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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서울대교구 시노드, 그 이후의 노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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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16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 서울대교구 시노드, 그 이후의 노력과 전망 -

 

 

서울대교구는 2003년 교구 시노드를 폐막하면서 시노드 결과의 지속적인 실천을 위한 후속 기구의 설치와 단계적 노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첫 단계로 시노드 실천위원회가 설치되어 1년여 간 활동하였으며, 시노드 결과들을 더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심도 있게 기획, 연구, 조정, 실행,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자 2005년 1월 교구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시노드 결과 실천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기간이 매우 짧아 아직은 그 활동 결과나 변화와 전망을 전체적인 틀 안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노드 결과를 토대로 교구의 사목 전망과 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의 그동안의 활동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엮고자 한다.

 

 

1. 시노드 개최의 경과

 

서울대교구는 외적인 성장과 발전에 걸맞은 내적인 성숙을 이루지 못하여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도전들을 안고 있었다. 또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교회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시대의 징표를 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복음화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구장은 사제평의회의 의견을 들어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교구 시노드를 소집하였고 4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면서 2003년 9월에 시노드 대의원들의 토의 결과에 대한 교구장의 응답으로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를 반포하였다.

 

 

2. 시노드 결과의 요지

 

교구장은 시노드 대의원들의 토의를 거쳐 마련한 최종 건의안의 모든 제안을 겸허히 받아들여 교서로써 응답하였다. 따라서 교서는 최종 건의안의 구성과 같이 시노드에서 다룬 의제들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청(소)년, 선교·신앙교육, 교회 운영, 사회 복음화의 7개 의제에 맞추어 서술되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향후 우리 교구가 나아가야 할 교회상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하여, 그러한 교회상을 구현하고자 교회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였다. 또한 교서는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이들이 자신이 복음화되는 동시에 세상을 복음화하고자 이루어야 할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담고 있다. 교서의 종합적 요지의 내용 가운데 특징적인 사항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친교의 공동체’로서 교회상

 

우선 교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교회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시한 ‘친교의 공동체인 교회’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교구민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교회의 전망이라고 할 수 있으며,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에서도 한국교회의 전망으로 동일한 교회상이 제시된 바 있어, 보편교회와 한국교회 그리고 서울대교구가 동일한 교회상을 추구하는 일치된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2)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실현하려면 교회 내적으로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가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교회 외적으로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3) 함께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는 교회 운영 구조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교회 운영 구조를 정립하고, 나아가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사목 정책을 수립하여 교구 또는 본당 사목의 공감대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본당에서는 평신도가 복음화 사명의 주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사목의 협력자로서 교회 운영은 물론 선교와 신앙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책임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4) 열린 공동체로서 세상 복음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아울러 세상 속에 복음을 증언하는 교회를 구현하려는 방법으로는 문화, 환경, 생명, 사회정의, 사회복지, 민족화해 등의 측면에서 교회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갖추어야 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회 구성원의 사회 복음화를 위하여 지녀야 할 신앙적 자세와 다양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회가 지역사회에 열린 공동체의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5)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과 양성

 

각 주제 전반에 걸쳐 교회 구성원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교육과 양성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기초로 하면서 특히 성직자의 인성교육과 영성교육, 평신도에 대한 성서와 교리, 사회교리, 평신도 지도자 양성 등을 포함하는 평생교육 체계 확립의 시급성을 제시하고 있다.

 

6) 청(소)년과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사목적 배려와 가정사목의 활성화

 

아울러 오늘날 청(소)년, 여성, 노인, 가정이 겪는 문제를 성찰하면서 그들에 대한 교회의 특별한 사목적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주인으로 대접하고 교회 밖의 모든 청(소)년까지도 사목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여성 신자들의 위상을 강화하고, 노인들이 인생과 신앙에 관한 지혜의 전달자로 존중받도록 하는 사목적 배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이 살아있는 신앙을 생활화하는 작은 교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낙태와 가정해체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세우는 등 가정사목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3. 시노드 후속 실천과 향후 구상

 

이제는 시노드에서 제시된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 방안들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 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의 중요성과 방대함, 그리고 일관성 유지와 지속적 추진 등의 필요성에 비추어 과제들과 그 실천을 위한 기획, 연구, 조정, 평가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어서 우선 시노드 후속위원회를 조직하였다.

 

1) 시노드 후속 기구의 정립

 

시노드 후속위원회에서는 1년간에 걸쳐 그동안 시노드에 따라서 이루어진 결과를 주제별, 부서별 등 여러 기준으로 재분류하고 정리하였으며, 각 해당 부서별로 그 대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하는 데에는 조직 시스템, 프로그램,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등 근본적으로 선결되어야 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과제들이 여러 부서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것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획하고 조직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노드 후속위원회의 건의로 20여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던 교구의 기획과 연구 기능을 담당할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가 탄생하게 되었고, 향후 시노드 후속 업무의 기획, 연구, 조정, 평가 등을 총괄하여 담당하게 되었다.

