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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앙 안의 공부를 통해 얻은 것들(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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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2 ㅣ No.608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앙 안의 공부를 통해 얻은 것들(정체성)

 

 

“향 싼 종이에선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 난다”는 말처럼 모든 사물에는 그만의 독특한 냄새가 있다. 향내와 비린내 또한 향과 생선이 지니고 있는 그만의 특성 때문에 서로 다른 냄새를 낸다. 이렇게 어떤 존재가 지니고 있는 그만의 독특한 성질을 ‘정체성’이라고 하고, 그런 느낌과 인식이 자아(自我)에 대한 것일 때 심리학에서는 ‘자아정체성’이라고 한다.

 

즉 ‘자아정체성’이란 ‘자신이 타인과 구별되는 유일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고, 나아가 자아정체감은 자신의 신체적 특징, 기술, 희망, 자기가치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뿐만 아니라, 타인이 자신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보이는 견해까지도 생각하며 만들어가게 된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은 일생을 통해 계속되는 과정이며 그러기에 더욱 중요한 인생 과제이다.

 

 

‘자아정체성’은 자신이 타인과 구별되는 유일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인식

 

캐나다의 심리학자 제임스 마샤(James Marcia)는 ‘자아정체감 상태 모형(Ego-Identity Status Model)’ 이론을 제시하면서, ‘위기’와 ‘수행’라는 개념으로 개인의 자아정체성 성취 정도를 진단했다.

 

여기서 ‘위기’란 말 그대로 인생의 위기에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현재 상태와 역할, 가치 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해결책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수행’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과업에 대해 적절한 노력과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위기’는 자신의 이해를 위한 작업이어서, 이 경험이 없으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의존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고, 반면에 ‘수행’은 지니고 있는 신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어서, 이것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과업에 몰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마샤에 의하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둘을 다 경험했고 경험하는 상태로, 이런 사람들은 현실적이며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은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못하거나 비판적이거나 혹은 낮은 자존감으로 혼돈과 공허함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활달한 성격의 H자매는 영세 후 신앙생활을 좀 더 잘하고 싶어 바로 성물방 봉사단체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쉽게 느껴져 전례 봉사를 추가했는데, 이것 또한 자신이 너무 드러나는 듯하여 제대회로 옮겼다고 한다. 거기다 여러 단체에 봉사자가 모자라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씩 도와주다 보니 일이 많아 힘들어지게 되었다. 결국 심신이 지쳐 예민한 상태에서 한 자매와 부딪히는 사건이 생겼고 급기야 봉사활동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때마침 남편이 전근을 가게 되어 그녀는 미련 없이 이사를 갔고, 그곳에서는 봉사를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사참례와 기도에만 열중하던 그녀는 뭔지 모를 부족함을 느꼈는데, 마침 그때 그녀를 지켜보던 한 자매의 권유로 레지오 단원이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저는 여러 단체를 전전하며 봉사하면서 각 단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동만 했던 듯해요. 한 마디로 혼이 없는 봉사였지요. 그런데 레지오는 다른 단체에는 없는 교본이 있어 기도와 봉사의 정신, 또한 우리의 목표 등에 대해 알려 주니, 레지오의 특성을 알겠더라구요. 그것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지금은 마음을 담아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게 돼요.” 그녀는 지금 본당협조 뿐만 아니라 무료급식소 봉사도 하며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의 정체성은 교본으로 확립

 

교본은 “그(창설자인 프랭크 더프)의 정신과 사상이 온전히 드러나 있는 작품”(교본 20쪽)이며 “레지오의 공식 해설서”(교본 299쪽)이다. 그러니 레지오 단원의 정체성은 교본으로 확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레지오에서는 영적독서나 훈화를 교본으로 하기를 권장하고, 새 단원이 선서 전까지 교본읽기를 활동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매주 회합에 교본연구 시간을 두고 있다. 이때는 교본을 그냥 읽고마는 것이 아니라 토의를 통하여 각자 연구해 온 것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교본연구는 전단원이 미리 교본을 읽고 연구해 오는 성의를 보이고 또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본은 단원들이 성모님의 군사로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중요 사항들, 곧 레지오 조직의 원리와 규칙, 운영 및 활동의 방법, 레지오의 정신 등에 관해서 가능한 한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교본 299쪽)어 “교본을 많이 알면 알수록 능률적으로 레지오를 운영하게 되고 –중략- 단원의 질적 수준도 동시에 높아지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교본 300쪽)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본연구 시간은 교본을 통해 레지오 단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간이다.

 

뿐만 아니라 레지오 전체가 교본대로 운영되어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교본에 적혀 있는 규율과 규정은 레지오의 제도이다. 아무리 사소한 사항이라도 하나하나 바꾸기 시작하면 다른 데도 손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레지오는 얼마 안 가서 이름만 남을 뿐 알맹이가 빠져 버린 무익한 단체로 바뀌고 만다.”(교본 195쪽)는 것으로, 교본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단체가 있다. 이는 각기 다른 지체가 모여서 한 몸을 이루듯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니 어떤 단체가 더 좋고 나쁜 것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각 단체는 그 고유한 모습으로 봉사를 할 뿐이니, 각자 몸담은 단체의 정체성을 의식하며 원래 정신에 맞갖게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레지오 단원들은 타 단체와는 다른 레지오만의 독특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면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교본 28쪽)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레지오 단원인 나에게서 성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레지오다운 단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말이다.

 

“성령께서는 자신의 항아리(각자의 영성의 그릇)에 먼저 물(신앙 안의 공부를 통해 얻은 것들)을 채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영신적 지식과 이해력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 제멜리 - (교본 302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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