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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사랑의 기쁨과 가정 성화: 사랑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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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23 ㅣ No.1137

[경향 돋보기 - 「사랑의 기쁨」과 가정 성화] 사랑의 혁명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과 관련한 당신의 기억 하나를 말씀하셨다. “저는 형제가 다섯이었는데, 누가 더 좋은지 묻자 엄마가 대답하셨습니다. ‘나에게는 다섯 손가락과 같은 자녀들이 있단다. 하나를 때려도 아프고, 다른 손가락을 때려도 모두 다 아프다.’ 가정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자녀들은 다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자녀들입니다”(2015년 2월 11일 일반 알현 중에).

 

교구에서 가정 사목을 맡고 있던 시절, 어떤 자매가 나에게 말했다. “신부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습니다. 십자가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랑은 기쁨이자 십자가이며 이로 말미암은 아픔이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넘어 십자가 뒤에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것이 참된 희망과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인 것처럼, 사랑은 결국 참된 기쁨이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시작하며 가정의 기쁨이 곧 교회의 기쁨이 된다고 하신 것이다(1항 참조).

 

오늘날은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며 모든 것이 지난날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인간이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또 다른 혁명과도 같은 일, 곧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반면, 인간의 편리가 더욱 좋아질수록 인간 사이의 만남과 관계가 더욱 요원해지는 현실을 우리는 이미 맞이하였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긍정적인 것보다 무척 부담스럽고 힘든 현실이라 느껴진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되는 가정, 불안정한 가정, 대화 없는 가정 등이 늘고 있다. 어쩌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존재에 대한 무관심과, 쉽게 무언가를 행하기보다 이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현실 속에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가운데 우리의 가정은, 우리의 교회는 어떻게 기쁠 수 있을까? 교황님은 왜 기쁨을 계속 이야기하실까?

 

 

변하지 않는 가정의 기쁨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은 가족과 건강이 먼저라고 대답하곤 한다. 나 자신의 행복한 삶과 함께 가족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랑의 원천이며 기쁨이자 때론 십자가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랑의 선물인 자녀를 다시 사랑으로 돌보게 된다. 이러한 가정의 근본적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될 수 없는 것이다. 곧, 늘 사랑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바로 가정이어야 한다.

 

지난여름 세계 가정 대회가 열린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속적인 것이 없어져 가는 문화 안에서 이미 익숙해져 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사랑 안에는 일시적인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사랑을 무엇보다 가정 안에서 깨닫고 배운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지긋한 나이의 자식을 보고도 늘 어린아이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자식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 덕분이다. 그러기에 교황님은 지난 세계 가정 대회에서 “결혼은 단순한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삶으로써의 소명”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안에는 가장 본질적인 사랑이 담겨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가정에 관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은 단순한 교리 해석이나 교회적 가르침의 이론이 아니다. 지속적인 모든 것이 메말라 가고 더 복잡한 현대 사회의 각 가정에 사랑의 기쁨을 다시 일깨우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현대 가정의 안내서이다. 이를 통해 교황님이 가정과 관련하여 말씀하시는 핵심 내용은 가정의 본 가치를 되찾게 하시려는 데에 집중된다. 그 본 가치는 가정이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으로, 당연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표현이기도 하다.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

 

교구 가정 사목을 맡던 시절, 가정의 본 가치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을 많은 가정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또한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 가운데 많은 것이 임시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데에 우리 스스로의 의식들이 습관화되다 보니, 사랑이 없이 대했던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내 기준과 내 방식으로, 기다려주지 못하는 마음으로 대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님의 권고 「사랑의 기쁨」은 그 서두에서 우리에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이야기한다. “가정은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기회입니다”(7항).

 

새로운 한 가정은 참된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작은 교회의 시작이다. 가정의 본 가치를 계속해서 되돌리려는 노력의 공간으로 가정을 바라볼 수 있다면, 수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크고 작은 가정의 일이 문제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기회란 한 번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교황님은 세계 가정 대회에서 “사랑이 사랑으로 커 나가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사랑은 임시방편이나 통과 의례가 아니다. 사랑은 계속되는 것이기에 변할 수 없다. 가정에서의 사랑과 희망이 우리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원동력임을 잊지 않고 한 번 더 실천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지금의 가정의 모습이며 교회가 지지해야 할 참역할이다.