 

2)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실천 방안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는 시노드 후속 과제들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획하고 실천에 옮길 때 대부분의 과제들이 조직적 사목활동과 연관되고 이것은 다시 교구와 본당의 사목조직이나 운영과 연계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는 교회상(비전)을 실현하는 데에서 드러난 과제들을 체계적으로(구조) 어떻게(과정) 수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고자, 유기적 시스템으로서 교회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신중하게 수용하여 교회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변화와 쇄신을 이루고자 한다.

 

3) 비전, 구조, 과정의 일관성과 통일성 있는 쇄신

 

시노드에서 제시한 건의 내용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가 그 역할을 다하려면 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드러나는 시대적 징표들이 반영되어 교회 운영의 구조와 방식이 변화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변화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인데, 이것을 구현하려면 비전의 재창출과 구조의 변경 그리고 과정의 혁신 등 세 요소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곧 비전만 바뀌고 구조의 변경과 과정의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다거나 비전과 구조만 바뀌고 과정이 낡은 방식에 머무른다면 우리의 비전은 헛된 꿈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비전과 구조, 그리고 과정이 일관되고 통일성이 있을 때에만 비전을 향한 교회의 쇄신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4)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구조의 활성화

 

이제 구체적으로 ‘친교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구조의 변경과 과정의 혁신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이 ‘~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기획의 문제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다루는 연구의 문제와는 달리 정답이 없고, 다만 상대적으로 더 나은 답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최선의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문제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결론의 불가피한 점을 간과하고 완전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변화에 동참하지 않고 현실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이러한 기획 과정에는 초기 비전의 재창출 과정부터 가급적 논의구조를 활성화하여 모든 구성원이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4. 시노드 이후의 경과

 

① 시노드 교서 실천과제의 교구 각 직제별(위원회, 부서, 단체, 지구, 본당) 분류 결과를 통보하고 추진 계획을 요청하였다.

② 실천과제의 이행 기간별(단기, 중기, 장기) 분류 결과를 통보하고 단기 과제를 조속히 실천할 것을 요청하였다.

③ 시노드 후속 실천의 사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제 대표 연수회를 개최하였다.

④ 기획조정실을 신설하고 통합사목연구소를 발족하였다.

⑤ 교구 사목평의회를 구성하여 가동하고, 주교평의회, 꾸리아 외 사제평의회, 교구 기획회의 등 사제간 논의구조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하였다.

⑥ 시노드가 요구하는 교구 본당 사목구조를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제안하였다.

⑦ 구역(반) 봉사자를 대상으로 하여 신앙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자료로 발간하였다.

⑧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사목 방안의 하나로 공동사목을 연구 조사하고 시행 계획을 세웠다. 

⑨ 공동사목 시범 본당을 선정하고 계획에 따라 시행하였다.

 

 

5. 극복해야 할 장애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노드의 실천과정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등 조직 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시노드 여정보다 몇 배 더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구성원의 의식 변화를 요구하는데, 인간은 본성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가 지향하는 비전에 모든 구성원이 진정으로 공감하게 되면, 곧 그것을 교회가 마땅히 가야 할 길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그 어려운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집단의 의식이 변화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쇄신과 변화를 이루고자 실천하는 문제는 모든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특히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비전 실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장기간에 걸쳐서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6. 변화의 조짐들

 

1)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화

 

교구의 주요한 정책이나 중요한 사안을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가 긴밀히 협조하여 사전에 심도 있게 검토하고 연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자료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제공하게 되어서 의사결정 과정이 예전에 비하여 합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 논의구조의 활성화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논의구조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여 서로의 어려움을 알게 되는 등 관계자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그 과정에서 공통사안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3) 통합사목의 필요성 인식

 

통합사목연구소를 발족한 것이 그동안 교구청이 각 부서별로 또는 본당별로 독립적으로 수행해 오던 사목활동들을, 교구의 사목 비전을 실현하려는 통합적 전망 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계획하고 운영하여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4) 소공동체에 대한 제2의 도약 모색 

 

통합사목연구소를 중심으로 하여 10여 년에 걸쳐 이루어진 소공동체 과정을 성찰하며, 교구 사목의 공유 비전인 소공동체에 대하여 전반적인 조사와 진단을 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사목정책을 세우고 교육을 시키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토착화된 형태의 소공동체 모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7. 마치면서

 

교구 시노드는 교구민들의 원의 속에 감추어진 시대적 징표를 발견해 내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교회가 마땅히 지녀야 할 모습’을 재발견하였고 그 모습을 구현하고자 걸어야 할 길과 풀어야 할 과제들을 함께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모두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마음 한몸이 되어 그 길을 걸으면서, 제시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이룩하는 ‘실천’이다.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실천에는 극복해야 할 많은 인적, 물적, 환경적 장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교구장님께서 시노드 후속 교서에서 밝히신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더 좋은 희망을 주셨고 아울러 그 희망을 실현할 과제도 부여하셨다.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주셨기에(로마 5,5 참조)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과 장애가 있어도 실망하는 일 없이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히브 7,19) 나아갈 수 있다.

 

[사목, 2005년 11월호, 나원균(서울대교구 기획조정실장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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