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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마리아 수도회 기둥의 성모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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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0 ㅣ No.279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 마리아 수도회 기둥의 성모 성당


침묵의 기도 속에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곳

 

 

- 기둥의 성모 성당은 베일을 쓴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깬 타일로 마감한 성당이 이채롭다.

 

 

“무엇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지요. 제가 그 거룩한 수도원에서 보고 체험한 것, 제가 받은 인상, 그 수도원에서 얻은 것, 그것은 저 같은 사람은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만이 그것에 대해 아십니다”(「어느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묵상」 중에서). 

 

수도원을 찾아 그 삶을 조금이라도 체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처럼 말할 것이다. 검소하고도 엄숙한 분위기, 장식 없는 제대, 어머니 품 같은 평온함,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깊은 침묵이 하느님과의 진솔한 대화로 자신을 끌어들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수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고요’다. 침묵 기도 속에서 하느님과의 거룩한 만남을 일상화하는 수도자에게 고요는 호흡과 같다. 들꽃과 성모 동산의 수목, 창공의 새, 언덕 골짜기를 드나드는 바람마저 소리를 죽이며 고요의 일부가 된다.

 

- 기둥의 성모 성당 내부는 온통 하얗다. 공간을 가득 채운 흰 빛은 어머니 태 같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수도원이 수도자에게 삶의 자리라면 방문자에겐 치유의 공간이다. 방문자들은 이 고요의 공간에서 햇살 머금은 대지마냥 하느님 사랑에 흠뻑 젖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한다. 그래서 수도원은 일상에 지친 그리스도인에게 쉼터다. ‘피정’이라 부르는 이 쉼은 어질러진 내 방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방 한구석에 처박아 놓은 내 신심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켜켜이 쌓인 실존의 먼지를 털어내고 하느님을 가장 눈에 띄는 첫 자리에 모시는 청소다.

 

서울 가까이에 나를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해줄 고요의 공간이 있다. 바로 경기 고양시 능곡에 자리한 마리아 수도회다. 마리아회는 마리아니스트센터를 지어 수도원을 찾는 모든 이에게 개방하고 있다. 일일 피정자는 물론 영성 나눔, 교육, 혼인성사를 원하는 이들, 일반 방문자에게도 언제든 열려 있다. 모두에게 개방돼 있어 혼잡할 것 같지만 마리아니스트 센터의 중심 공간인 ‘기둥의 성모 성당’이 고요로 이끌고 있다.

 

- 성당 제대 벽면에 설치된 기둥의 성모상.

 

 

도심 속에서 보물처럼 숨어 있는 이 성당은 베일을 쓴 성모 마리아를 형상화해 지어졌다. 성모님의 삶이 소박했듯이 성당은 청빈한 수도자의 삶을 보여 주듯 단순하다. 성모님의 뒷모습을 표현한 성당 뒷면은 깬 타일로 마감돼 있다. 가운데엔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알파벳 M을 겹친 ‘마리아니스트 십자가’를 코발트색 타일로 새겨놓았다. 성당 내부는 어떤 장식도 없다. 자연 채광을 받아들이는 창에도 얇은 알루미늄판 조각만 덧대어져 있다. 순결한 성모님의 태(胎) 안인 듯 유선형의 성당 내부는 온통 하얗다. 방주 모양의 천장과 벽, 대리석 바닥까지 흰빛이다. 단순한 흰 빛이 평화롭고 감미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이곳에 발길을 들여놓은 이들이 붕 떠 있지 않고 잠심(潛心)하여 세상과 격리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제단은 제대와 감실, 십자가 그리고 ‘기둥의 성모상’으로 꾸며져 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서기 40년께 야고보 사도가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데 기둥 위에 성모 마리아가 발현해 이곳에 성당을 지을 것을 부탁하셨다. 이후 교회는 야고보 사도에게 발현한 성모님을 ‘기둥의 성모’라고 부른다. 마리아 수도회 설립자인 복자 샤미나드 신부가 사라고사에서 3년간 망명생활을 하면서 자주 대성당에 모셔진 기둥의 성모상 앞에서 기도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마리아회는 특별히 기둥의 성모님을 공경하고 있다.

 

마리아회 성당에는 쉼 같은 느긋함이 있다. 성당 종탑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세상을 볼 수 있다. 한강과 북한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텃밭과 수도원 옆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성모 동산도 꾸며져 있다. 도심 성당에 없는 자연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다.

 

마리아회는 이 성당을 혼인성사 성당으로 개방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들이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따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축복하기 위함이다. 하루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 속에서 하느님과 대화에 빠져들고 싶은 모든 이에게 마리아회 기둥의 성모 성당으로 초대한다.

 

 

마리아 수도회 가는 길

 

주소 :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호수로 76-13.

연락처 : 031-926-3091

대중교통 : 경의중앙선 능곡역 하차 - 능곡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 707, 150, 33, 870, 9707번 이용 삼성당다리 하차

 

[평화신문, 2016년 8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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