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월)
(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등불은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성화로 만난 하느님6: 어둠 속에 비치는 영광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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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19 ㅣ No.616

[성화로 만난 하느님] (6) 어둠 속에 비치는 ‘영광의 빛’


온 몸의 빛으로 그리스도 영광 드러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타보르산 정상에서 자신의 제자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 앞에 나타난 엘리야, 모세와 이야기를 나눈다. 기쁨과 환희,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새하얀 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있다.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변모’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비잔틴 모자이크 장인의 ‘그리스도의 변모’, 565~566년, 모자이크, 이집트 시나이 성 가타리나 수도원.

 

 

다윗의 후손인 만돌라 안의 그리스도

 

600년경 제작된 시나이의 성 가타리나 수도원 교회 내부 앱스(apse) 모자이크의 ‘그리스도의 변모’ 장면은 그리스도의 ‘변모’ 도상(圖像)의 표준유형으로 전해진다. 앱스 반원형 돔의 모자이크 구성은 중앙에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축으로 인물들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해 균형감을 이룬다. 중앙에 아몬드 형태의 만돌라(mandola)를 배경으로 예수님이 서 있다. 

 

금빛 바탕에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흰색 빛줄기는 예수님 좌우의 엘리야와 모세 그리고 그의 발치에 세 명의 제자인 요한, 베드로, 야고보에게 이른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변모가 ‘높은 산’에서 일어났다고 기록했지만, 산의 모습은 세 개의 얇은 줄로 축소돼 있다. 

 

둥근 반원 둘레는 흉상의 인물들로 묘사된 메달들이 에워싸고 있다. 위쪽 띠에는 열두 제자가, 아래쪽 띠 가운데 중심에는 다윗 왕이, 그 양쪽으로는 16명의 예언자가 배치돼 있다. 열두 제자에는 유다 대신 바오로가 자리하고, 타대오와 마티아도 포함돼 있다. 위와 아래 띠가 만난 곳에는 수도원장 롱기누스와 부제 성 요안네스가 있다. 

 

이 모자이크는 당대 신학논쟁을 반영해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자 참 하느님이라는 그리스도의 양성론에 대한 신앙을 공고히 한 도상이다. 그리스도를 중심축으로 하느님의 어린양-십자가-그리스도-그리스도의 인간적 선조인 다윗 왕이 자리한다. 그리스도의 인성은 수직의 양 끝에 어린양과 다윗 왕으로 설명되고, 신성은 만돌라 안의 예수님으로 확인된다. 

 

예수께서는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고”(로마 1,3),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죽음을 파스카 양인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설명한다. 예수님의 인간적 혈통을 상기시켜 주며 어린양과 함께 예수님의 인성을 드러낸다. 만돌라 형태로 ‘하느님의 영광의 빛’(2코린 4,6)으로 드러난 예수님은 신성을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동시에 예수님의 역사적 실재를 증언하는 여러 예언자와 사도들의 모습을 그려놓아 예수님의 인성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그리스도의 변모’(일부), 1516~1520년, 목판에 유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박물관.

 

 

하느님 영광의 빛 

 

그리스도의 머리 위의 작은 후광과 달리 그리스도에게만 사용되는 전신 후광, 만돌라는 성스러움과 영광을 나타내는 유다 전통의 ‘카보드’(Kabod, 히브리어로 명예로운, 존경스러운, 영광스러운 등으로 번역)를 상징한다. 성스러운 공간이며 빛의 근원인 태양을 의미하며, 빛의 이미지로 상정된 성령을 뜻한다. 순환하는 시간, 영원성을 의미하는 만돌라의 중심에 선 그리스도로부터 퍼져 나가는 빛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강조한다. 타원형에 중첩된 기하학적 도형은 방사상 형태를 취하고 있는 하나의 추상적 구름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지방 우르비노에서 태어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그리스도의 변모 작품에서 예수님 등 뒤로는 ‘빛’의 구름이 형성돼 있다. 퍼져가는 빛의 구름(후광)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변모에서 빛은 성령처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신비와 계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다. 지상과 구별해 예수께서는 분명하게 천상의 분으로, 그리스도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확증할 수 있는 광경이다. 라파엘로의 그리스도 모습은 시나이의 ‘그리스도의 변모’ 모자이크에서 그리스도가 축복을 주는 모습과 달리, 양팔을 펼친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장면과 동시에 부활의 영광을 연상케 한다. 그리스도의 변모 사건이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누릴 것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는 것임을 더욱 분명케 한다.

 

제자들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라는 하늘의 음성을 듣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눈부신 그리스도의 현현에 어깨를 돌리며 긴장감과 고양된 표정에 조금 격앙된 동작을 한다. 예수님으로부터 발한 압도적인 빛이 제자들의 시야를 어둡게 만들고 그들을 한껏 웅크리며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리스도로부터 뻗어 나가는 빛줄기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제자들에게 신성한 모습의 그리스도를 볼 수 있도록 성령이 작용한 것이다. 어둠은 하느님과의 신비적 결합을 통해 내면의 깨달음으로 도달한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영광에 영원히 머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변모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2베드 1,19) 주님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아 오기를 희망하며, 그분의 십자가 길을 따르게 한다.

 

[가톨릭신문, 2019년 3월 17일, 윤인복 교수(아기 예수의 데레사 ·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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