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4일 (월)
(녹)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와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전례ㅣ미사

[미사]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성찬례,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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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0 ㅣ No.1585

[빛과 소금]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성찬례, “주님의 말씀입니다.”

 

 

“신앙은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시듯이 그분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신앙의 빛」, 18항).

 

신앙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찰은 엠마오의 두 제자가 걸어갔던 여정의 두 번째 단계에서 드러날 측면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곧 제자들이 말씀의 빛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꿈만 같았던 삼년이라는 기간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제자들은 저마다의 꿈과 생각을 가지고 예수님을 따랐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예수님을 이해했다. 말씀과 행동에 힘이 있었던 예수님의 기적과 활동을 보고 놀라워했지만 정작 그분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16,22).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온몸으로 거부했던 베드로의 모습은 제자들이 꿈꿨던 길과 주님께서 걸어가야 할 길 사이에 놓여 있었던 깊은 간극을 보여준다. 십자가의 길에서 보기 좋게 걸려 넘어졌던 베드로의 삶은 우리가 예수님의 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히 열정만으로 주님을 결코 따를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행동하는 모든 방식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엠마오의 두 제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낯선 이의 모습으로 “무슨 일이냐?”(루카 24,19) 하고 묻는 예수님의 물음에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아무런 감동 없이 그저 사건에 대한 정보를 나열할 뿐이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직접 개입하시어 잠자고 있었던 제자들의 의식을 일깨우신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루카 24,25)

 

이 지탄의 말은, 우리가 이미 수없이 들어 왔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말씀에 대한 새로운 귀 기울임의 태도를 요구한다.

 

우리는 말이 싸구려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온갖 광고와 뉴스 정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미 없는 말들을 대하듯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지는 않은가? 너무나 귀에 익어 마치 ‘똑같은 옛 이야기’로서 하느님 말씀을 들을 때에는 어떤 감동도 놀라움도 발생하지 않는다.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우리가 경험한 모든 사건 속에 내재된 의미를 깨닫도록 이끌어 줄 삶의 동반자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엠마오의 두 제자와 함께 길을 걸으시며 꺼져가던 그들 마음의 불씨를 되살리셨다. 그리고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가 당신의 신비를 어떻게 담고 있는지를 친히 설명해 주심으로써 감추어져 있었던 하느님의 신비를 밝혀 주셨다(루카 24,27 참조). 이 말씀은 두 제자들의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이 슬픔과 좌절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그분과 함께 머무르려는 열망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는 이 놀라운 기적을 매일의, 성찬례의 말씀 전례에서 체험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당신의 말씀에 대한 ‘굶주림’을 심어 주셨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말씀의 빛에 비추어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절망 속에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이 되어야 할 사람인지 생각조차 못한 채 삶의 마지막에 이르고 만다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신앙 공동체는 하느님의 말씀에 맡겨진 공동체이다. 말씀 전례에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혜롭게 실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하고 또한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1코린 2,16)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말씀의 식탁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절망 가득한 그리움이 아니라 희망이 넘치는 감사로 가득했던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하고 외칠 수 있게 된다.

 

[2017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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