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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소통 창구 -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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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23 ㅣ No.1032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소통 창구 - 대화

 

 

“대화는 혼인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방법입니다”(「사랑의 기쁨」, 136항). 참사랑법의 뿌리인 대화에 대한 교황님의 가르침을 알아보자.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개그 프로그램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다. 식탁에 모인 가족이 서로에게 무심한 듯 아무런 대화 없이 식사하는 모습과 간간이 대화의 주제를 꺼내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서로를 오해하는 모습을 풍자하여 재미있게 만든 개그다. 하지만 한바탕 웃음으로만 끝날 코미디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대화는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 지친 부부, 학업에 쫓기는 자녀들의 삶은 가족 간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대화하지 않으면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부모와 자녀 그리고 부부와 형제 및 남매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간에 관계가 소원해지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얼마 전, 한 수녀님의 소개로 이혼 위기에서 벗어난 김미정(가명, 52세) 씨와 전화 인터뷰를 하였다. 가족 간에 대화가 없었고, 어쩌다 이야기를 나누면 이내 부부 싸움이나 자녀들과의 갈등으로 번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김미정 씨. “지금은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음이 기쁘기만 하다.”며 가족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였는지 알려 주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

 

“남편이 화를 내면 온 가족이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어야 했어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화만 내면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집어던졌거든요.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편의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대화와 소통도 안 되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다행히 가족을 향한 폭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남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집안 물건을 던지는 것이 폭력이니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것은 폭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던 차에 지인의 권유로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제 마음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상담받을 때는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집에 가면 또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었죠. 가족 간에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상태이니 저만 상담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가족 모두가 상담을 받고 서로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어요.”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

 

가정 내에서 계속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김미정 씨는 상담실의 권유로 가족상담을 받고자 다짐했다.

 

“남편에게 이혼과 별거 그리고 상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담을 받겠다고 대답을 했어요.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서 처음엔 상담사께서 상담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비협조적이란 말을 듣고 실망을 했어요. 또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이야기하니 답답할 지경이었지요.”

 

하지만 부모교육을 하면서 남편이 조금씩 변해 갔다. 그리고 가족상담 중에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의견을 들은 부부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직시하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충격을 받은 부부는 가족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없듯, 상담 초기에는 생각했던 것처럼 변화되는 부분이 없었다. 상담의 효과가 과연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상담사의 조언을 믿고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가족끼리 대화가 잘 안 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두세 마디 넘어가면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지요. 뒤늦게서야 깨달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말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말만 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러니 의견 충돌이 일어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밖에요.”

 

김미정 씨 가족의 대화는 애초부터 싸우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화는 서로 잘해 보려고 의견을 나누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간섭이 되고,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애를 쓰다보니 소리를 지르며 싸워, 가족 간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제가 맘먹고 가출을 한 적이 있어요. 닷새 정도 집을 나갔나 봐요. 집 인근 호텔에서 지내면서 냉정하게 저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남편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정 기간 가족 상담을 하였지만 자녀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다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가 변화되는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가족 상담 중에 상담사께서 남편의 어린 시절을 물어보더라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남편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남편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회상하며 지금의 본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옳다고 여겼던 본인의 신념이 서서히 깨졌죠.”

 

 

한 가족을 변화시킨 상담의 결실

 

서서히 변화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상담의 효과를 믿게 된 자녀도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해서 개인 상담을 시켜 주었다. 사실 상담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고, 본인에게 섭섭했던 것을 여과 없이 털어 버리는 자녀들의 반응 때문에 매우 힘들었지만 모든 것이 좋게 변해 갔다. 각자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그것을 인정하다 보니 비로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김미정 씨 가족. 그동안 아픔으로 다가왔던 가족 간의 대화가 이제는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가족 내에 흐르던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반목이 심해졌어요.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결과 가족의 대화 분위기가 어느새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농담 한마디 건넸다가 지붕이 날아갈세라 소리 지르며 인신공격이니 뭐니 하며 싸웠는데, 이제는 농담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나와도 한바탕 웃으면서 가볍게 넘깁니다. 대화하면서 상호 소통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김미정 씨의 남편은 가족 상담 중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상담의 효과를 본 지금은 본인이 스스로 상담을 받아야겠다며 상담실로 발길을 돌린다. 이제는 대화를 나누면서 치유를 받는다는 김미정 씨 가족. 대화와 소통이 가족을 사랑으로 연결해 주는 기본적인 고리임을 깨닫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변화를 가져다준 신앙의 힘

