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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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묵주기도 드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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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12 ㅣ No.1758

[빛과 소금] 묵주기도 드릴 때에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과 묵주기도를 다양하게 바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선 묵주기도는 ‘염경(소리)기도’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바치는 방법에 따라 ‘묵상기도’도 될 수 있고 ‘관상기도’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교황님들은 묵주기도를 ‘관상기도’로 소개하셨습니다.

 

“묵주기도는, 구원에 도움이 되는 관상기도입니다.”(교황 바오로 6세)

 

“묵주기도는 성모님이라는 ‘학교’에서 그리스도를 읽고 그분을 깨닫고 그분을 배우는(바라보는) 기도입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 염경기도적 측면

 

우선, 묵주기도를 통해 ‘힘 있는 전구자’이신 성모님께 우리의 청원과 간구를 드리는 일은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천 년 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의 기적은 성모님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었고, 실제로 오늘날에도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모님의 전구의 도움을 받았으며, 또 받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지상에서의 역할은 승천 이후에도 변함없고, 한번 ‘어머니’는 하늘에 올라가셔도, 그대로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마리아 공경』 56항 참조) 그래서 그리스도교 초대 교회 때와 우리나라 박해 시대 때에도, 성모님을 어머니로 공경하며 의탁하는 기도의 물결은 쉼 없이 이어졌고, 지금도 우리 신앙의 큰 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2. 묵상기도적 측면

 

묵주기도의 각 단(신비)의 의미를 곱씹고 묵상해보는 것입니다. 입으로는 기도문을 외우면서도, 묵상기도의 본래 의미대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정신의 세 가지 능력’(기억·지성·의지)을 활용하여, 현재 바치고 있는 신비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해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희의 신비 2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를 바치고 있다면 이런 질문들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성모님은 당신도 임신 중이신데, 어떻게 그 먼 길(나자렛에서 아인카림까지)을 홀로 가실 생각을 하셨지?”, “가시는 길도 위험했을 텐데, 왜 혼자 가셨을까?”, “기쁨에 넘치신 성모님, 주님의 일은 우리 모두(성모님, 엘리사벳, 요한 세례자, 예수님)를 기쁘게 하나 보다!”, “예수님은 태중에서도 선교를 하시는구나! 기뻐 뛴 세례자 요한!”, “나는 어떤가? 나도 성모님처럼 사랑의 여행을 떠나는가?” 이렇게 곱씹으시면서 마음이 건드려지는 부분이 있다면 잠시 거기에 머물러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관상기도적 측면

 

각 신비의 장면을 마음의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도문을 외우거나, 각 신비 안에 직접 ‘나 자신’으로서 들어가 예수님과 함께 같은 공간에 머무는 상상을 하며 바치는 것입니다. 위의 예로 다시 든다면, 엘리사벳의 아인카림 집에서 벌어진 기쁨의 순간에 우리도 들어가서 그 기쁨을 함께 느껴봐도 좋고, 먼 길을 떠나시는 성모님의 벗이 되어 동행해 드리는 상상을 하며 바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상기도의 의미는 ‘함께 있기’, ‘눈길을 고정하기’, 그리하여 점차 ‘그분으로 물들어가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묵주기도는 우리를 오직 단 한 분, ‘예수님’이라는 분과의 만남으로 초대해 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교회는 온통 ‘예수님’입니다. 미사도 ‘예수님’이고, 교회의 모든 학문도 결국 ‘예수님’입니다. 그분은 진정 ‘길’, ‘진리’, ‘생명’이십니다. 세상의 많은 지식들 가운데 어떤 지식이 가장 고귀할까요?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필리 3,8)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아닐까요. 묵주기도는 예수님 ‘일생’의 주요 장면을 축약적으로 잘 보여주기에 ‘복음서의 요약’이라 불립니다. 이 아름다운 묵주기도를 매일 드림으로써 우리의 하루하루는 ‘예수님을 아는 지식’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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