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월)
(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등불은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8: 로마 교회의 자선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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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27 ㅣ No.504

[교부들의 사회교리] (8) 로마 교회의 자선 전통


극빈자 명단 작성해 전담 부제 두고 자선

 

 

“여러분에게는 모든 형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고 모든 도시에 있는 많은 공동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관습이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로마인 여러분은 전승된 로마 관습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예부터 보낸 희사금으로 곤궁한 이들의 가난을 덜어주었으며, 광산에 사는 형제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여러분의 거룩한 주교 소테르는 이 관습을 철저히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애로운 아버지가 자식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듯이 성도들뿐 아니라 로마에 오는 형제들에게도 많은 희사금을 나누어주어 이 관습을 더 확대했습니다.” (코린토의 디오니시우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하성수 옮김)

 

 

사랑의 수위권

 

디오니시우스는 코린토교구의 주교였다. 여기 소개하는 글은 171년경 디오니시우스가 로마의 주교 소테르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 편지에는 로마 교회가 실천해 온 자선 전통에 관한 소중한 증언이 들어 있다. 사실 로마의 주교는 일찍부터 특별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예컨대 로마의 클레멘스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96년에 저술된 최초의 교부 문헌인데, 로마의 주교가 전체 교회를 향해 지니고 있었던 사랑과 일치의 책임 의식이 생생하다. 

 

얼마 뒤 110년경에는 안티오키아의 주교 이냐시오(이그나티우스)가 순교의 운명을 맞게 될 로마로 끌려가면서 로마 신자들을 권고하고 격려하는 매우 감동적인 편지 한 통을 남겼는데, 그 첫머리에 “로마 교회는 사랑에서 앞서 있다”고 썼다. 사랑의 수위권에 관한 고백이다. 

 

이 사랑의 수위권은 로마 교회가 다른 지역 교회들 위에서 다스리고 명령하는 법적 우위와 절대 권력을 지닌다는 후대의 교회 정치적 주장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교회의 두 기둥인 베드로와 바오로가 순교한 이 거룩한 땅에 세워진 교회는 다른 지역 교회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고통에 강한 연대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교구를 초월하여 모든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노릇을 했다. 이것이 바로 로마 교회가 교부 시대부터 누려온 사랑과 일치의 수위권, 나눔과 연대의 수위권이었다.

 

 

보편적 사랑의 연대

 

로마 교회는 250년경에 1,500명에 이르는 극빈자 명단을 작성하여 일곱 부제가 지역별로 전담하는 역동적인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선은 자기 교구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편지 한 토막은 교구 울타리와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은 형제적 유대를 아름답게 증언한다. 로마 교회는 더 가난한 교회의 궁핍한 이들과 다른 도시의 고통 받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 꾸준히 자선기금을 모아 보냈으며, 로마에 몰려드는 가난한 지역민들을 너그럽게 환대했다. 

 

우리가 오늘날까지 교회를 공번되고 보편적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실천적 토대는 가난한 이웃 교구들과 온 세상 모든 이를 향해 열려 있는 보편적 사랑의 연대이다. ‘가톨릭’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빛나는 대목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27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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