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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권장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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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21 ㅣ No.271

[교육, 들어다보기] 게임을 권장하는 사회



숨어들다

40대 이상 되는 부모 가운데 자신의 자식을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요?

중학교 2학년으로 대표되는 사춘기? 반항? 아니면….

정말로 무서운 건 함구하고 칩거하는 것입니다.

게임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들 문제로 속앓이를 하지 않는 가정이 없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무기력해지며 모든 대인관계를 차단하고, 고립된 자기만의 세계에서 머물며 성장하기를 거부하는 자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들을 중독으로 몰아갈 것인지, 21세기를 이끌어갈 내재형 인재로 키울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학생들은 ‘교육방송(EBS)’이나 ‘메가스터디’와 같은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자녀의 모니터를 자세히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도 몇 개의 창이 작업 표시줄에 깔려있을 것입니다. 많은 아이가 컴퓨터에 1.8이나 2배속의 인터넷 강의를 켜놓은 채 동시에 게임창을 열어놓고 딴짓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딴짓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아이들은 방문을 잠그고, 이에 분노한 부모들은 방문을 잠글 수 없도록 문고리를 뽑아놓기도 합니다.


게임, 동상이몽

아이들이 꾸는 게임 세상

· 시험공부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견디게 하는 것은, 시험이 끝나면 ‘물고기방’(피시방의 pc를 fish로 발음하면서 이렇게 말함)에 간다는 희망입니다. 적어도 5시간씩은 하겠다고 부풀어 있습니다. 놀이시설이나 노래방보다 요즈음은 피시방이 대세입니다.

· 학교 도서관과 컴퓨터실에는 자료 검색과 교과 수업을 위해 80대 정도의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면 급식을 한두 수저만 뜬 채 미친 듯이 도서실로, 컴퓨터실로 달려가 게임을 합니다.

부모들이 꿈꾸는 여성가족부의 그늘

· 예전에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도록 리모컨을 핸드백 속에 넣고 출근하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그 대신에 마우스를 뽑아갑니다.

· 85% 이상의 부모들은 ‘셧다운제’(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만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시간대인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도록 한 것)를 유지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에 압력을 가합니다. 그 반면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를 폭파해야 한다는 등 격앙된 소리를 질러댑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야?’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는 혈압부터 오른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한 거니?”, “언제까지 할 거니?”

아무리 자기 할 일을 다 마치고 게임을 한다 해도 부모는 주변을 서성이면서 ‘이제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수 없이 마칠 수밖에 없는 아이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척하면서 화면 아래로 게임창을 내려놓고 몰래 게임을 합니다.


언제까지 못하게 할 겁니까

학부모들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면서도 유독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에 대한 인식’입니다. 기성세대는 게임을 ‘중독’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합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게임 이용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불같이 일어났던 ‘드래곤 플라이트’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전 세계 게임 인구수는 17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약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게임의 총매출액은 820억 달러나 됩니다. 우리나라 게임 시장 규모만 해도 5조 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텔레비전만 켜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 광고, ‘카톡’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게임 추천을 통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더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 게임 시장의 성장세와 그에 따라 세계 경제가 개편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구태의연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을 건가요?


게임의 진화, 순기능으로 다가가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처럼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도 게임 관련 연수를 논의하기에 이르렀고, 교총과 KT 인재개발원에서도 2박 3일의 ‘게임리터러시’라는 연수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다면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것을 중독이라는 오명을 씌워 배제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은 보완하고, 그 안에 있는 순기능적인 요소를 교육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게임의 순기능

사실 과도한 게임은 비만, 우울증, 디지털 치매 등을 일으키고, 폭력적인 게임은 공격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하면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성공적인 삶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게임의 가장 큰 순기능은 ‘몰입’입니다. 재미있게 몰입하는 동안 도파민이 나와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재미있으니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게 되고, 목표를 향한 전략과 전술을 세워서 도전하므로 체계적인 사고와 기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일 경우에는 게임을 하는 동시에 채팅을 할 수도 있어 대인관계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게임 문화 고민하기

게임의 순기능을 알지만 게임만 하는 걸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요? 그렇다면 게임 중독에 걸린 아이들의 대표적인 속성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예방책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 : 일상생활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들어 높은 점수나 귀한 아이템을 얻음으로써 게임 속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게 되어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아이들 :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아이들은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결국 자신을 숨기며 게임 캐릭터만으로 대인관계를 맺는 도피적인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 : 스트레스를 해소할 데가 없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적극적인 방법을 찾기보다는 손쉽게 할 수 있는 게임에 빠지게 됩니다. 게임은 현실의 괴로움을 덮어둘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빠져들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걱정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중독으로 치닫지 않도록 아이의 장점을 찾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도록 자주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게임이란 주제를 놓고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게임 중독이 아니라 게임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임 공간이 현실과 분리된 가상공간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 변해 가고, 게임을 통한 국제화된 대인관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교수매체로써, 다양한 기관에서는 홍보나 소통도구로써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곧, 이제는 게임을 알지 못하면 일상생활을 원활히 할 수 없는 시대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게임, 더는 말릴 수만은 없지요!

게임을 잘 한다는 건 이제 또 다른, 대단한 재능입니다!

* 김미자 유스티나 - 서울 청파초등학교 수석교사로 서울시교육청 학습상담심리지원단과 행복독서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국어교육,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 대상의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하며 다수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10월호, 김미자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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