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티츠빈의 성모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18 ㅣ No.295

[영혼을 여는 문 이콘] 티츠빈의 성모

 

 

- ‘티츠빈의 성모’, 1300년경, 러시아.

 

 

‘티츠빈의 성모’ 이콘은 성모와 아기예수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는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호데게트리아)의 변형 중 하나이다. 예수님의 얼굴은 어머니를 향해 돌려져 있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 밑에 포개져 있는데 한 발은 발바닥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한 발은 앞을 향해 뻗어 있다. 그리고 오른손은 축복의 자세를 취하고 있고 왼손에는 작은 두루마리를 들고 있어, 요한복음 1장 첫 머리에 나오는 ‘사람이 되신 말씀’, 곧 당신이 모든 말씀의 주인이심을 나타내준다. 성모님의 머리는 아기 예수께로 조금 숙여져 있으며, 우리를 응시하신다. 당신의 아들 앞에서, 타락한 세상을 위해 기도하면서 중재하고 계시는 모습이다.

 

오래된 전승에 따르면, 이 이콘은 밝은 빛에 둘러싸여 러시아의 라도가 호수 위에 기적적으로 떠 있는 모습으로 어부들에게 목격됐다. 이후 티츠빈카 강기슭의 여러 이웃 고을에서도 목격됐다. 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은 이 이콘이 지상에 내려올 때까지 함께 모여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곧이어 통나무를 잘라 이 이콘을 모실 성당을 세우기 시작해 그날로 성당 벽이 될 첫 세 면을 세웠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당 공사를 시작한 장소의 강 반대편에 그 이콘이 나타나 있음을 발견했다. 성모님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시는 장소를 알려주신 것이다. 이로 인해 강 건너 새로운 부지에서 다시금 성당 공사가 시작됐고, 성모승천대축일에 새 성당 축복식이 마련됐다. 성당을 지은 후 두 번이나 화재가 났었지만 성모 이콘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고, 그 후 바실 이바노비치 대공에 의해 돌로 새로운 성당이 지어졌다. 그리고 1560년에는 이반 뇌제의 지시에 따라 그 근처에 ‘티츠빈의 성모’ 이콘의 거룩한 이름으로 남자 수도원이 세워졌고, 돌로 된 성벽도 그 주위에 만들어졌다.

 

1613~1614년 스웨덴이 러시아로 쳐들어왔을 때, 수도자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로 하고 이 성모 성화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성소에서 이 성모 이콘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수도자들은, 이것을 성모님께서 보호해주신다는 표징으로 생각하고 수도원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에 성모님께 자신들과 수도원을 구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 성모 성화를 모시고 수도원의 성벽 주위를 행렬했다. 이때 수도원을 공격하던 스웨덴군은 수많은 러시아군인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마침 대규모의 모스크바 군대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스웨덴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완전히 혼란 상태에 빠져 달아났다. 수도원은 이렇게 기적적으로 보존돼, 이 성모 이콘은 기적을 일으키는 성화로 널리 전해지게 됐다. 또한 이 성모 이콘의 여러 사본들이 러시아 전역에 있는 성당들에 안치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사본들 중 일부 앞에서는 아이들과 병든 이들이 치유되는 기적이 많이 일어났다.

 

*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10월 16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2,79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