 

 

시간에 집중하는 가정 사목을

 

1인 가구를 위한 음식이 가게에 늘어나고, ‘혼밥’이나 ‘혼술’이라는 말이 어느덧 익숙하게 들려온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는 고령화 사회와 비혼 인구의 증가, 그로 말미암은 저출산 사회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현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 속에 앞으로의 가정에 대한 사목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무엇보다도 가정 사목으로 영역을 정해 놓은 표현부터 바꾸어야 하겠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정의 일원이고 이 연결은 계속된다. 가정 사목을 단순히 일반적인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에만 집중하는 사목으로 한정할 수 없기에 사목은 모두가 가정 사목에서 출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의 가정 사목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모든 역량을 가정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통합적 사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위한 교회의 모든 활동’이라 정의되는 사목은 이제 ‘공간’이 아니라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목이어야 한다(「복음의 기쁨」, 222항; 「사랑의 기쁨」, 3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두 교황 권고에서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라고 언급하셨다. 이는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가 아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원칙이다(「복음의 기쁨」, 223항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가정 사목 또한 공간이 아닌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목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적극적인 시간의 공유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황님이 진단하시는 ‘임시적인 문화’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당장의 결과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기회가 아닌 문제로 받아들이기에 당장 문제의 정답을 원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어떤 결과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한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내 불화가 생기고 갈등이 조성된다.

 

‘임시적인 문화’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 의식 속에서 당장의 성과를 바라는 조바심과 금방 싫증 나 버리는 의식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현상들을 보게 된다. 심지어 인내와 기다림보다 무관심과 나만의 행복에 몰두한 나머지, 소통 없는 가정이 많다는 것은 총체적인 가정의 위기이다.

 

부모와 아동이 하루에 함께하는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2시간 30분 정도인 반면에, 한국은 48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 자료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가정은 가족 간 사랑의 소통과 연결점의 기능이 약화된 것이다.

 

이러한 단절된 문화를 가정 안에서부터 개선하고 새롭게 시작해 나가도록 힘을 불어 넣는 것이 가정 사목이 해 나가야 할 방향이다. 교황님이 ‘가정’에 대한 가르침을 계속 강조하시는 것은 사랑이 삶의 원천이자 보금자리가 되는 가정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알려 주시는 것이다.

 

 

개별 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황님은 우리의 신앙을 전수하는 것도 바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신다. “신앙을 전하기 위한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장소는 가정입니다”(2018년 아일랜드 세계 가정 대회에서).

 

교황님은 신앙 교육을 위한 교리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와 본당에서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 기본이며 중요하지만, 가정이 최우선의 공간이라 이야기하셨다. 이는 가정 사목의 방향에 있어서도 기존의 교회 차원의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보다, 각 가정이 자체적으로 신앙을 전수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도록 지원하고 배려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이야기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라는 경제 용어를 교회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소형화를 의미하는데, 작게 만들고 효율은 더 좋게 함을 의미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사회의 개인적 취향과 기호가 더 선호되는 풍조에서 개별 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가정의 모습만 강조하는 가정 사목은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한 가정, 한 사람에게 세밀히 다가갈 수 있는 사목자의 열정과 노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또한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개별적 소통과 나눔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문화를 그리스도인 가정에서부터 계속 연습해야 한다. 자기 아이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모르고 있었다며 놀라는 부모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결국 가정의 본 모습을 회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인내롭게 기다려 주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8월 세계 가정 대회에 모인 많은 가정 앞에, 세상에 ‘사랑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셨다.

 

“이기주의와 개인적 관심사라는 돌풍이 몰아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사랑의 혁명이 필요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서 시작하는 사랑의 혁명 말입니다!”

 

바로 우리 가정 안에서부터 감춰진 채 잊고 있었던 사랑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고 확인하는 노력을 당장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사랑의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전혀 다른 변화의 시대라 하더라도 말이다.

 

* 강영목 요한 보스코 - 대구대교구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사목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교구 사목국에서 가정 사목을 담당했다.

 

[경향잡지, 2018년 12월호, 강영목 요한 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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