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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아름다운 성화55: 애덤 부찰동의 십자가를 끌어안은 예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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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9 ㅣ No.433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5) 참으로 값진 것은 고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모든 이 위해 모든 것 아낌없이 나누신 주님

 

 

애덤 부찰동(Edme Bouchardon, 1698~1762), ‘십자가를 끌어안은 예수’, 1745년, 대리석,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끌어안은 이 작품은 원래 성당이나 경당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조각품은 본래의 자리를 떠나 박물관의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성상을 바라보면서 그리스도교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토대로 하여 세워졌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벌거벗은 예수님께서 커다란 십자가를 끌어안고 깊은 상념에 젖어 있다. 그분의 얼굴에는 인류 구원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예수님이 자신의 몸보다도 훨씬 더 큰 십자가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그분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보여준다.

 

또한, 순백의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이 조각품은 예수님께서 아무런 죄도 없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 희생되셨음을 알려준다. 외양간에서 가난하게 태어나셨던 예수님께서는 한 평생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다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 작품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주님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우리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영광스러운 부활이다. 주님의 거룩한 희생을 통하여 우리에게 영생에 이르는 구원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거치지 않고 부활에 이르기를 더욱 염원한다.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구원에 이르는 좁은 문보다는 넓은 문을 찾고, 고통을 거치지 않고 영광에 이르기를 바란다.

 

지난 성령강림대축일에 오래된 성당의 부속 건물에 대한 보수 및 보강 공사를 발표했다. 30여 년 전에 건립된 그 건물 안에는 소성당과 사무실 그리고 사제관과 수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의 수리에 대한 신자들의 의견이 워낙 분분하여 그 뜻을 모으는 데만 1년이 지나갔다. 이번 공사를 통하여 이 건물은 더욱 튼튼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도 자주 손을 대고 가꾸어야만 본래의 수명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얼굴에는 인류 구원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나는 소성당의 공사를 알리면서 신자들에게 고통의 분담에 대해서 강조했다.

 

하느님 아버지의 집이면서 우리 신자들의 집인 성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기도하며 정성을 모으고, 몸으로 봉사하며 땀을 흘리자고 했다. 참으로 값진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말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날 오후에 아흔이 넘은 할머니께서 사제관으로 찾아오시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봉투 하나를 꺼내셨다.

 

성전을 꾸미기 위해 정성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듣고서 가장 먼저 건축헌금을 봉헌한 것이다. 홀로 가난하게 사시면서 근검절약한 돈과 정부의 생활지원금 중 일부를 성전 보수 기금으로 봉헌하셨다. 비록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분이 봉헌한 정성은 누구보다도 큰 것이었다.

 

왜 예수님께서 소위 잘났다는 사람들을 모두 제쳐두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끔찍이 사랑하셨는지 그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26일,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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