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영의 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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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06 ㅣ No.1756

[빛과 소금] 영의 식별

 

 

여러분, 여러분은 ‘악한 영’의 존재를 인정하시나요? 하느님을 향하여 열심히 나아가려고 하는 영혼에게 악한 영은 어떻게 다가와서 방해하고 장애물을 놓을까요? 오늘은 지난주(식별)에 이어 ‘영들의 식별’에 대해 나눠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다소 긴 피정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 사랑과 고마움으로 가득 찬, 마치 꿈결과도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없이 달콤했던 ‘천국’이 어느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고, 불현듯 저의 생각 속에서 일어난 하느님 말씀의 진실성에 관해 의심을 품게 하는 ‘엉뚱한’ 한두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답을 찾지 못해 생각 속을 헤매기 시작했고 점차 기분이 더 언짢아지고 불안해지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아예 혼란과 불안감과 불신으로 가득찬 어둠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려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속에서 ‘선한 영’(성령 하느님)만 활동하실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악한 영’(악령)이 우리의 ‘이성(理性)’이라는 통로를 통해 장애물을 놓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즉, 선한 영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이 더 하느님께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힘, 위로와 눈물, 좋은 영감 등을 주어 ‘믿음·희망·사랑’을 자라게 해주고(이것을 ‘영적 위로’라고 함), 반면 악한 영은 그 사람이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도록 ‘거짓 이유’로 슬픔에 빠져 애타게 하고, 생각을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고 무섭고 당혹스러운 사태를 조장하는 등 선한 영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이것을 ‘영적 실망’이라고 함). 이 위로와 실망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계속 교차하면서 나타납니다.

 

이러한 ‘영의 교차 체험’은 피정 시간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안에서도 그대로 경험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이러한 ‘실망의 시기’를 겪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이러한 어둠의 시기를 잘 ‘참고’, ‘견뎌내야’ 합니다. 어두울 때에는 마치 이 상태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조만간 다시 ‘위로의 때’가 올 것이기에, 이전 위로 때에 가졌던 생각과 결심(의도)을 변경하지 말고 그대로 지켜나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이런 어둠 앞에서 겁을 먹거나 약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홀로 남겨진 듯 위축되기 쉬운데, 그럴수록 오히려 ‘역으로’ 기도와 묵상, 성찰을 하는 것이 다시 위로의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 ‘개방성’입니다. 마음이 어두울수록 이것을 비밀리에 혼자서 해결하고 싶어지는데, 이것을 있는 그대로 영적 지도자나 믿을 수 있는 이에게 개방해야 합니다. 그러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우리의 생각의 흐름이 어느 시점부터 혼란스럽게 되었는지 그 ‘진행 경과’(처음-중간-끝)를 살펴보는 것, 자신을 잘 아는 것(강·약점), 하느님의 현존과 은총을 믿는 것 등이 도움이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악한 영은 우리의 생각을 부정적으로 바꿔 놓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과의 관계(기도)와 이웃과의 관계(사랑)를 멀어지게 하고, 그래서 마치 그동안 우리에게 고마운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한탄하며 슬퍼하게 만듭니다. 실망 시기의 특징은 ‘망각’인 것입니다. 그러니 실망할 때에는 ‘억지로’라도 고마움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억하고 견뎌내면 조만간, 얼마 후, 다시 ‘위로의 시기’가 올 것입니다.

 

[2022년 2월 6일 연중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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