된다고 보도하였지만, 이 연구는 실질적인 치료 연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 파괴라는 문제 수반

 

이에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체세포복제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와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할 인간생명입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배아의 파괴를 수반하며, 인간 생명의 파괴라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어떤 목적으로도 무고한 인간 생명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 57항 참조).

 

수정 순간부터 모든 인간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명 존중의 원칙은 난치병 치료 연구의 장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질병을 치료하고 인간 생명을 보호한다는 치료 연구의 기본 정신에 부합합니다. 실제로, 인간 생명의 보호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역분화 줄기세포(iPS)가 개발되었던 동기는, 연구를 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뉴욕타임즈?, 2007년 12월11일자 참조). 이처럼, 생명 존중의 정신은 과학 분야의 창의성이 자극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커다란 성과가 이루어졌습니다.

 

 

난치병 치료 연구는 인간 생명 존중 정신 안에서 이루어져야

 

난치병 치료 연구는 인간 생명 존중이라는 정신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난치병 치료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장려 받아야 하지만,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인간 배아를 구체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즉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그것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생명존중’은 공허한 언어에 불과할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와 국가 기구의 일차적인 책무이며 존재 이유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존재하는 첫 순간부터 국가의 적절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가는 이 책무와 국민을 권리를 기억하고, 모든 인간 배아가 보호 받고 생명권을 존중 받을 방안을 마련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할 때 우리나라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 생명의 문화가 꽃피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 교우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말도 하지도 못하고 자기표현도 할 수 없는 작고 가난한 인간생명에 대한 보호는 우리 공동체를 생명이 꽃피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나갈 때 우리는 ‘참된 행복, 참된 정의, 참된 평화’(생명의 복음 5항 참조)를 이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생명에 감사드립시다. 생명의 백성으로 불린 사람들답게 작고 가난한 생명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8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2,08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