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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 청소년에게도 편의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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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16 ㅣ No.96

[청소년 문화] 청소년에게도 편의점 전성시대?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의점에서 맞이한다. 오로지 편의만 있을 뿐 대화가 필요 없는 편의점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편집부)

 

 

아침 7시 30분. 고등학생인 진수(가명, 17세)는 학교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우유를 산다. 편의점은 지하철 역사 내에 있어 지하철을 타려는 손님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진수가 단골로 이용하는 편의점은 아예 모닝 존을 설치해 손님들로 하여금 손쉽게 주먹밥이나 빵, 구운 계란 같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인지 이른 시각임에도 편의점 안은 진수처럼 편의점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빈다.

 

70년 전 미국에서 생겨난 편의점은 1989년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이래 2017년 현재 전국에 모두 3만 7539개의 편의점이 등록되어 있다(출처: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이는 인구 1365명 당 한 개의 편의점이 영업을 하는 수준이며 소위 ‘콘비니 왕국’이라 불리던 일본을 이미 추월한 수치다. 애초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 입구에 주로 자리했지만 현재는 학교 · 지하철 · 고속도로 휴게소 · 선박 · 공원 · 공항 · 운동 경기장 · 병원에 이어 군부대에도 편의점이 입점해 있다. 편의점에서는 우유 · 삼각김밥 · 컵라면 등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식품에서부터 일상에서 소소하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팔고 있다. 물건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수납 · 택배 · 휴대전화 충전 · 팩스 · 꽃다발 주문 · 공연티켓 예매 발권 · 보험 상품 판매 · 우편 대행 · 디지털 사진 인화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편의점은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후 3시. 대학생인 현경 씨(가명, 23세)는 편의점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편의점은 1층에서 구입한 식품이나 과자, 음료를 카페처럼 꾸민 2층에서 먹을 수 있다. 진짜 카페처럼 편안해 보이는 소파와 탁자가 있는 2층에는 현경 씨처럼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현경 씨의 뒷자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마주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진짜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현경 씨는 이곳이 정말 편의점인지, 아니면 카페인지 궁금해진다.

 

한국의 편의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점내에 테이블과 끓는 물, 전자레인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간편하게 요기를 할 수 있어 아침 식사는 물론 점심, 저녁 식사가 모두 가능하다. 그래서 늦은 밤,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편의점에 모여 컵라면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의 수가 많아지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점내점(店內店, shop-in-shop) 형태라는 새로운 특징이 생겨났다. 편의점 내부에 카페 · 약국 · 식당 · 문방구 · 우체국 · 제과점 · 치킨점 · 세탁소 등을 함께 운영하는 차별화 전략이다.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는 편의점과 협약을 맺어, 편의점에서 게임에 접속하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해 학생들의 많은 주의를 끌었다. 이제 편의점은 더 이상 단순한 소매 유통 점포가 아닌 복합생활문화공간이 된 것이다.

 

저녁 9시. 대학생인 준용 씨(가명, 22세)는 며칠 전 큰 곤욕을 치렀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준용 씨에게 한 취객이 시비를 건 것이다.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하려는 취객을 달래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경찰을 불렀다. 친절한 손님도 많지만 며칠에 한 번 꼴로 이런 일을 겪는 바람에 준용 씨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을 지경이다. 사정을 들은 사장은 준용 씨를 위로하면서도 혹시 물건에 피해가 간 것은 아닌지 살피는 눈치다. 지난번 알바비 입금이 하루 늦어진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후 사장과 소원해진 준용 씨는 이래저래 서러운 생각이 든다.

 

학비나 용돈을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편의점은 좋은 구직처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15세~19세의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음식점이고 그다음이 편의점이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같은 조사에서 20세에서 24세의 청년 세대 역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음식점과 카페 다음으로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편의점은 청소년 · 청년 노동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만큼의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이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점주와의 임금 체불 문제가 끝없이 일어나고, 도리어 인격적인 대우 측면에서도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많다. 열악한 식사와 손님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응대, 성추행과 폭언을 참고 견뎌야 하며 심야 시간대의 경우 취객의 난동이나 강도상해를 당할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과 청년은 물론 취준생들에게도 여전히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선호의 대상이다.

 

밤 11시. 학원 수업을 마친 진수는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산다.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보며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곧 엄마가 언제쯤 집에 오는지 묻는 전화를 하겠지만 그래도 컵라면을 먹는 동안은 진수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진수는 편의점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컵라면을 먹는 이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

 

편의점 매출이 가장 높은 시간대가 밤 8시에서 자정까지라는 통계가 있다(출처: 『문화의 발견』, 김찬호 저). 낮에는 학교와 직장에 매어 있는 청년 세대가 잠깐이나마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라는 의미이다. 실재로 편퇴족(편의점 퇴근족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퇴근하는 길, 또는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이 많다. 지친 하루를 ‘편의점 쇼핑’으로 마감하는 셈이다.

 

편의점은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이만큼이나 현대인과 가까워졌을까? 편의점은 ‘편리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venience’에서 유래한 것인데, 우리는 굳이 ‘편리점(便利店)’이 아닌 ‘편의점(便宜店)’이라고 부른다. 이는 편의점이 그야말로 소비자의 모든 편의를 봐주기 때문일 것이다. 깔끔한 진열장과 바코드로 정확하게 나오는 가격, 그리고 1만 원 이하의 소액을 지불할 때에도 눈치 보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점주 대신 대체로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기 때문에 어색한 인간관계를 껄끄러워하는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는 억지로 인사를 건넬 필요가 없다. 이른바 ‘무관심의 배려’가 작동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네 구멍가게에 대한 기억을 가진 기성세대가 다소의 우려를 가질 수는 있다. 이에 복합문화공간을 너머 공공서비스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편의점의 역할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아니라 가지런하게 진열된 상품을 통해 위로받는 청년 세대들을 위한 어른들의 관심과 배려가 조금 더 필요한 때이다.

 

[살레시오 가족, 2017년 11월호(147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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