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상식: 미사 때 최소한 언제까지 들어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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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31 ㅣ No.4261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미사 때 최소한 언제까지 들어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나요?

 

 

오늘은 영성체 조건에 대해 질문해 주셨는데요, 이 질문은 미사의 유효성이 유지되는 조건에 대한 관심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지각했지만 주일미사를 유효하게 봉헌한 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죠. 나아가서, 일반적인 성사 전체에도 오늘의 질문을 적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세례식이 시작되고 나서 중간쯤 성전에 들어갔는데, 그 세례는 유효한 세례인가?’와 같은 질문과도 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 교회에는 일곱 개의 성사가 있습니다. 이 성사들은 모두 성사의 유효성과 관계되는 핵심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서, 세례성사의 핵심은 교회의 뜻에 따라 집전자가 세례자에게 물을 부으면서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에게 세례를 줍니다.’라는 경문을 외우는 부분입니다. 그 외 흰옷을 입혀 주거나, 대부, 대모가 촛불을 켜서 세례자에게 넘겨주는 등의 부분은 세례성사의 유효성과는 상관없지만, 예식을 보충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세례식에 지각했지만, 이마에 물을 붓고 집전자가 경문을 외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었다면, 그 세례는 유효한 세례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성사에 핵심적인 부분만 놓치지 않는 수준에서 지각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시계를 보면서 얼마나 더 늦어도 좋은지 계산하지 마세요.”(2017년 12월 20일 일반 알현에서)라고 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교회의 어느 규정집이나 법전을 살펴봐도, ‘언제까지는 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다’는 식의 지각 규정(?)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전례에 온전히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구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한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이다.”(전례헌장 14항)와 같은 구절이 대표적입니다. 완전한 참여란 무엇보다 전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형식적 완전함을 전제합니다.

 

그러니 미사 때 집전자가 입당하는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매 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며,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그런 의미에서 “미사 때 입당 예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미사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세요.”라고 하신 바 있습니다. 많은 신부님들이 미사 시작 전에 성전에서 충분히 복음을 묵상하며 내적으로 미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고하신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답은 더욱 명확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사에 지각하셨고 영성체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에 빠지셨다면, 양심 안에서 진중히 성찰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마치 출석 도장 찍듯이 이번 주 몫의 영성체 한 번을 할 수 있느냐 여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진정 예수님을 내 몸 안에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돌이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7월 30일(가해) 연중 제17주일 서울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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