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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0: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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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3 ㅣ No.697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0)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 생활

 

기도, 그리스도인 생활의 혼이자 영적 원동력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겟세마니의 기도(The Agony in the Garden, 1608).


가톨릭 신앙인의 영성 생활은 하느님 구원 활동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악의 유혹으로 죄에 물들 수 있는 나약한 본성을 지닌 인간은 하느님 은총으로 성덕을 완성하기 위해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영적 여정을 어떤 방법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요? 샤를 앙드레 베르나르는 저서 「영성신학」에서 “모든 영적 스승들이 인정하듯이 기도는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의 혼이다”라고 언급합니다. 따라서 기도 생활이야말로 우리의 영적 여정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 생활은 가톨릭 교회를 비롯해 다른 종교에서뿐만 아니라 무신론자까지도 일상 안에서 실천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고유의 기도 생활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의 가르침을 소개하면서 기도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이다”(2559항).

결국 그리스도교의 기도는 하느님과 깊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 생활을 잘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서 먼저 기도의 모범이신 예수님께서 공생활 중에 하셨던 기도 생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공생활에서 중요한 시기를 맞이할 때마다 기도하셨다고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직후 기도하십니다(루카 3,21).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신 후 다음 날 제자들 중에서 열둘을 사도로 뽑으십니다(루카 6,12-13). 또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신 후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을 묻습니다(루카 9,18).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산에 올라 기도하시는 중에 눈이 부시도록 거룩하게 변모하십니다(루카 9,28-29).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는 베드로가 당신을 배신하리라고 예고하면서도 베드로의 신앙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씀하십니다(루카 22,32).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중요한 때마다 기도하신 의미를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성부께서 성취하라고 명하신 구원 활동을 펼치시기에 앞서 예수님께서 드리는 기도는, 그분께서 인간으로서 지니신 뜻을 겸손과 신뢰로써 사랑이 충만하신 아버지의 뜻에 맡겨 드리는 기도이다”(2600항).

이외에도 공관복음서 저자들은 따로 시간을 내 조용히 기도하러 가신 예수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신 후 캄캄한 새벽녘에 외딴곳에 가시어 기도하십니다(마르 1,35). 예수님께서는 남자만 오천 명가량에게 가르침을 주신 후 그들을 돌려보내시고 나서 산에 올라 기도하십니다(마르 6,46; 마태 14,23). 예수님께서는 어느 날 나병 환자를 고쳐주신 후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십니다(루카 5,16).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이런 예수님 기도 생활의 의미에 대해 역시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강생하심으로써 인류를 완전히 떠맡으셨기 때문에, 기도에서도 사람들을 떠맡고 계시며, 당신 자신을 성부께 바치심으로써 그들을 또한 성부께 봉헌하신다”(2602항).

결국 하느님 구원 활동에 순명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바로 겟세마니에서 바치신 기도 안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중 중요한 시기마다 기도를 하면서 구원 활동에 관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 뜻에 순명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의 기본적인 방법으로써의 기도 생활이 구원 활동에 관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며 순명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12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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