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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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병사의 편지, 85년 만에 딸에게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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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36

< 병사의 편지, 85년만에 딸에게 배달 >

 

    (오클랜드=연합뉴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 위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오. 이  편지를 바다에 떨어뜨려 당신에게 가는 지 볼 참이오.'  제1차 세계대전 때 배를 타고 서부전선으로 가던 영국병사 토머스 휴즈(당시 26세)는 아내 엘리자베스 크로허스트에게 편지를 쓴 뒤 병 속에 담아 바다에 떨어뜨렸으며 이 편지는 85년만에 아내가 아닌 딸에게 배달됐다.

 

    휴즈는 이 편지를 보낸 뒤 12일만에 서부전선에서 전사했으며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그의 부인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현재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휴즈의 딸 에밀리 크로허스트는 17일 영국 어부  스티브 고웬으로부터 이 편지를 전달받았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갈 당시 두살바기였던 에밀리는 현재 86세다.

 

    '만일 이 편지가 당신에게 도착한다면 봉투 오른쪽 밑 `수령'이라고 표시된  곳에 서명하시오. 서명한 곳에 편지를 받은 날짜, 시간과 당신의 이름을 쓰고 잘 보관해 두시오.'  휴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배달된 편지를 확인해 볼 작정이었다.

 

    영국 제2 더럼 경보병 사단 소속이었던 휴즈는 편지 말미에 '안녕 안녕, 내사랑, 당분간은... 당신의 남편'이라고 썼다.

 

    에밀리는 휘갈겨 쓴 글씨체에 잉크의 색깔이 바랜 육군 양식의 편지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아버지가 쓴대로 `수령'난에 서명하겠으며 날짜는 1999년 5월 17일로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편지가 배달된 것을 알면 아버지도 무척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그는 자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토머스는 편지를 건질 사람에게 '이 편지를 배달해 가엾은 영국 병사의 축복을 받아주시오'라고 썼다.

 

    테임즈강 어귀에서 저인망 고기잡이를 하다 편지를 건져올린 고웬은 '나의 축복은 이곳 뉴질랜드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kdy@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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