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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한 사목적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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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23 ㅣ No.883

[통일을 준비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한 사목적 제언



광복 70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올해를 뜻깊게 보내고자 기도운동을 비롯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경색된 남북관계나 5·24조치로 막혀버린 남북교류나 인도적인 지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대북활동에 크나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분단 70주년을 지내며 바치는 기도가 남북관계 안에서도 열매를 맺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합니다.


정부에 대한 바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지도자의 결단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3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출범 당시 한반도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에게 큰 기대를 걸게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남북관계는 아무런 진전이나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하여 남북대화를 중단하게 된 계기를 북한이 여러 차례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남북 정부 모두가 노력해야 하겠지만, 인구나 경제력을 비롯하여 국제적인 위상에서 북쪽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는 남쪽이 한층 더 큰 아량과 희생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고 지도자의 넓은 아량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라고 합니다. 남북이 통일을 위해 지속해서 대화를 해나가고, 주변국들과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독일 통일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습니다.

서독 정부는 정치 상황에 상관없이 일관된 정책을 펴나갔습니다. 일관된 정책이란 다름 아닌 통일을 대비하여 훗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하드웨어, 곧 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하여 철도, 항로 건설을 지속하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통일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국제연합(UN)이나 주변국의 영향으로 통일방식을 정하는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주민에게 투표로 의사를 묻는 일이 생길 때 북한주민들이 남쪽과의 통일을 싫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인도적인 지원과 민간교류는 계속되어야 - 식량 부족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은 민족애의 차원을 넘어 인간애를 실현하는 문제입니다. 남북교류에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어려움에 부닥친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교회를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독일 통일에서 신·구교를 막론하여 교회가 한 역할은 대단히 크다 합니다. 이는 교회가 자체적으로 하기도 하였지만, 정부가 교회를 많이 활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목적인 제언

기도운동을 통한 형제애 회복 - 현재와 같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북한교회와의 왕래가 막혀버린 상황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무관심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물든 청소년들이나 신자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한국 방문 당시 명동에서 있었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때 형제애를 강조하셨으며,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형제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바치고 있는 미사 전 묵주기도와 밤 9시에 바치는 주모경을 계속 바쳐 우리의 무관심과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장애를 없애야 합니다.

식량 지원을 비롯한 인도적인 지원의 활성화 - 5·24조치로 그동안 남북교류를 비롯한 식량 지원과 같은 인도적인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현재 우리 교회는 국제 카리타스를 통해 식량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속한 5·24조치는 신자들의 마음도 무관심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5·24조치도 부분적으로 서서히 풀릴 전망이라고 하니 대북 인도지원에 우리 신자들이 더욱 열성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식량 지원을 중심으로 의료 지원, 영유아 급식, 식목사업과 같은 일에 함께 해야 합니다.

각 교구 자매결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원과 통일기금 조성 - 주교회의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각 교구와 북한 지역을 자매관계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동안 통일기금을 조성하고 있는 교구도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교구도 있습니다. 남북교류가 잘 이루어지면 자매결연 지역을지원 대상지역으로 삼아 물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각 교구는 지정된 지역의 통일 뒤 교회 설립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각 교구는 통일기금 조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일학교를 통한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교육 - 청소년들이야말로 통일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통일에 대한 의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주일학교에서도 청소년들에 대한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새터민들에 대한 사목적인 관심 - 새터민들이야말로 통일 뒤 함께 살아야 할 북한 사람들을 미리 앞당겨 체험하게 해주는 이들입니다. 새터민들을 교회와 신자들이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돌보아 줄 때 이들은 통일 뒤 새로운 선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3만 명에 가까운 새터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통일을 앞두고 소중한 사목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 이기헌 베드로 주교. 의정부교구장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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