 

가톨릭 신자인 김미정 씨는 가족끼리 대화를 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담과 부모교육 덕분이긴 하지만 기도 생활이 없었더라면 쉽게 변화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제가 아는 수녀님께서 우리 집 사정을 잘 아시고 지속적으로 함께 기도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우리 가족을 위해 하느님께 의탁을 많이 했습니다.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고 가족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은총을 주시길 바라며 기도한 적이 많습니다. 기도를 생활화하다 보니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안고 살 힘을 얻게 되었어요.”

 

나와 주변 상황의 변화를 위해서는 심리상담과 교육도 필요하지만, 내적 부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 내적 부요는 자기 성찰과 기도, 주변 세상에 대한 개방성으로 증대된다(「사랑의 기쁨」, 141항 참조)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내 주변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분의 마음으로 느끼려고 노력한다면 나 자신부터 변화가 되고 나의 내적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 “하느님께 드린 기도를 통해 일상의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기도의 힘이 이토록 놀랍습니다.” 김미정 씨는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상담과 부모교육 그리고 굳은 믿음 안에서 드리는 기도를 통해 꼭 이겨내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대화를 잘하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방법으로 ‘대화’를 꼽으셨다. 하지만 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즉흥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며, 노력이 필요한 학습 과정의 열매이다. 그 이유는 어린이와 어른의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며 행동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136항 참조).

 

시대가 변할수록 교육 환경도 변하면서 언어 습관이나 행동 양식이 세대마다 차이가 생긴다. 본인이 받았던 교육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다 보니 개인이 지닌 교육철학이 상충되면 바로 훈계 또는 반항으로 드러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른데 각 개인의 가치만을 주입시키고 설득시키려고 혈안이 되니 대화가 아닌 말다툼이 되고, 소통이 아닌 불통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본인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데서 대화의 단절이 생긴다. 부모는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충고를 주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자녀는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만, 부모는 이를 쓸데없는 공상으로 여기거나 대드는 것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다. 어느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화의 가장 밑바탕은 상호 간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교황님이 제안하는 대화법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사랑의 기쁨’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참된 대화를 권장하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사랑의 기쁨」, 136항 참조) 올바른 대화법 다섯 가지를 소개하신다((「사랑의 기쁨」, 137항-141항 참조).

 

첫째, 소중한 시간을 가족에게 내어 준다. 의견을 제시하거나 충고하기보다 인내로이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 그를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둘째, 상대방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을 기른다.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고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그 사람의 표현과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한다.

 

셋째, 열린 마음을 지닌다. 내가 지닌 사고의 틀을 깨고 ‘다양성 안의 일치’ 또는 ‘조화로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결코 내 자존심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사고를 확장시켜 더욱 창의로운 생각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가르치려는 말투가 아닌 받아들이는 자세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자. 그러면 의견 충돌이 있을지라도 이로 인해 싸우거나 빈정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넷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보여 준다. 상호 간에 사랑을 느끼면 그 사람이 우리의 이해를 구하며 하는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상대방은 경쟁자가 아니라 인생 여정을 동반하는 길동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알찬 대화를 위해서는 말할 내용이 있어야 한다. 말할 내용이 없으면 대화는 지루하고 알맹이가 없다. 이를 위해서 독서와 자기 성찰 등을 통해 내적 부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견문을 넓혀야 한다. 부부가 내적 부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가정생활은 그저 침묵만이 흐르게 될 것이다.

 

대화를 통해 가족 상호 간에 이루는 사랑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자. 대화하다 보면 다투고 감정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면 서로를 더욱 가까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친밀한 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를 통해 우리 가족이 더욱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안에서 성가정을 이루도록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은총의 힘과 우리의 노력이 하나 될 때 분명 아름다운 가정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살레시오 가족, 2017년 9월호(146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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