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10월에는 성모 칠고의 신비 7단 묵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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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21 ㅣ No.1995

[돌아보고 헤아리고] 10월에는 ‘성모 칠고의 신비’ 7단 묵상을…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효험 있는 기도가 있다면, 그것은 ‘묵주기도’입니다. 너무도 급박한 상황에서 기도하고자 할 때, 성모송을 외운 적이 있으신지요? 급할 때 저는 성모송이 먼저 나옵니다. 아마도 주님의 기도보다 짧고 영광송보다는 길어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유치고는 그럴듯한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성모송을 10번 바침으로써 1단의 장미 꽃다발로 기도를 봉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15세기경 도미니코 수도회에서부터 묵주기도의 주제와 형식이 점차 체계화될 때, 성모 칠고(聖母七苦)라는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에 대한 묵상도 생겨났습니다. 묵주기도 성월 10월에 “성모 칠고의 신비” 7단 묵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1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성전에서 시므온 예언자의 예언을 들으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루카 2,34-35). 예수님 탄생 40일 만에 성모님은 첫아들을 성전에 봉헌하셨습니다. 성전에 있던 시메온 할아버지는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질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예언은 예수님이 성장해 가면서 하나하나 들어맞게 되지만, 어머니는 그때마다 그 모든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주님께 응답했던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제2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님과 함께 이집트로 피난 가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마태 2,13-15). 탄생의 기쁨도 잠시, 양아버지 요셉은 헤로데가 죄 없는 어린아이들을 학살하자 꿈에서 알려준 대로 이집트로 피신합니다. 의로운 요셉은 성가정의 가장으로서, 언제나 아기 예수와 성모님의 보호자였습니다. “의로운 요셉이여, 하느님께 빌어주시어 저희가 예수님을 사랑하며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또한 죽을 때에 저희를 지켜주소서.”

 

제3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소년 예수님을 잃으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루카 2,41-51). 12살 어엿한 소년으로 성장한 예수는 유다인으로서의 의무를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 순례를 갑니다. 당연히 함께 돌아올 줄 알았던 소년 예수가 사라졌고, 부모는 사흘 밤낮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소년은 머리가 좀 컸다고 말대꾸를 합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마리아는 예수의 성장을 보면서, 점점 더 확신하게 됩니다. 시므온의 말씀처럼 ‘마음이 칼에 꿰질리듯’ 아픈 일이 계속해서 많이 생긴다는 것을….

 

제4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과 만나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루카 23,27-31).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주님의 일을 한다며 집을 나갔던 아들이 십자가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래, 가서 보자. 우리 아들이 세상을 어떻게 구하는지 보자. 하지만 내가 두 눈을 뜨고 차마 그 모습을 다 지켜볼 수 있을까?” 십자가의 길에서 모자는 서로 상봉합니다. 온몸이 찢기고 누더기를 걸친 청년 예수, 온 세상의 왕이라고 했건만, 이 무슨 꼴인가? 그러나 그것이 주님의 방식이라면, 이 세상을 위한 길이고 세상을 참으로 살리는 길이라면 나도 함께 걷자꾸나. 성모는 십자가 길을 함께 걷습니다.

 

제5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함께 고통 당하심을 묵상하시다(요한 19,25-30). 십자가 아래의 성모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내 아들은 나에게 요한이라는 제자를 양아들로 주고 떠나갑니다. 어느 죄수 하나와 함께 낙원으로 들어간다며, ‘이제 다 이루었다’라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나갑니다. 죽음이 인간의 숙명인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아들은 그 죽음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먼저 내 곁을 떠나갑니다.”

 

제6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의 성시를 품에 안으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마르 15,42-47). 예수님 시신을 안고 있는 “피에타” 성모상에는 ‘슬픔, 비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품에 안아 키웠던 그 아들이 지금은 싸늘한 시신으로 당신 가슴에 기댑니다. “아, 이것이 ‘내 영혼이 칼에 찔리듯 아플 것이라던’ 시므온 할아버지의 예언이구나. 아들은 반대 받는 자의 표적이 되어 내 품에 안겼구나.” 어머니의 눈물은 죽어야 하는 인간의 슬픔을 알면서도, 죽음을 없애러 오신 당신 아들에 대한 희망을 보여줍니다.

 

제7고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돌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을 보며 당하신 고통을 묵상합시다(루카 23,50-56).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탄식한 적이 있었지만,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내어준 땅 덕분에 당신 시신이 잠시 머물 돌무덤이 마련됩니다. 성모는 “깜깜하고 답답한 돌무덤”을 바라봅니다. 당신 아들의 십자가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을 알리기 때문입니다. 성모가 그 아픔을 참고 주님 뜻을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은, 당신 아들이 참된 천주, 이 세상의 임자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내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아멘.

 

[교회와 역사, 2023년 10월호,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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