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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6: 자녀 신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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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2 ㅣ No.870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 (6 · 끝) 자녀 신앙 교육


아이는 복사단 하겠다는데 부모는 반대하고…



가톨릭 성인 성녀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부분 독실한 신앙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의 신앙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신심을 키웠고, 기도하는 부모를 따라 기도 생활을 몸에 익혔다.

멀리 성인 성녀들까지 갈 것도 없다. 주변에서 ‘구교우’ 집안이라며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는 어르신 신자 얘기를 들으면 성인 성녀들의 어린 시절 못지않다.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ㆍ저녁 기도를 바쳤다든지, 기도 시간이나 미사에 빠지면 집안 어른들의 불호령이 떨어져 감히 빠질 생각을 못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예전에는

고(故) 김병엽(전주교구) 신부는 저서 「그래도 못다 한 말」(바오로딸)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남겼다.

“독막공소에 도착하자 많은 교우가 좁은 산골길 양쪽에 서서 90도 경례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교우 중에 초등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회장님, 학생들이 왜 학교에 가지 않고 여기 있습니까?’ ‘예. 오늘은 공소 판공이잖아요. 그래서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물론, 타향 나들이도 고해성사와 미사를 본 다음 가라고 했습니다.’ 세상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받고 조퇴해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회장님은 한참 동안 나를 응시하다가 손을 비비며 겸손해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 1년에 봄ㆍ가을 두 번 판공성사인데 그 하루 이틀 주님께 바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면 어떻게 주님의 아들딸이 되겠습니까.’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부끄러워 보기는 처음이었다.”

불과 30년 전 일이지만, 이제는 정말 책에서나 읽을 법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신앙을 대물림하는 신앙 교육이 가정에서 사라지고 있다. 2014년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천주교 신자 중 2명 중 1명은 유아 세례에 부정적인 견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커서 종교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자 1000명 중 유아 세례에 대해 ‘자녀가 커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 이들은 46.7%였다. 유아 세례를 꼭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48.6%로, 이는 10년 전보다 10.7%p나 낮아진 수치다.

가톨릭 교회가 ‘가정이 최초의 신앙 학교’임을 강조하며 부모들에게 자녀 신앙 교육을 신신당부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주일학교 참석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10년간 주일학교 참석 학생 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고, 초등부에서 중등부, 고등부로 올라갈수록 참석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미지근한 신앙을 지닌 부모들

대학생 권보람(클라라, 24)씨는 “혼인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종교를 선택하라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갓난아이에게 유아 세례를 주고 무조건 가톨릭 신자가 되라고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면서 “내 아이가 천주교를 선택하면 좋겠지만, 다른 종교를 택한다 해도 존중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권씨는 신자 가정에서 자랐다. 권씨 부모는 성당 단체 활동도 열심히 하는 신자다. 권씨는 “부모님은 열심한 신자지만, 저는 신앙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부모님께선 저 보고 성당에 잘 안 나간다고 잔소리를 하실 뿐 그렇다고 특별히 제가 성당 가는 걸 챙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권씨와 같은 경우는 가정에서 신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세례만 받고 무늬만 신자가 된 2040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미지근한’ 신앙을 가진 2040세대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처럼 신앙에 매달리지 않는다. 자녀가 천주교 신자가 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이들에게 “신자 부모는 자녀에게 그리스도 진리 안에서 자유와 책임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가정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요한 바오로 2세, 「가정 공동체」 37항)거나 “자녀에게 그리스도교의 윤리 교육과 종교 교육을 충분히 받도록 도와줘야 한다”(교회법 제1136조)는 교회 가르침을 내밀면 “왜 그래야 하는지, 합당하고 이해할 만한 이유를 알려 달라”고 되묻는다.


신앙 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가정이 아닌 곳에서 공식적으로 신앙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은 본당 주일학교다. 그러나 주일학교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주교회의 통계를 보면 초등부 주일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은 전체 대상자의 60.2%, 중등부는 29.4%, 고등부는 15.4%에 그친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주일학교 참석률이 절반씩 떨어지는 셈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갈 시간조차 내기 버겁다. 신앙이 무엇인지, 가톨릭 교회 가르침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맛보고 체험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유아 세례를 받고 초등학교 때 첫영성체를 했다 하더라도 중고등학교 때 신앙의 연결 고리가 끊기는 현실이다.

미지근한 신앙을 지닌 부모들은 자녀를 성당에 보낼 의지가 없다. 시험 기간에도 미사에 빠지지 않으려는 자녀를 기특해 하기보다는 ‘차라리 독서실이나 학원에 가라’고 등 떠미는 부모도 많다.

이 소피아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복사단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성당에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이 워낙 복사를 서고 싶어 해 ‘성당 때문에 학원 숙제를 밀리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지못해 허락했다. 이씨는 “솔직히 성당 활동으로 학업에 뒤처질까 걱정된다”면서 “성당 활동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 마련 쉽지 않아

2014년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를 마친 전 세계 주교들은 시노드 보고서에서 “교육적 도전은 분명 오늘날 가정들이 마주하고 있는 근본적 도전들 가운데 하나”라면서 “그 도전은 현대의 문화적 현실과 매체들의 강한 영향 때문에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주교들은 또 “교회는 과거보다 더 부모의 교육적 책임을 지지해 주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젊은이들을 삶의 충만한 의미로 인도하고 그들을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 안에서 무너진 신앙 교육을 회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뚜렷한 사목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엄재중 연구원은 ‘2014년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 교회의 주일학교와 청소년 사목은 신앙에 대한 자유주의적 태도 확산과 입시 중심 교육 풍토로 일대 어려움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한국 교회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23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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