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금)
(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3·1 운동과 한국 천주교회: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한반도의 참된 평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19 ㅣ No.1012

[경향 돋보기 - 3·1 운동과 한국 천주교회]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한반도의 참된 평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 우리 사회에는 일제 치하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와 정신을 기리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한반도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전개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를 되돌아보면 신앙의 이름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인들이 큰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국내에 들어온 천주교는 한 세기에 걸쳐 혹독한 박해들(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을 겪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당시 외국 선교사들이었던 한국 천주교회 지도부는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해방을 선포하여야 할 사명(이사 61,1; 루카 4,18 참조)을 외면한 채, 민족의 독립을 위한 신자들의 무장 투쟁과 활동을 금지하였고, 나중에는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참전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진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신앙의 선조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후손이 된 한국 천주교회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반성하며 참회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천주교회는,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침묵과 제재 속에서도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평신도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권 피탈 직전의 어두운 정세 속에서도 한국 천주교회의 일꾼들은 교육과 언론 운동으로 민족 계몽과 문화 수호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일제의 침략을 막고 국권을 회복하고자 국채 보상 운동을 이끈 서상돈 아우구스티노,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며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 협력과 공영을 구상하였던 안중근 토마스는 우리 민족에게 지혜와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독립운동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1913년 서간도 지역에는 무장 투쟁을 준비하고 병학교를 설립한 이기당 안토니오가 있었고, 1919년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3월 5일)와 서울 용산 예수성심신학교(3월 23일)의 신학생들도 자주독립을 외치는 만세 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북간도 용정의 교우촌에서는 성당의 종소리를 신호로 삼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으며(3월 13일), 대한의민단(1920년 3월 23일)을 결성하고 헌금을 모아 독립군 부대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정근 치릴로와 안공근 요한은 1930년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많은 천주교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발자취를 찾고 기억하려는 것은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작은 빛을 밝혀 준 그들의 모범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입니다.

 

기미년의 민족 대표 33인은 독립 선언서에서 독립의 목표가 “동양 평화로써 그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필요한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계층과 사상과 종교의 다름을 넘어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한 선조들의 꿈은 외세로부터의 해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방과 더불어 닥쳐온 한반도의 분단, 뒤이은 동족 간의 전쟁과 오랜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대화와 만남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평화는 지구촌을 이루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내가 사는 일상의 자리에서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9항 참조) 세상을 이룩하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참으로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도 한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선조들의 평화 사상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참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

 

* 김희중 히지노 - 대주교. 광주대교구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경향잡지」 발행인.

 

[경향잡지, 2019년 3월호,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



42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