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삼중 대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7 ㅣ No.428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삼중 대화


대화, 그 자체로서 열매이자 교회의 존재 양식

 

 

- 몽골 울란바토르 항올 성모마리아 본당 신자들이 몽골지목구장 파딜랴 주교 등이 공동집전하는 성 금요일 전례에 참례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선교는 지식이나 논쟁보다는 거룩한 삶의 모범이 더욱 큰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 문화들의 양식과 틀에 맞게 그리스도교 생활을 육화하지도 못했으며, 교회를 토착화하지도 못해 그리스도교 생활과 교회를 이 땅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아시아의 위대한 여러 타종교 형제들과 더불어 개방적이고 진지하고 꾸준한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한다. … 복음의 생활과 메시지가 아시아의 유서 깊은 문화 속에 더욱 융화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FABC 제1차 총회 성명서 「오늘의 아시아의 복음화」, 1974년 타이완 타이페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는 공의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분야별로 실현하는데 힘을 실어왔다.

 

특히 아시아 주교들은 FABC 제1차 총회 최종 결의문과 그 뒤에 이어 낸 총회 문헌에서도 ‘삼중 대화’를 강조했다.

 

아시아 주교들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방식은 더 이상 복음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러한 성찰은 아시아 주교들이 1970년 11월 23~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로도 아시아 교회는 FABC를 중심으로 삼중대화의 신학적 전망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특히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제5차 FABC 총회에서는 ‘선교’란 신자 수의 증가가 아니라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 수준 높은 아시아의 타종교 전통들과의 대화”라고 규정했다. 또 삼중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바로 ‘토착화된’ 지역교회라고도 강조했다. 서구적인 교회가 아니라 아시아의 현실과 문화, 종교 전통 안에 뿌리내려 토착화된 지역교회야말로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라는 말이다.

 

‘삼중 대화’는 단지 아시아 대륙에서 복음화를 이루는 방법론이 아니다. 대화는 수단이나 방법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열매이고 교회의 존재 양식이다.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과 수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가난과 억압으로 고통 받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사회적 관심」을 통해 “이러한 죄의 구조로 인해 형성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현실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죄의 구조로 인해 고통 받는 가난한 이들의 신음과 부르짖음은 모든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의 대화와 연대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화와 연대는 우리 각자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권고 「아시아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맺는 연대는 그리스도인들 자신이 예수님을 본받아 소박하게 살아갈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 각자 그리고 그들의 가정과 교회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구현해야 하고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적 인간 발전에 투신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연대는 각 지역사회와 국가는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1999년 당시 인도 뉴델리교구장 앨런 데 라스틱 대주교가 타종교 지도자들과 함께한 모임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많은 종교들이 태어나고 발전한 하시아에서는 종교간 대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타종교와의 대화

 

많은 종교들이 태어나고 발전한 아시아에서는 다른 종교와 종교인들과의 대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겸허한 대화와 수용의 자세가 없을 때 아시아의 종교들은 평화보다는 오히려 긴장과 갈등,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실제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종교적 근본주의는 다른 종교와 종교인들의 삶을 핍박한다. 뿐만 아니라 인권을 유린하고 인간 존엄성을 말살하는 이유가 된다. 더욱이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지구촌 자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참된 대화가 결여될 때, 평화는 깨지고 오히려 갈등과 분쟁이 일어난다.

 

교회는 ‘종교간 대화’가 ‘교회의 복음화 사명 일부’에 속한다고 가르친다. 복음화 사명 자체에 이미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이 내포돼 있다. 권고 「아시아 교회」에서도 “종교간 대화에 적합한 형태들(대화를 통한 복음화와 복음화를 위한 대화)을 제공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적절히 준비시키는 것은 아시아 교회를 위하여 중요한 일”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문화와의 대화

 

토착화는 아시아뿐 아니라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교회 모두의 사목적, 신학적 과제다.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 교회는 자칫 ‘외래문화’로 여겨지기 쉽고,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그렇게 간주되고 있다. 그런 현실을 고려할 때 아시아 교회의 최우선적인 임무는 “‘그리스도교의 아시아적 뿌리’를 발견하고 아시아적인 모습을 지닌 그리스도교를 제시하는 것”이다(「아시아 교회」 4항). 그리스도교는 결코 서양만의 종교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서양인들만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리스도가 지닌 아시아적 모습을 재발견하고 아시아적인 이미지와 상징으로 설득력 있게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오늘날 토착화와 복음화의 과제는 단지 말로 하는 선포만이 아니라 삶의 증거로 이뤄져야 한다. 현대 사회와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뿐만 아니라, 특별히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지식이나 논쟁보다는 ‘거룩한 삶의 모범’이 더욱 큰 설득력을 지닌다.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이처럼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 타 문화와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 대화와 연대의 노력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다시 돌아봐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이러한 성찰을 더욱 깊이 이어가야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신앙의 활력이나 경제적 자립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 복음화를 실현할 선두로 꼽혀왔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는 - 지역교회 상호 교류와 협력 증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는 아시아 교회 주교들이 참된 아시아 교회를 구현하는데 힘을 싣고자 1992년에 설립한 연합 기구다. 따라서 “아시아 교회와 사회의 번영을 위해 회원들 사이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고, 선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모든 것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사도직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아시아 민족 전체의 발전에 교회가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시아 교회의 공동 관심사를 연구하는데 협력하고, 그 해결 가능성과 공동 노력을 이어간다. 아시아 지역 교회와 주교들 사이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도 설립 목적의 하나다. 또한 국제적인 차원에서 교회 기구들과 운동들의 조직적인 발전을 강화한다.

 

산하에 사회위원회, 사회홍보위원회, 평신도가정위원회, 신학위원회, 교육위원회,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복음화위원회, 성직위원회, 축성생활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중앙사무국은 FABC 내외의 사무국 혹은 기구들의 협력을 조정하는 기구로, 홍콩에 거점을 두고 회원국 주교회의들 간의 유대 협력, 정보와 경험의 교류를 돕는다. 회원국 주교회의들의 공통 문제, 특히 복음화와 토착화, 정의평화와 전 인류 발전에 관련된 조사 연구를 촉진하는 것도 중앙사무국의 역할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7일, 주정아 기자, 사진 가톨릭신문 자료]



1,0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