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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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26 ㅣ No.1769

[빛과 소금] 렉시오 디비나

 

 

여러분, 여러분은 ‘성경 말씀으로 하는 기도’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기도를 어떻게 해 오셨어요?

 

우선, 렉시오 디비나의 순서는 크게 네 단계(독서-묵상-기도-관상)입니다. 첫째는 ‘독서’입니다. 주의 깊게 하느님 말씀을 읽는 단계로서, 포도를 먹는 것에 비유한다면 ‘입속에 포도알을 넣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묵상’입니다. 읽고 있는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성을 사용하는 단계인데요. 비유한다면 ‘포도를 막 씹으려는 상태’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기도’입니다. 말씀에 대한 본래의 이해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단계인데요. 이것은 ‘포도를 씹자 포도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관상’입니다. 그렇게 본래 의미가 다가오자 너무 좋은 나머지 그저 그 상태에 푹 잠겨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입속에서 터진 포도 과즙의 달콤함 속에 그윽하게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네 단계는 성경을 읽는 이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과정인데요. 즉, 성경을 읽다 보면(독서), 그 의미가 다가오고(묵상), 그 의미가 너무 아름다워 그 의미에 나도 모르게 침잠하다 보면(기도), 어느새 나를 잊어버리고 하느님만으로 가득 차게 되는(관상) 체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읽는 것’(독서, Lectio)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러한 네 가지 단계 중 어느 하나도 건너뛰거나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을 표현한 유명한 글귀가 있습니다.

 

“묵상 없는 독서는 메마르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묵상 없는 기도는 냉담하고, 기도 없는 묵상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기도가 열정적일 때 관상에 이르는 것이며, 기도 없이 관상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귀고 2세, 「수도승의 사다리」 중에서)

 

여러분, 여러분도 이러한 체험을 하신 적이 있었나요? 성경 텍스트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은 체험, 과거의 글로만 알았던 성경 말씀이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말을 건네며 다가오는 체험 말입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입속의 포도과즙이 가득 찬 것처럼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와 자유로움이 나의 온몸을 휘감는 기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지고, 그동안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었던 내밀한 내면의 허기와 갈증이 단번에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말씀이 나의 처지에 맞게 나에게 다가오시니, 우리는 진리(본래 의미)를 알게 되고, 우리의 온 존재가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요한 4,15)

 

그래서 여러분, 저도 여러분에게 일상 안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구역(반) 모임에서 하시듯 여러 번 말씀을 읽다가 다가오는 말씀을 하루 종일 마음속으로 되뇌시며 하루를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매일미사책에 있는 말씀들(입당송-독서-화답송-복음환호송-복음-영성체송) 안에서 ‘공통된 주제’나 ‘교집합’이 있는지를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소 방대한 여러 ‘조각’들을 연결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계속 찾아보신다면 어느 순간 성령께서 우리를 묵상으로 끌어주시는 것을 보게 되실 것입니다. 교부들의 증언대로 신·구약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권의 책’이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말씀을 품어드리십시오. 그러면 말씀이 여러분을 품어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과 사귀십시오.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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