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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27: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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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22 ㅣ No.684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27)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자

 

 

교황 권고문 「복음의 기쁨」이 발표된 후, 많은 분이 그 내용을 읽고 감동을 글이나 강연을 통해 전했는데, 그 중 많이 인용된 용어가 바로 ‘영적 세속성’이다. 겉은 영적인 양 거룩하게 치장하고 그 내부에는 속된 세계의 추악한 탐욕을 담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의 죄악성을 고발하는 말이다. 권고문에서 교황은 직접 그 의미를 설명했다. “영적 세속성은 신앙심의 외양 뒤에, 심지어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93항). 교황은 성경을 인용하면서 바리사이의 태도가 바로 ‘영적 세속성’을 추구하는 자들의 모습이라고 했다. “자기들끼리 영광을 주고받으면서 한 분이신 하느님에게서 받는 영광은 추구하지 않으니, 너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요한 5,44).

 

 

자기 만족에 빠진 사람들 

 

교황은 영적 세속성의 해악을 두 부류의 사람들을 통해 지적하였다. 첫 번째로는 특별히 유럽 사회의 관념적 사상의 틀 속에서 위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영지주의자’들을 지적했고, 두 번째로는 규범을 통해, 혹은 과거의 특정한 가톨릭 양식에 완고하게 집착하여 자아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에 빠져 버린 ‘율법주의자’들을 경계하도록 했다(94항). 

 

첫 번째의 사람들, 즉 영지주의자들은 특정한 경험이나 사상이나 정보에만 유일하게 관심을 두고 이로써 위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갇혀 버리고 마는 사람들이다(94항). 두 번째의 사람들, 즉 율법주의에 빠진 엘리트주의자들은 세상의 복음화에 투신하기보다는 남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은총의 문을 열기보다는 검토하고 검증하는 데에 자신의 힘을 소진해 버리는 사람들이다(94항). “두 경우 모두 예수 그리스도나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참다운 관심이 없습니다. … 이러한 불순한 형태의 그리스도교에서는 참다운 복음화의 힘이 나올 수 없습니다”(94항). 

 

사목 현장에 뛰어들어 복음을 선포하고 구원으로 초대하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주고 치료하며 눈물을 닦아주기보다는 탁상 공론을 사목의 전부인양 여기며 갑론을박하고 관념적 구원론에 도취되어 보내는 사람들 전체를 경계하도록 이르신 말씀이다. 그들은 온통 허영심에 빠진 자들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알량한 권력에 만족하는 자들의 허영심을 부추기고, 또한 전쟁을 계속하는 군대의 병졸보다는 차라리 패잔군의 장군이 되고자 하는 자들의 허영심만을 키워 줍니다”(96항). 

 

교황은 이들의 숨은 의도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보여준다. “이 음험한 세속성은 대립되어 보이지만 하나같이 ‘교회의 공간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지닌 수많은 태도로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례, 교리, 교회의 특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복음적 열정은 더 이상 없고 자아도취와 자기 만족의 공허한 쾌락만이 남게 됩니다”(95항).

 

 

종교적 겉치레를 벗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뒤에 전례 개혁이 있었다. 성령께서 교회 안의 공기를 새롭게 바꾸어 주셨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한 교회 안의 하느님 자녀들은 건강하고 튼튼하게 성장하였고 자모이신 성교회 안에 새로운 자녀들이 수없이 새롭게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통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르페브르 대주교(1905~1991)였다. ‘성 비오 10세회’를 설립하여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과거의 라틴어 미사 전례 양식을 고집하였다. 교회로부터 최고 징계까지 받았으나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7년 7월 7일 자의교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을 발표하면서 이들을 다시 교회의 품으로 안으셨다. 이 자의교서는 성인이 되신 요한 23세 교황이 1962년 공포한 라틴어 미사 전례문에 따른 성찬 거행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의회 후, 옛 전례 양식(Vetus Ordo)의 복원 문제와 같은 특별한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 문제는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베네딕토 교황님의 지혜로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옛 전례 양식을 이념화시키거나 도구화시켜 그것만을 고집할 위험이 있기에 우려되기도 합니다”(「가톨릭 문화 생활」과의 인터뷰 중에서). 

 

교황은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는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느님, 껍데기뿐인 영성과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이 숨 막히게 하는 세속성은 성령의 순수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에만 치유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이 없는 종교적 겉치레 밑에 감춘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니다. 복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합시다!”(97항)

 

[평화신문, 2015년 6월 21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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